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은 행복해 보였다. 인터뷰를 하다가 구역질을 할 만큼 건강이 안 좋았던 그녀도, 각종 악플에 내심 시달렸을 그녀도, 오간데 없었다. 4월9일 개봉을 앞둔 '우리집에 왜 왔니'에 출연한 강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올드보이'로 신데렐라가 됐던 강혜정은 개성 넘치는 연기로 그동안 사랑을 받다가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거쳤다. 긴 터널을 통과한 느낌이랄까, 강혜정은 봄꽃처럼 화사한 기운이 만연했다. 그리고 그 행복한 기운을 주위에 기분 좋게 전하고 있다.
강혜정은 '우리집에 왜왔니'에서 자살을 꿈꾸는 백수 집에 쳐들어와 그를 감금하고 옆 건물에 살고 있는 옛사랑을 감시하는 역을 맡았다. 노숙자 캐릭터로 또 엉뚱한 역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어깨에 힘을 빼고 연기했다. 강혜정의 봄날은 이제 시작됐다.
-'우리집에 왜왔니'에 출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황수아 감독이 '세탁소'로 이 작품을 준비하던 시절,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스토킹이라는 부분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노숙자 캐릭터라는 점이 확 끌렸다. 언제 해보겠나, 노숙자를.
-그렇게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주로 하는 이유가 있다면.
▶아픔이 있거나 치유가 가능한 빈 공간이 있는 캐릭터에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사는 게 그렇지 않나. 때로는 치유되고 아프고 무덤덤해지고.
-스스로도 그런 캐릭터이기 때문인가.
▶난 안좋은 기억에는 센스를 닫아놓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자랐다.
-결국 스토킹 때문에 한 남자를 감금하는 역이다. 그 때문에 자살 중독자가 치유되기도 하지만. 여자 감독과 첫 작품이기도 한데.
▶내가 중요한 역이기에 죄책감은 없었다.(웃음) 이 영화에 스토킹은 일종의 장치니깐 혹독하게 표현된 것은 아니다. 나도 스토킹을 하거나 당하는 것과는 거리가 머니깐. 내가 스토킹하는 대상인 빅뱅의 승리는 익숙할지도 모른다. 아이돌이니깐.(웃음)
-이번 역할은 설정은 강하지만 연기는 가벼운 느낌으로 했어야 했을텐데.
▶좋은 지적이다. 설정은 모 아니면 도가 좋은데. 설정은 도인데 정서는 모가 되니깐 헷갈리더라. 액션이 심심해 보이면 어떨까 혼란을 겪기도 했고.
-그건 그동안 강혜정이 감정을 끝까지 세게 간직하는 역을 주로 맡았기 때문이 아닐지.
▶ 어떤 사람들은 어느 순간 내가 착한 영화를 한다고 하지만 그 속에서 인물은 셌다. 그렇기 때문에 인이 배겼다고 할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게 헷갈리더라.
-연기에서 힘을 빼기 시작한 게 힘든 시기를 거치고 난 뒤라는 점이 인상적인데.
▶최대한 마음을 다쳤을 법한 시간, 그 때의 고뇌, 외부의 시간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할 거름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깨달음의 순간이었고.
-왜 이렇게 불행이 연이어 오는 것일까란 생각도 있었을 법한데.
▶'우리집에 왜왔니'에 보면 '최악이라고 생각한 순간 또 불행이 찾아온다'는 대사가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은 그 불행에서 한 발자국 걸어 나왔다.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일이든 사랑이든 대인관계든 어려운 순간에서 어떻게든 나오지 않나.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다. 살도 찌고. 이제 인터뷰 하다 구역질 안한다.(웃음) 예전에는 기성복이 허리에 맞지 않았는데 이제는 맞는다.
-이제 기성복이 맞는 여인의 감정을 연기할 수 있겠다. 소속사를 가수 매니지먼트사인 YG엔터테인먼트로 옮겼는데.
▶소속사를 옮길 즈음 만난 회사가 두 곳이었다. 그 중 하나가 YG였고. 많은 계산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이 소속사는 나를 자유롭게 내버려둘 것 같았다.
▶어우~그럼. 연기하는 사람이 음악 하는 사람을 언제 볼 수 있겠나. 그것도 최고 아이돌인데.
-남자친구인 타블로가 '반쪽을 찾았다'고 하더라. 서로 음악과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나누나.
▶원래 오빠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영화감독을 하려고 했을 정도니깐. 내 직업을 자랑스러워하고 많이 이해해준다.
-공개된 삶을 살면서도 숨기지 않는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대중들의 관심, 연예인에 대한 가십. 숨기고자 했으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불안해하고 싶지 않았다. 좋으면 표현해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하지만 반작용도 많고 이미 혹독하게 겪어봤을텐데.
▶연기로 그런 것을 당하면 올곧이 내 책임이다. 하지만 개인으로 살 때는 연예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사실 여배우로 사는 게 외롭고 고독하다. 다들 상처 받은 영혼이고. 각자가 그런 부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반응이 오더라도 내가 연예인으로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힘들었던 시기에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지던가, 아니면 모든 것을 때려치고 싶던가.
▶둘 다였다. 감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지 않나. 제대로 미치도록 연기해보고 싶다가도 다 하기 싫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다.
-지금 일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요근래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오감이 다 터질 것 같은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일상적인 연기보단 여전히 강한 역이 끌린다는 뜻인가.
▶글쎄 내가 했던 역이 그렇게 강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해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그래도 그런 작품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왜 메릴 스트립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소피의 선택'이 전혀 다른데도 그녀가 사라지지 않지 않나. 무모한 바람일 수도 있지만 난 강혜정보단 맡았던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
-지금 사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오빠 이번 앨범이 잘됐으면 좋겠다.
-본인의 바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면 그게 얼마나 행복을 주는지 모른다. 오빠 가슴에 웃음꽃이 피면 내 가슴엔 더 큰 꽃이 핀답니다.(웃음)
-이제 외롭지 않아 보인다. 행복해 보이고. 남자친구 덕인가.
▶메이비 99.9%.(웃음) 행복은 숨겨지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누구를 만다던 일과 사랑 중 하나만 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앞으로도 그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은 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존중해준다. 그래서 그런 선택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의 하나 천재지변이라도 생겨서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난 사랑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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