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국영화만 6편..'치킨게임' 우려 목소리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3.23 14:13


절벽으로 질주하는 치킨게임인가, 아니면 전략적인 선택인가.

4월 한국영화들이 앞 다퉈 개봉일을 확정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극장 비수기인 4월, 한국영화들이 6편이나 개봉하면서 적은 관객을 나눠 갖게 돼 공멸의 위험이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한국영화끼리 절벽을 향해 달려가다가 멈추는 게임인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 같다"면서 과도한 경쟁을 걱정했다. 지난 19일 개봉한 '실종'으로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중견배우 문성근도 "한국영화끼리 제살을 깎아먹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4월 개봉을 확정한 영화는 2일 개봉하는 '그림자살인'과 '9일 개봉하는 '우리집에 왜 왔니', 23일 '7급 공무원'과 '지금,이대로가 좋아요', 30일 '박쥐'와 '인사동 스캔들' 등 총 6편이다. 당초 '김씨표류기'가 30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5월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7편에서 6편으로 줄었다.

왜 올해는 이처럼 4월에 한국영화가 집중된 것일까?

4월은 3월과 함께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이다. 때문에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나는 4월말부터 5월 극장가를 겨냥해 한국영화가 개봉하곤 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5월 대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아예 이 시기를 피해 하반기로 개봉을 늦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올해도 '울버린' '터미네이터4' '해리포터4' '트랜스포머2' 등 대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근 몇년사이 한국영화들이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를 피하려는 전략을 사용하면서 4월은 무주공산에 가까웠으며, 상당수 창고영화들이 빈틈을 노려 개봉했다.

하지만 올해 개봉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창고영화가 아니라 각 제작사와 투자사가 주력상품으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라 이례적이다. 이는 5월부터 시작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뿐 아니라 이른바 빅4로 불리는 '해운대' '전우치' '마더' '박쥐' 등 한국영화 기대작을 피하기 위한 전략전인 선택이었다.

메이저배급사들도 여름 성수기에 외화와 한국영화 라인업이 확정된 상황인 터라 더 이상 개봉을 늦출 경우 하반기로 아예 밀릴 수 있기에 이들 영화들의 4월 개봉을 확정했다. '7급 공무원'을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배급할 다른 영화들을 고려해 4월 개봉을 확정했다"면서 "한국영화끼리 심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기도 아닌 4월 한국영화 6편이 경쟁하는 선택이 고육지책인지, 장고 끝에 악수가 된 것일지, 여하튼 4월 극장가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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