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 옛 귀족 본드는 잊어라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8.10.30 10:24

'007' 22번째 시리즈인 '007 퀀텀 오브 솔로스'(이하 퀀텀)가 29일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6번째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시리즈인 '퀀텀'은 전작 '카지노 로얄'의 마지막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퀀텀'은 '카지노 로얄'보다 더 많은 돈을 들인 만큼 더 강력해졌고, 더 볼거리가 많아졌다.

보다 분명해진 것은 '퀀텀'은 '카지노 로얄'로 시작된 과거 007 시리즈와의 결별을 더욱 확실하게 했다는 점이다.

'퀀텀'은 전작 마지막 장면에서 한 시간 뒤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인 베스퍼의 배신과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본드가 본격적으로 배후 조직에 응징을 나선다. 본드는 퀀텀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퀀텀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인 사업가 도미니크 그린과 대결을 펼친다. MI6에 버림받고 CIA에 쫓기는 본드는 여전히 본드걸을 데리고 사건을 해결한다.

'퀀텀 오브 솔로스'에서 '퀀텀'은 양(量)을 뜻하며, '솔러스'는 위로를 의미한다. 전작에서 연인인 베스퍼를 잃은 본드에게 복수가 위로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으며, 퀀텀이라는 조직의 일부를 발견해 응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퀀텀'은 '카지노 로얄'과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007 시리즈 중에서 스텍터라는 악당과 대표적인 악당 죠스가 몇 편에 걸쳐 등장한 적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퀀텀'에서 본드는 적의 꼬리만 파악했을 뿐이어서 다음 시리즈에서 적의 몸통과 맞붙을 것을 암시한다. 이는 007 시리즈의 후배격이자 새로운 첩보원 시리즈인 '본 아이덴티티' 3부작을 연상시킨다.

'퀀텀'에서는 '본 아이덴티티'의 그림자가 제법 짙게 드리워져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붕 위를 쫓고 쫓기다 벌어지는 액션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다른 나라의 이동, 사실적인 액션 등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퀀텀'에 '본 아이덴티티' 제작진이 참여했기에 이 같은 혐의는 더욱 두드러진다. 불치하문이랄까, '어나더데이' 등으로 실기를 거듭하는 사이 새롭게 등장한 까마득한 후배에 전 세계가 열광하자 007 시리즈는 본 시리즈에 손을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덕분에 '퀀텀'은 1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액션과 빠르게 진행되는 교차 편집으로 영화 초반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007 시리즈의 관례인 오프닝 시퀀스 전에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특히 액션은 007의 전매특허인 바다 위에서 보트를 타는 장면을 비롯해 육해공을 망라하며 빠른 비트로 전개된다. 007의 예의 주제 음악과 매 편 달라지는 오프닝 시퀀스는 여전하며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본드가 월터PPK를 쓰는 것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딱 여기까지다.

007팬들로부터 최악의 캐스팅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다니엘 크레이그를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임명한 제작사가 '카지노 로얄'을 통해 시도한 것은 과거와의 결별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더 이상 구시대적인 스파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제작사는 원작자 이안 플레밍으로 돌아가기로 결정, 새로운 007의 탄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더 이상 007은 귀족 스파이가 아닌 노동계급 스파이로 재탄생하게 됐다.

지금까지 제임스 본드는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한 엘리트로 위기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늘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느끼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귀족 스파이였다. 피와 땀범벅으로 싸우는 본드는 본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부터 보다 현실적으로 바뀐 제임스 본드는 '퀀텀'에서는 더 많은 피와 땀을 영화 내내 흘리며 싸운다. 과거의 명확한 결별을 위해 '퀀텀'에서는 007에 늘 빠지지 않는 트레이드 마크를 과감히 생략하거나 의도적으로 바꿨다.

더 이상 비밀장치가 숨겨진 본드카는 등장하지 않으며, 닥터Q가 선사하는 신무기도 없다. 매번 등장하는 본드걸의 비키니 장면도 없다. 늘 마시던 마티니도 버리고 새로운 칵테일을 택했다. 새로운 본드걸 올가 쿠릴렌코은 섹시하지만 본드와는 딱 한번 키스를 나눌 뿐이다. "본드, 제임스 본드"라는 007 특유의 자기소개 대사도 없다.

대신 역대 최고 제작비인 2억2000만달러를 투입해 화려한 볼거리를 늘렸다. 베일에 쌓였던 여성국장 M의 사생활도 소개했다.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여 휴대전화를 이용한 정보전도 보여준다.

과거 시리즈 팬들에 대한 안배도 잃지 않았다. 전신에 황금이 칠해져 죽은 여인이 등장하는 '골드핑거'에 대한 오마주로 이번에는 새까만 석유에 덮여 죽는 여인이 등장한다. 당대 트렌드를 흡수하는 007 전략답게 이번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원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반부의 속도를 잃기는 하지만 '퀀텀'은 007 시리즈의 진화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세계를 구한다는 거창한 명분 대신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복수를 펼치는 007이 더 살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최강의 킬링 타임 시리즈답게 '퀀텀'이 최강의 킬링 타임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11월5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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