007시리즈 역대 최강의 본드걸은?③

[★리포트]

김건우 기자  |  2008.10.30 10:25
'007 살인번호' 우슬라 앤드레스,'007 어나더데이' 할리 베리,'007 카지노 로얄' 에바 그린(왼쪽부터) <사진출처=영화스틸>

007영화 최고의 묘미는 본드가 악의 세력을 파괴하는 순간이 아니라 마지막에 본드걸을 품에 안는 때였다. 1962년부터 2008년 22편의 시리즈를 완성할 때까지 영화에 는 수많은 본드걸이 등장하고 본드는 각 작품에서 최소한 두 명의 미녀와 성관계를 가졌다.

1962년 '007 살인번호'에서 우슬라 안드레스가 해변에서 흰 비키니를 입고 조개를 줍는 모습은 초기 본드걸이 보여주고 싶던 관능적 이미지를 잘 표현해준다. 그녀는 당시 플레이보이지가 선정한 '100대 섹시 무비스타' 19위에 오르기도 했다.

초창기 본드걸은 미인대회 출신이 많았다. '007 위기일발'에 출연했던 다니엘라 비앙키는 미스 유니버스 2위 출신이고, '007 썬더볼 작전'의 클로딘 오거는 1958년 미스 프랑스 출신이었다. 할리우드 섹스심벌로 각광을 받았던 킴 베이싱어는 '007 썬더볼 작전'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는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 출연해 톱스타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007의 정규 작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이 본드걸이 영화의 볼거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007 시리즈가 걸어왔던 순탄치 않은 길과 무관하지 않다. 숀 코너리는 '007 살인번호'에 캐스팅 됐을 때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다. 숀 코너리는 원작자로부터 가장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린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숀 코너리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4편 '007 썬더볼 작전'까지만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난관을 맞는다. 5편 '007 두 번 산다'가 관객과 평단에서 차가운 반응을 받은 이후 숀 코너리는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로 복귀했다.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인물을 고민하는 동시에 작품 자체에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또 불안한 세계정세를 냉소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밝고 희망찬 느낌으로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이 같은 변화에서 변하지 않고 007 시리즈를 이끌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본드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같은 와중에 탄생한 이색적인 본드걸은 제임스 본드와 유일하게 결혼한 다이애나 리그다.'007 여왕폐하 대작전'은 제작진이 숀 코너리가 본드 역을 그만둘 계획이었고 차기 제임스 본드를 염두해 본드가 결혼 후 은퇴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정리했다. 극중에서 유럽 최고의 악당 드라코의 딸 트레이시와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은퇴를 앞두지만 블로펠트 일당의 습격을 받고 신부를 잃게 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5대 제임스 본드로 영입되면서 007 시리즈는 다시 변화를 겪는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본드로 출연하면서 007 시리즈는 보다 강력한 신무기들 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또 본드를 도와주는 수동적인 조력자에 그쳤던 본드걸에 능동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동안 본드걸은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였지만 '007 네버 다이'의 양자경과 '007 어나더데이'의 할리 베리는 섹시함과 동시에 액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할리 베리는 우슬라 안드레스처럼 비키니를 입고 바다 속에서 나오는 장면을 통해 남성들의 판타지를 되살려주는 동시에 강인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색적인 본드걸은 최초로 여성악당이 등장한 '007 언리미티드'의 소피 마르소다. 소피 마르소가 맡은 악당 일렉트라 킹은 원래 제작사 MGM에서 샤론 스톤을 캐스팅하려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영화의 진짜 본드걸은 핵무기 전문가 크리스마스 존스 역의 데니스 리차드였지만 80년대 청순함으로 전 세계 팬을 사로잡았던 소피 마르소의 이색 변신은 큰 화제가 됐다.

최근작에서 눈길을 끄는 본드걸은 '007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가 사랑하는 베스퍼 린드 역의 에바 그린이다. 에바 그린은 보그 잡지의 돋보이는 모델이었다. 그녀의 영화 출연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마틴 캠밸 감독이 그녀에게 출연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던 것이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읽은 에바 그린은 영화의 베스퍼가 그동안의 본드걸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출연을 수락했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출신 올가 쿠릴렌코가 본드걸을 맡았다. 그녀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총을 쏘고 격투 장면을 찍는 등 강도 센 액션 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본드와의 직접적인 로맨스는 없지만 비슷한 아픔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해 색다른 본드걸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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