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박쥐' 속에 내 모습이 담겼다"

김현록 기자  |  2009.03.31 12:22
박찬욱 감독 ⓒ홍봉진 기자 hongga@

박찬욱 감독이 새 영화 '박쥐' 속에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은 31일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10년간 생각을 해 온 애착이 많이 가는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현장에서 강호씨에게 출연 제의를 했을 만큼 오랫동안 생각해 온 이야기고, 주인공 남자의 성격에 제 자신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여태까지 만든 영화중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송강호씨가 맡은 신부 캐릭터가 나약하고 비겁한 면이 있고,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자신을 합리화한다거나 변명하다는 점이 닮아 있다.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처음 송강호 씨에게 출연을 제의했을 때 강호씨 표현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당장 찍고 있는 이 영화가 과연 어떻게 갈 것인가 모르는데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감독을 바라보던, 그 두려움에 사로잡힌 표정을 지금 생생히 기억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박 감독은 "사제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이나 여러 죄악을 저질러야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본의 아니게 놓이게 되면 그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영화를 통해 다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그 다음에 떠오른 것이 뱀파이어라는 개념이었다. 신부가 먼저 있고, 뱀파이어가 그 다음에 왔다. 여기에 에밀 졸라의 소설이 뒤늦게 결합되는 과정을 밟았다"고 이야기 구성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 '박쥐'는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이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와 사랑에 빠진 뒤 인간적인 욕망에 눈뜨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뱀파이어 치정 멜로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투자 및 배급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오는 4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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