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은 본야스키가 '허탈한 승리'를 거두며 끝났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놓고 비교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다듬어지지 않았던 원석'이었던 하리지만, 최근 경기 운영 면에서도 급성장해 사실상 K-1의 새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다.
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8 파이널'은 하리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하리는 이날 4강전에서 '신예' 에롤 짐머멘(22·네덜란드)을 3라운드 KO승으로 꺾었다. 경기 초반 짐머멘에게 다운을 빼앗기는 등 고전했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짐머멘을 KO승으로 따돌렸다.
하리의 기량이 특히 돋보인 경기는 8강전이었다. 8강전에서 하리는 K-1의 살아있는 전설인 피터 아츠(38·네덜란드)를 맞아 2라운드 1분 28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비록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지만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가지고 있던 아츠를 경기 내내 몰아붙이며 승리를 따낸 것.
특히 아츠가 로킥으로 공격을 할 때마다 스트레이트 펀치를 꽂아 넣으며 아츠를 압도했다. 하리의 스트레이트는 천하의 아츠도 당혹케 할 정도로 일품이었다.
아츠와 맞붙기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하리에 대해 "기대주지만, 아직 정상급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야생마처럼 기세가 좋기는 하지만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리가 아츠를 꺾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하리는 아츠를 꺾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특히 경기 운영 면에서도 아츠에 밀리지 않았다. 초반 기세를 잡은 하리는 경기 내내 침착하게 아츠의 약점을 공략하며 승기를 굳혔다. 경기가 끝난 뒤 아츠에게 큰절을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하리는 결승전에서 K-1의 백전노장 레비 본야스키를 만났다. 본야스키는 K-1의 대표적인 테크니션으로 화끈한 경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이에 비해 야생마 하리는 대표적인 하드 펀처로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
하리는 1라운드 불의의 일격으로 다운을 당했지만 펀치에 이어 날아오는 본야스키의 플라잉 니킥을 동물적 감각으로 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2라운드에 접어들자 하리는 본야스키를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승기를 잡았으나 자신의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반칙을 저질러 정상 직전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하리는 2라운드 중반 쓰러진 본야스키를 공격하는 반칙을 저질렀다. 결정적인 가격이 아니어서 그냥 넘어갈 수 도 있었지만 무술이나 무예가 아닌 무도라고 할 정도로 정정당당한 무사정신을 숭상하는 일본인에게 하리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었다. 결국 하리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반칙패를 당했다.
향후 하리의 출전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 하리가 다시 K-1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면, 자기절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하리가 자기제어를 통해 '성숙한 야생마'가 된다면 이미 절정에 이른 기량을 바탕으로 K-1 세대교체를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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