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제작자 송병준 "한국판F4로 세계시장 공략"(인터뷰)

김수진 기자  |  2009.01.22 16:05
'꽃보다 남자' 촬영장을 방문한 그룹에이트 송병준(왼쪽 두번째)대표와 F4 멤버 이민호 김범 김준(왼쪽부터). 촬영당시 김현중은 한채영과 함께 드라마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사진제공=그룹에이트>


송병준(49),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대표다.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타이틀은 수없이 많다. 과거 이영애, 이미숙 등과 연기호흡을 맞추며 연기자로 불렸는가 하면 수많은 영화 음악의 감독을 담당하며 음악감독으로도 불렸다.

드라마 제작에 앞서서는 유통 사업을 하는 등 수많은 이력을 통해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에는 방송인 에이미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미 외삼촌'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많은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그를 '마이다스의 손', '트렌드 세터' 등으로 부르고 있다. KBS 2TV '보디가드', '미안하다 사랑한다', MBC '궁', '환상의 커플' 등은 송병준 대표가 만들어낸 작품. 이 작품들은 방송당시 대중의 열렬한 지지 속에 각종 신드롬을 양산했다.

지난 2002년 드라마 제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송병준 대표, 그가 또 한 번 드라마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바로 '궁'에 이어 만화에 뿌리를 둔 KBS 2TV '꽃보다 남자'를 통해서다. 송병준은 한국판 '꽃보다 남자'를 통해 세계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창조자, 송병준을 만났다. 청바지에 잠바를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멋스러움은 감춰지지 않았다. 인터뷰 중간 중간 소년 같은 웃음을 보였지만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났다.

◆만화 원작 드라마 대박 제조기

-'궁', '비천무', '꽃보다 남자', 공개를 앞둔 '탐나는도다'에 이르기까지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순정만화를 좋아하나.

▶평소 만화를 좋아한다. 순정만화를 좋아하진 않는다. 만화 원작이 갖는 장점이 있다. 전형적인 대립구조다. 스토리 구조상 실패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성공하는 이야기들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상과 현실이 만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가상만화 원작이라는 점 때문에 100% 판타지가 된다면 곤란하다. 적정선의 판타지가 관건이다. '궁'은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꽃보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는 없는 '신화그룹'과 F4라는 꽃미남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꽃보다 남자'가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했나.

▶인기는 원작만화에서도 입증된 바다. 한국에 앞서 만들어진 일본판, 대만판도 성공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예상했던 바다. 원작과 앞서 만들어진 드라마의 성공은 우리가 한국판을 기획할 때부터 성공요인으로 꼽았던 요인 중 하나다.

-일본, 대만판의 선전으로 한국판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한국판이 전작에 비해 성공할지에 대한 염려다.

▶우려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오히려 업계의 우려를 우리는 성공요인으로 생각한 거다. 의아했다. 일부의 우려가 우리에겐 성공요인이니 말이다. 재미있지 않나? 나의 경우 '배트맨' 시리즈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봤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배트맨이 나온다고 하면 보고 또 보지 않는가.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


한국판 '꽃남' 신드롬, 해외시장 공략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 대한 아시아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판매가 완료됐다. 한국판의 선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판 '꽃남'의 전전으로 그동안 수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대만도 조만간 판매가 성사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이나 남미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방송이후 전기상 감독님과 후반작업을 거친 뒤 색 보정, 음향, CG 등의 재정비를 통해 해외시장에 내놓았을 때 손색이 없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에서 특히 반응이 뜨겁다.

▶만화 원작의 작가 카미오 요코 역시 흡족해 하고 있다. 4월에 현지 방송을 앞두고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외화벌이를 해야지 않는가. (하하)

-한국판의 선전으로 중국에서도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적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원작자는 향후 2년간은 다른 나라와 계약하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에서 '꽃보다 남자'를 드라마로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은 있다. 중국에서 도움을 요청받았다.

'꽃남', 캐스팅 후일담

-한국판이 원작만화의 등장인물과 가장 흡사하다는 평가가 대세다.

▶F4가 실패할 것이라고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원작에 가장 맞는 캐릭터를 꼽는 것이었다. 첫째 외모, 둘째 배우가 기존 지닌 이미지, 셋째 연기, 넷째 일본판과의 차별성이다. 캐스팅 당시 가장 많은 중점을 둔 부분은 외모였다.

-김현중은 F4 가운데 일본판, 대만판에 비해 원작과 가장 흡사한 외모로 꼽히고 있다.

▶'윤지후' 김현중의 경우는 외모와 이미지가 맞아 떨어진 인물이다. 연기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하드트레이닝에 돌입했다. 매일 되는 강훈련을 견뎌냈다. 첫 대본 연습 대와 달리 총 연습할 때는 잘하더라. 그만하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윤지련 작가는 김현중에 대해 '대본의 감성을 읽는 눈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궁'의 주지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을 비롯해 '꽃남'의 신인캐스팅까지 파격적이다.

▶신인이라도 드라마의 캐릭터와 맞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 생각은 언제나 변함없다. 대한민국에서 극중 캐릭터와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은 다 고려 대상이었다.

-여주인공의 비중이 크다. 구혜선을 특별히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여주인공을 두고 많은 사람을 만나봤는데 '이 아이가 잔디다'라는 인물이 없었다. F4는 99%이미 전해져있었다. 잔디 역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전기상 감독님이 구혜선을 추전했다. 구혜선씨 하면 순정만화주인공으로 떠올려지는 인물이다. 사실 만나보기 전에는 내심 반대했다. 만난 순간 깜짝 놀랐다. 구혜선 얼굴 옆에 만화책을 놓고 비교해 봤을 정도였다. 표지 속 인물과 너무도 닮았었다.
송병준 대표 ⓒ임성균 기자 tjdrbs23@


송병준, 그의 삶

-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나.

▶없다. '환상의 커플'은 그냥 카메오로 잠시 출연했던 거다. 전혀 관심 없다. 지금은 이 일만 하는데도 몸이 모자라다.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사람 인생은 알 수 없더라. 항상 누군가를 돕다가 새로운 일을 접하게 됐다. 연기도 그랬고 음악관련 일도 그랬고, 드라마 유통도 그랬고 제작도 그랬다.

-'에이미의 외삼촌'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게나 말이다. 어느날 송병준이 아닌 에이미의 외삼촌이라고 인터넷 실시간 순위에서 상위에 있더라. 하하. 에이미는 평범한 아이었다. 어느 날 '악녀일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서 처음엔 말렸었다. 이제는 나보다 더 많이 알려졌더라. 하하.
(송병준의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칠판에는 에이미가 쓴 낙서가 있다. 이 낙서에는 "절대로 지우지 말 것. 항상 에이미만 생각할 것" 이라고 쓰여있다.)

-에이미가 신화 멤버 이민우와 연애중인데.

▶내 조카랑 만나고 있는데 한번 제대로 만나야겠더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났다. 나는 티와 청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 친구는 나비넥타이까지 메고 왔더라. 농으로 '지팡이는 어디갔냐'고 했더니 '집에 두고 왔다'고 하더라. 하하. 재치있는 모습과 예의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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