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며 보는 '아내의 유혹', 직장인 칼퇴근 바람

김지연 기자  |  2009.01.12 12:36


평일 오후 7시20분 방송시간에 자체최고 시청률 34.3%(TNS 기준). 그야말로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온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덕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칼퇴근'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보통 출퇴근 시간에 교통이 지체되는 것을 고려하면 칼퇴근을 해야 겨우 '아내의 유혹' 시청이 가능하다.

사실 '아내의 유혹'이 만들어질 때만해도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직장인들은 시청 층으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오후 7시라는 이른 시간대에 주부 시청자들을 잡아 평균 10% 중반의 시청률을 올리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 수록 애리(김서형 분)의 악행이 더 악랄해 지며 시청률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급기야 연일 30%대 시청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논현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30대 장혜미 씨는 "'아내의 유혹'을 집에서 시청하기 위해 퇴근길을 재촉한다"며 "퇴근이 조금 늦어지면 운전하며 DMB로 시청할 정도다. 차가 운행 중에는 화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소리로 들으면서 집에 간다"고 말했다.

이어 "차를 주차장에 주차시켰는데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으면, 집에 올라가는 시간이 아까워 드라마를 다 보고 차에서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아내의 유혹'을 보기 위해 퇴근 시간이 빨라졌고, 급기야 차를 주차시킨 채 드라마를 시청자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비단 장혜미 씨 뿐 아니다. '아내의 유혹'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칼퇴근 한다"는 시청자들의 웃지못할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방송 초반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막장 드라마'를 위해 퇴근을 서두르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내용 전개에 있어 경쟁작이던 KBS 2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과 달리 개연성을 가졌다는 평이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속 시원하게 되갚아주는 경우는 드물다. 극중 은재란 인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덕분에 드라마의 인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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