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마더' 숨은 이야기③

김건우 기자  |  2009.05.28 09:20
봉준호 감독 ⓒ 임성균 기자

영화 '마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엄마와 아들 도준의 관계다. 도준은 늦은 밤 방에 들어와 엄마의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잔다. 모자 관계이면서 애인관계인 듯한 묘한 분위기가 관객을 자극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섹스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섹스는 영화 '마더'의 서브텍
스트(숨겨진 문맥)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 봉준호 감독은 남은 절반의 성공을 기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엄마의 광기와 함께 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 그것을 들어봤다.

-극중에는 엄마가 섹스신을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없으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을 것 같다. 굳이 여배우 가슴을 노출하는 등 노골적으로 찍은 이유가 있는지.

▶폭력이나 주제 때문에 15세 관람가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았을까? 여배우 가슴이 나오고, 그것을 혜자 선생님이 노골적으로 목격하게 하고 싶었다. 혜자 선생님이 베드신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경스럽다. 그것은 혜자 선생님의 지금까지 이미지와 굉장히 멀기 때문이다.

영화 '마더'에서 섹스는 서브 텍스트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혜자 선생님이 청춘 남녀의 섹스를 목격함으로 써 그것이 시작되는 것이다. 확대되면 마을의 추악한 섹스가 등장하게 된다. 그 장면은 서브 텍스트로 꼭 필요했다.

-가령 도준은 엄마의 가슴을 만질 때 애무의 느낌이 있었다. 보통 아이가 엄마의 가슴을 잡을 때 성적 도구가 아니라 먹을 것으로 인식해 꽉 잡는 반면, 도준에게는 연인의 느낌이 숨어 있다.

▶그 장면도 그렇지만 엄마와 도준이 닭백숙을 먹을 때도 엄마는 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요새 누구 만나?' 마치 질투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들을 남자로 대하면서 잘 수 없는 그런 관계다. '마더'는 혜자를 둘러싼 개인적인 영역, 그것이 섹스에 대한 이야기로 관통하고 있다. 후반부 혜자와 진태의 관계에서도 궁금증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엄마와 도준은 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같은 질문은 칸국제영화제에서 많이 받았다. 외국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한 방에서 자는 것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많이 언급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는지.

▶(웃으면서)나도 궁금해 하면서 찍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섹스에 대한 것이 담겨 있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엄마가 목격하는 섹스 하는 남녀가 끝말잇기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그들의 섹스가 처음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 익숙한 느낌을 생각하다 엉뚱하게 떠올랐다. 혜자는 바들바들 떠는데 밖에서 애들은 그렇게 놓고 있다. 긴장해 흘리는 혜자의 땀과 섹스를 하면서 흘리는 남녀의 땀, 그것을 유희적으로 대비시키고 싶었다.

-영화의 마을에는 세 가지 모습이 있다.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 달동네 느낌, 굉장히 동떨어진 마을의 느낌이 그것이다. 사실 이 세 모습이 한 동네에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의도에서 그랬는지.

▶영화는 흔히 말하는 읍내, 좀 더 외곽으로 빠지면 달동네 같은 곳, 더 나아가면 버려진 놀이동산 같은 공간 등등 다양한 모습이 있다. 그게 지방의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차로 2-3분만 가도 논밭이 나온다.

아마 혜자 선생님이 버스를 타고 가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았으면 느낌이 덜 했을 것 같다. 마치 도보로 모두 다니는 것 같지 않나. 그곳에는 농촌과 도시가 혼재돼 있다.

'살인의 추억'이 80년 대 시공간을 명확하게 하려 했다면 이 영화는 그 명확함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 없이 엄마 아들에게 집중하는 것으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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