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숨기기, 엉뚱링크..만우절 묘미는 팬페이지

최문정 기자  |  2009.04.01 16:23
만우절을 맞아 새로운 메인 화면을 내건 한 팬페이지 <사진출처=홈페이지캡처>

분명 자주 들어가던 좋아하는 가수의 팬페이지이건만 눈앞의 화면에는 평소 경쟁대상으로 생각했던 가수의 얼굴이 활짝 웃고 있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껐다 다시 켜 봐도 마찬가지, 한참을 당황하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 그래. 오늘 만우절이었지?"

유행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10대와 20대라고 한다. 팬 문화를 이끄는 것도 주로 이들이다. 이러한 공통점으로 똘똘 뭉친 곳, 팬사이트는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그들만의 축제에 빠졌다.

컴퓨터 능력을 뽐내봐‥만우절, 팬페이지를 뒤엎어라!

팬페이지를 운영하는 팬들은 컴퓨터와 친근한 세대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새로운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바로 홈페이지에 살짝 손을 대서 전혀 색다른 재미, 혹은 황당함 속의 폭소거리를 준비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엉뚱한 이미지를 띄워 팬들을 교란시키는 방법이다. 샤이니의 팬페이지로 바뀐 듯한 동방신기의 팬페이지 등 '오늘만 변심'형부터 'VIP'라는 팬 명을 활용해 모 패밀리 레스토랑 웹페이지인냥 바뀌어 버린 사이트 등이 팬들에게 웃음을 준다.

일명 '대문'(메인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한 웹페이지)을 바꿔서 팬페이지를 찾은 이들을 시험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 화면이 나오거나 아예 시가 한 소절 뜨거나 멋진 자연사진이 뜨는 등 '팬페이지가 사라졌나 보다'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돌아선다면 너무나 순진한 것, 각 이미지의 구석구석을 죄다 클릭해보다 보면 결국 메인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 링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엉뚱하게 포털 사이트가 뜨거나 연예인의 미니홈피로 연결되는 등 '낚시'성 링크가 있을 수 있음은 염두 해야 한다.
슈퍼주니어 신동의 만우절 맞이 글 <사진출처=신동미니홈피>


우리의 소망이 현실이 되기를‥이것이 진정한 '낚시'

요즘 인터넷에선 고기보다 사람을 더 자주 낚는다. 제목만으로 낚여 클릭했더니 자신의 미니홈피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술수이고, 예고와 '스포'(스포일러의 약자)라는 글들에 낚여 눈에 핏발 선채 '본방 사수'했더니 핵심 화면은 역광처리 되거나 아예 방송되지도 않은 채 다음 회 예고에서 또다시 등장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이런 '낚시'가 만우절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젠 팬 그만두겠습니다" 정도는 너무 뻔하다는 힐난을 받을 정도로 널리 퍼진 유형, "드라마 캐스팅 됐답니다"해서 클릭해보면 동명이인 이야기나 '이랬으면 좋겠어요' 류의 글이 뜬다. "멤버들이 주인공이 된 시트콤이 만들어진대요"라고 해서 클릭하면 "아, 낚이셨네요"란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현재 자기 옆에 있다는 얘기나 팬미팅 일정을 전하는 등 전혀 근거 없는 꿈에서 본 이야기들로 다른 팬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팬들은 "만우절 폭풍"이라며 "아직 즐길 거리는 많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4월 1일을 즐긴다. 동시에 "뭐라고 해도 다 믿을 수가 없다"고 하는 한편 좋은 소식에는 "만우절 낚시가 아니기를..", 안 좋은 소식에는 "차라리 만우절 낚시이기를.."이라고 바라기도 한다.

만우절은 모두의 날..연예인도 즐긴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신동의 미니홈피를 찾았던 팬들은 한동안 철렁한 가슴을 달래야 했다. 마치 성형외과에서 한 차례 상담을 받고 예산까지 내본 냥 얼굴 여기저기 펜 자국이 가득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드디어 결심했습니다. 정말 멋진 외모와 멋진 마음과 멋진 생각을 가지고 돌아와 멋진 신동이 되겠습니다"라는 심경고백 같은 글까지 이어지자 잠깐 웃고 넘기려면 팬들까지도 '혹시'하며 걱정하게 된다.

물론 이는 만우절 이벤트의 하나다. 신동은 이와는 다른 폴더에 마치 실제 기사라도 난 듯 조작한 이미지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는 증거 이미지를 올리며 만우절의 특별함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한때 지나치게 만우절을 즐겨 구설수에 오르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2009년의 만우절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재치만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낸 채, 혹은 감춘 채 팬들과 함께 만우절을 즐기는 스타들의 모습이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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