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화계가 건진 여감독 돌풍

전예진 기자  |  2008.11.05 07:00
↑ 이경미 이한나 부지영 감독

"얼마 전까지 여성감독들의 증가세가 눈에 띄다 최근 들어 주춤했었는데, 다행히 올해 재능있고 좋은 여감독들이 많이 나와 기분이 좋네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47) 감독의 말이다.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유독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상용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여성 감독의 작품이 6편이나 진출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 했다.

↑ 영화 '우생순'(왼쪽)과 '6년째연애중'

이처럼 올해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영화 '궁녀'의 김미정 감독과 '어깨 너머의 연인'의 이언희 감독이 기대작을 내놓으면서 여감독들은 슬슬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올해 초 임순례 감독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히트를 거두면서 상큼하게 첫 테이프를 끊었고, 이어 박현진(32) 감독의 '6년째 연애 중'은 전국 100만 관객을 가뿐히 넘겼다.

올해 불황인 영화계의 악조건 속에서 이들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장편 데뷔에 도전한 여성 감독과 작품을 모아봤다.

◇'미쓰 홍당무'의 Miss 이경미 감독
↑ 영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송희진 기자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34) 감독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의 제자라는 이유로 유독 주목을 받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비정성시'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눈에 들어 그의 아래서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탄탄하게 기반을 다졌다.

박찬욱 감독이 "내 자리를 위협하니 이제 후배를 안 키우려고 한다"고 말할 정도로 실력파로 인정받은 그는 연출 데뷔작 '미쓰 홍당무'에서도 스승의 합격점을 받았다.

이 감독은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기 위해 영화 속에 섹스코드를 풍성하게 사용해 당돌하고 솔직하게 영화를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극 중 티팬티 장면부터 점점 섹스 코드 쪽이 많아진 것 같다. 성기 장면도 있었는데 영화에 재미가 없어서 삭제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안면홍조증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미쓰 홍당무'는 10억 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개봉 후 첫 주말 25만 9천여 명을 동원했다. 거의 손익분기점에 접근한 셈. 이 영화는 최근까지 50만 관객을 돌파해 의미 있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슬리핑 뷰티'로 잠에서 깨어난 이한나 감독
↑ 영화 '슬리핑 뷰티'

여자 '김기덕'으로 불리며 주목 받은 이한나(25) 감독은 지난달 23일 '슬리핑 뷰티'를 내놓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단국대 영화과를 마치고 영화 아카데미 1년차인 이 감독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었다. 그동안 찍은 단편이 4개. 이후 '슬리핑 뷰티'가 탄생했다.

이성애자로서의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돼 지원금을 모아 이 영화를 제작했다.

파격적인 영상으로 세 여자가 겪는 성과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지난달 17일 온라인 시사회가 시작되자마자 2시간 만에 시사회인원이 마감되든 등 관심을 받았다.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스토리와 냉혹한 묘사 때문에 특정 마니아 층에게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여감독의 실험적인 시도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관람객들은 "역시 여자 김기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놀라운 영화다""사람을 불편하게 혹은 당황스럽게 외면하고프게 만들지만 다른 영화보다 현실적이다"는 평가를 내렸다.

◇"감독인 지금이 좋아"…'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
↑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명의 딸을 둔 주부인 부지영(37) 감독은 2000년 뒤늦게 영화 아카데미에 입학해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졸업하고 영화 '스캔들'의 스크립터를 하면서 영화를 찍을 생각을 굳혔다고.

부 감독은 그의 첫작품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주부로 활동한 경력(?)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집에 있다보니 결국 가족 얘기를 생각해냈다. 가족을 지켜오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닐까. 막상 진짜 가족을 지키는 사람은 여자라는 생각이 강하다. 여자들만의 가족의 우월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성격 사는 방식 심지어 아버지조차 다른 자매 명주와 명은이 아버지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면서 결국 서로를 가족으로 끌어안게 된다.

네티즌들은 이 영화에 대해 "식스센스이후로 최고의 반전""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네티즌 평점 9.43이라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 영화는 내년 초 개봉 예정이다.

이밖에도 박정숙(37)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동백아가씨'도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역사와 사회로부터 존재마저 거부당한 채 살아온 소록도의 한센인(나병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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