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성 "지옥에나 가버려? 개그로 받아주세요"(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01.10 11:16

"신인상을 탈 줄 조금은 예상했었어요. 저 혼자만 개그맨이었잖아요."

200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시트콤/코미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개그맨 황제성(27). 눈을 부릅뜨고 "지옥에나 가버려" 같은 독한 대사를 내뱉는 MBC '개그야'의 코너 '그렇지요'의 버르장머리 없고 말버릇 사나운 꼬맹이가 바로 그다. 남에게 가차 없는 그의 말투는 스스로에게도 가차 없다.

"연영과를 나왔어요. 영화배우가 꿈이었지만 이 '기럭지'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다리도 짧고 오리 궁둥이에…. 한때는 정강이에 철심을 박아 넣을까 생각도 했지만 포기했어요. 이젠 개그맨이 천직이라는 걸 알 것 같아요.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화제의 인기코너 '그렇지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본인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고 황제성은 손을 저었다. 코너 속 안하무인 캐릭터와는 달리 실제 황제성은 낯가림 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란다.

"사촌 동생이 미술학원 선생님이에요. 거기에 한 학생이 문어체로 이야기 하는 걸 보고 너무 귀여워서 '내가 꼭 개그로 만들어줄게'라고 약속했어요. 그게 1년도 한참 전이었는데, 잊고 있었죠. 어느 날 감독님이 새 코너를 만들라고 하시기에 30분만 에 '그렇지요'를 짰어요. 반응이 폭발적이더라구요."

'지옥에나 가버려', '개나 줘버려' 등의 대사는 워낙 독하고 강해 MBC 자체 심의 단속 대상에 오른 적도 있다. 황제성은 "욕 아닌 욕이라고 요즘은 순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개그는 개그로 받아달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쏟아지는 질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가운데를 질끈 묶어 올린 바가지머리가 혹 가발이 아니냐는 것. 황제성은 "이 머리로 2년을 살았다"며 '신상녀' 서인영의 바가지 머리보다도 먼저라고 강조했다. 원래는 권상우의 헤어스타일을 노렸으나 동네 미용실과 동생 친구, 어머니의 손을 차례로 거치다 결국 지금의 머리 모양이 됐단다.


황제성이란 독특한 이름에 얽힌 사연도 많다. 그의 원래 이름은 황제. 큰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지만 거창한 이름 덕에 부담이 만만치 않아 결국 개명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왕재'라는 이름의 친구까지 있어 전교생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단다. 개그맨으로 데뷔한 요즘엔 이름이 황제였으면 더 튀지 않았을까 싶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황제성으로 고치고 나니까 제 이름이랑 같은 중국집이 너무 많은 거예요. 지나가다가 황제성 중국집이 있기에 들어가서 자장면을 먹고 나온 적도 있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도 중국집이 정말 많이 나왔어요. 요즘엔 제 이름이 먼저 뜨네요. 그게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죠."

'가난한 된장남', '가난한 얼리 어답터'를 자처하는 그는 각종 전자기기나 기타 등 악기에 관심이 많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개그맨 생활을 하면서 하나 둘 기타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하나의 낙이다. 밴드를 결성하는 건 그의 소망이 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꿈은 "나를 보며 사람들도 웃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것. 황제성은 "개그맨으로서의 사명감은 생각한 적 없다. 그저 열심히 재미있게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지만 코미디에 대한 의지와 절박함만큼은 결코 양보할 마음이 없다. "개그를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이것 말고는 할 게 없어요. 운동? 손재주? 제게 있는 건 오로지 개그뿐이에요."

그는 길게 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지난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병상에 누운 원로 개그맨 배삼룡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그는 "병상에서 외롭게 싸우고 계신 배삼룡 선생님 저희 부모님이 당신을 보고 웃었지만 당신의 아들딸들이 이제는 저를 보고 웃을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고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오랫동안 활동해 오신 대선배께서 그렇게 누워 계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꼭 말씀을 드려야지 하고 미리부터 생각을 했었죠. 저만 해도 예전에는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말에 신경도 안 썼어요. 하지만 지금은 결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겠어요. 제 개그에 공감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물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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