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
TV와 스크린에서 양극단이 대중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여심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편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중장년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꽃보다 남자'와 '워낭소리'는 태생부터 출연진, 만든 생김새, 팬층까지 천양지차로 다르다. 그럼에도 두 작품이 대중문화에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선 '꽃보다 남자'와 '워낭소리'는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꽃보다 남자'가 꽃미남 판타지와 신데렐라 신드롬을 극단화시켰다면 '워낭소리'는 농촌으로 대표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환기시켰다. 자극적이거나 감동이거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을 동시에 건드리고 있는 것.
경제가 어려워지고 갈수록 각박해지는 요즘, 두 작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중의 원초적인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스폰지ENT의 조성규 대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독한 작품, 감정의 극한까지 가는 작품이 통하는 것 같다"면서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하나의 트랜드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품을 보는 동안은 세상 시름을 잊는다는 소리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각자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망각효과를 주고 있다. 원초적인 감성에 호소, 판타지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 영화 마케터는 "'꽃남'을 보는 동안은 세상 근심을 일단 잊는다. '워낭소리' 역시 부모님 생각보다는 그냥 막연한 고향을 떠올리면서 감상에 젖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이라는 설정과 죽을 날이 얼마 안된 늙은 소 이야기라는 양 대측점이 팍팍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당의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또한 '꽃보다 남자'와 '워낭소리'는 시대 흐름에 맞는 기획 작품이라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꽃보다 남자'는 꽃미남이라는 현상이 단순히 외모에 열광하는 시점을 지나 30대 여성이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지점에서 만들어졌다. 앞서 '앤티크'를 비롯한 꽃미남물이 발판을 마련한 시점에서 등장했기에 현재의 팬덤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꽃보다 남자'와 '워낭소리'는 30대 여성과 50대 중장년층이라는 대중문화 새 소비계층을 확인시켜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꽃보다 남자'는 TV 드라마가 40대 이상 여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지 오래됐지만 오피니언 리더인 30대 여성에 부합하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었다.
'워낭소리'는 극장을 찾는 행보가 한층 빨라진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획을 확인시켰다. '워낭소리'는 '과속스캔들'에 이어 가족영화에 대한 수요를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꽃보다 남자'와 '워낭소리'가 현재 대중문화 최전선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매체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식도 달라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TV 드라마는 공짜로 볼 수 있기에 자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꽃보다 남자'는 일본과 대만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국내에서는 영화 제작 논의가 아직 없다. 제작사가 영화 판권도 구입하지 않았다. 극장에서 자극이 난무하는 스릴러가 관객에 외면을 받는 한편 '과속스캔들' 같은 코미디와 '워낭소리'가 사랑을 받는 것 또한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극단이 통할수록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당의정이 언제나 통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 가지 방식으로 줄을 서는 것은 공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작자는 "그동안은 제작자들이 주위 흐름보다는 '자뻑'해서 만드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좀 더 시류를 감안하는 기획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과 극이 통하는 세상, '꽃남'과 '워낭'은 다른 지점에서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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