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연이은 동반자살 '무도리' 영향?

정진우 기자  |  2009.04.23 11:45
↑ 강원도 경포호 주변 모습(ⓒ강원도청)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강원도가 최근 '동반자살'의 주요무대로 떠올랐다.

최근 이 지역에선 3차례 연쇄 동반자살로 남녀 11명이 사망했다. 지난 22일에도 남녀 5명이 동반자살을 기도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실패했다.

첫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정선군에서 발생했다. 한 민박집에서 남녀 4명이 연탄불을 피워 놓고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일주일 후인 15일엔 횡성군의 한 펜션에서 남녀 5명이 연탄불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을 시도해 4명이 죽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17일엔 인제군의 한 휴게소 주차장에 세워진 카니발 승용차에서 남녀 3명이 역시 똑같은 수법으로 자살했다.

지난 22일 오후에는 홍천의 한 펜션에서 남녀 5명이 같은 수법으로 함께 자살을 기도했지만 펜션 주인이 신고해 미수에 그쳤다.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이들은 홍천의 한 펜션에서 동반자살을 기도했지만 주인의 신고로 실패했다.

최근 이처럼 이 지역에서 똑같은 수법의 동반자살 시도가 끊이지 않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지역 경찰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강원도를 대도시와 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산이 많고 지형이 험해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기에 편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동반자살 장소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광객들이 많아 함께 자살하기 위해 몰려다녀도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없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해도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강원도를 외진 곳이라고 여기며 남의 시선을 피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강원도에서 한번 이런 사건이 나오니까 계속 모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강원도의 힘', '낮술'에 나온 것처럼 우연한 여행과 만남이 이뤄지는 낭만적인 공간이 자살장소로 떠오르자, 강원도 지역 관광업 종사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강원도에 모여 함께 자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무도리'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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