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고 냉정하게, 뻔뻔하지만 당당하게!'
다정다감한 로맨틱 가이는 이제 한 물 갔다. 여자의 부탁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착한 남자의 인기가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 요즘은 시크한 매력이 있는 나쁜 남자가 대세다.
브라운관에 나쁜 남자들이 몰려왔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가 겁도 없이 “똥덩어리”를 외치더니 ‘남자를 믿지 마’의 가수 이민우(M)는 “남 주기는 아깝고 나도 갖기는 싫다”며 이기적인 남자의 속성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안방극장 점령한 나쁜 남자들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는 까칠함의 결정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독설을 퍼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뻔뻔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자신의 단원들에게 ‘똥덩어리’, ‘쓰레기’, ‘잡초’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며 사람들을 무시한다. 게다가 “너희들은 내 악기에 불과해. 뽑아줬으면 밥값을 해야 할 것 아니야”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모욕적인 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까칠함에 반했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데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목석이지만 알고보면 순수한 구석이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두루미(이지아 분)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감추는 모습이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한 것. 최고를 지향하는 완벽주의 기질과 훈훈한 외모도 한 몫 한다.
일편단심 연하남 지현우도 매섭게 변했다. KBS 2TV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치과의사 장신호 역을 맡은 지현우는 3개월 마다 여자가 바뀌는 바람둥이로 변신했다. 결혼은 사절이고 평생 연애나 하겠다는 고약한 심보를 가졌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게 “절대 너와는 결혼할 수 없다”며 매정하게 내친다. 안하무인의 극치를 달리지만 시청자들은 “나쁘다는 것 뻔히 알면서도 저 바람둥이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며 나쁜 남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가요계도 나쁜 남자가 접수
나쁜 남자 열풍은 가요계에도 불어 닥쳤다. 지난여름 ‘내가 바람 펴도 넌 절대 피지마’라는 가사로 여심을 흔든 태양의 ‘나만 바라봐’가 히트를 친 이후 나쁜 남자 바람이 계속됐다. 태양은 “가끔 내가 연락이 없고 술을 마셔도 혹시 내가 다른 어떤 여자와 잠시 눈을 맞춰도 넌 나만 바라봐”라는 오만방자한 부탁을 강요했다.
이민우 역시 뻔뻔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4집 앨범 타이틀곡 ‘남자를 믿지마’에서 나쁜 남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민우는 “남 주기는 아깝고 나도 갖기는 싫어. 결혼하기는 싫고 연애하기는 좋아. 이런 게 남자야. 나는 나쁜 놈이야”라며 여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여자에게 따귀를 맞고도 한번 씩 웃고 쿨하게 돌아서는 안무까지 완벽하다.
‘레이니즘’으로 컴백한 비는 나쁜 남자로 돌아왔다. 지난 2002년 비의 첫 데뷔곡도 ‘나쁜 남자’였다. 비는 “피하려고 애를 써도 느껴지는 나의 레이니즘. 넌 이제 빠져버렸어. 넌 이제 벗어날 수 없어”라며 여자를 유혹하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I`m gonna be a bad boy”(난 나쁜 녀석이 될거야)라고 스스로 나쁜 남자가 되길 원한다. 특유의 섹시함을 무기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동방신기 또한 제 멋대로의 이기적인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2004년 ‘허그’로 데뷔할 당시 보여줬던 풋풋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미로틱’의 가사에는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나에게 끌려. 언제나 그랬듯이 먼저 말을 걸어와”라고 자만하게 시작해 “조금 다쳐도 넌 괜찮아.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 헤어날 수 없어”라는 이기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근육질 몸매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에 반한 팬들은 이들의 주문에 그대로 빠져버렸다.
여성들이 이처럼 나쁜 남자에 끌리는 이유는 제 멋대로 행동하는 남자에게 색다른 호기심을 느끼기 때문. 자상하고 친절한 남자보다는 자신에게 까칠한 남자에게 더욱 매력을 느낀다. ‘나쁜 남자 콤플렉스’에 빠진 여성들이 이에 열광하는 한 나쁜 남자들은 또 다른 버전으로 소비될 것이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