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한국CF에 어떻게 출연했나?

정현수 기자  |  2009.03.03 14:50

대통령을 닮아 고초를 치르던 시절이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케하는 외모로 TV 출연이 막혔던 한 탤런트의 고난은 지금껏 회자된다.

이제는 국가원수를 닮으면 돈이 되는 시절이다. 닮은꼴 외모로 CF에 출연해 거금을 거머쥐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흡사한 외양의 무명 코미디언은 한국 땅까지 밟았다.

최근 방영중인 스카이라이프 CF에 출연한 오바마 대통령. 그의 정체는 뉴욕 출신의 루이스 해밀턴(41)이다. 지난 2월 경기도에 위치한 모 대학에서 광고를 촬영했다.

스카이라이프측은 광고 촬영을 위해 미국에서 직접 대역 모델을 섭외했다.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 30여명의 닮은 꼴 모델을 추천받았고 그 중에서 외모가 가장 흡사한 해밀턴을 섭외해 촬영을 마쳤다. 모델료는 5000만원 이하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이 TV 광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01년에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닮은 꼴 모델을 광고에 출연시켰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대역을 맡았던 팀 와터스는 '클린턴 복제인간'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예 세계 정상 여러명을 동시에 출연시킨 광고도 있다. 알레르기 치료제 '지르텍'은 지난 2007년 선보인 광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 부시, 고르바초프, 블레어, 고이즈미 등과 닮은 배우를 동시에 출연시켜 호평을 받았다. 유수의 세계 정상을 한 광고에서 본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 대역 모델을 활용한 광고이기에 가능했다.

2003년 현대카드 미니M CF에도 각국 정상을 닮은 이미테이션 모델들이 코믹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 각각 대역으로 숀 코너리가 등장한 삼성전자 '센스Q',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 하나로통신, 윌 스미스·리처드 기어가 나온 LG화학 광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닮은 꼴 모델이 등장한 광고까지 헤아리면 그 수는 무지기수로 늘어난다.

이처럼 해외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국내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우선 비싼 모델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데 있다. 유명 외국 배우의 경우 '한 번 모시기 위해서'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닮은 꼴 모델은 이들의 1/10 수준의 모델료만 지불하면 된다.

여기에 '닮은 꼴'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슈화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일종의 '패러디 효과'인 셈이다. 어렵게 여겨지는 외국 정상들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설정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노릴 수도 있는 것.

미국에서도 이 같은 닮은 꼴 배우들을 '임퍼서네이터(Impersonator)'로 지칭하면서 이들을 활용한 광고 시장을 활발하게 꾸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임퍼서네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에이전시까지 수두룩하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모델료나 광고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광고에서 닮은 꼴 모델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시장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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