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위기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류 붐이 드라마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류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가 해외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게 된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90년대 말 태동을 보였고 한류라는 말도 2000년 2월 중국 언론이 붙이며 명목화됐으나 2004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가 일본 NHK에서 방영되며 본격적인 붐이 일게 됐다.
당시 한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의 수출이 활발해지자 노무현 정부는 12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식문화 강국의 실현'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이제는 문화도 산업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한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축이 있는가 하면 한 축에서는 한류를 현 한국 드라마 위기 상황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한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한다.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4년 드라마 한류가 수면에 떠오름에 따라 그 다음해인 2005년부터 드라마에 자본이 대거 몰리며 시스템 전체를 괴멸적으로 왜곡시켰다"며 현재 드라마 위기가 시작된 시점으로 2005년을 꼽았다. 현재의 드라마 위기가 한류 붐 이후 본격화된 드라마 시장의 왜곡이 지금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지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 갑작스레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MBC 드라마장을 지낸 이은규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장은 이날 "한류로 방송사의 이익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10%도 안 되는 수익이다"며 "지난 3년여 사이 제작비가 거의 2배로 올랐다"며 "해외 수익이 는다고 해도 전체 제작비로 따지면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 SBS 간사인 김영섭 SBS 드라마국 CP 역시 "드라마 산업이 한류 산업의 중추인데 자본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인터넷의 폐해를 논하듯 드라마 위기와 한류에 대해서도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자본 등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드라마의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게 된 것일 뿐 비단 한류 붐으로 인해 벌어지게 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류 붐이 현 드라마 위기가 나타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한 원인은 아니라는 논리다.
관계자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도 좀 더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제작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좀 더 규모 있고 청렴한 자본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비도 좀 더 정확하게 쓰이며 질 높은 드라마 제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드라마는 더 이상 국내 방송사만의 경쟁이 아니다. 한류 붐은 계속 이끌어가야 할 기회이자 넘어야 할 숙제다"며 "좀 더 체계적으로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한류 붐은 우리나라 드라마도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 계기였다. 더 넓은 시장이 있음을 인지시켜줬고 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는 새로운 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류 붐으로 인해 몇몇 배우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상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그만큼의 수익을 가져왔다. 문제는 이에 뒤따라 모든 배우들이 당연한 듯 출연료를 올렸다는 것이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나 왜곡된 제작비 구조 등은 당연히 개선돼야 할 문제지만 그 문제의 시초가 한류 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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