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웃으면서 겁줘요."
악녀가 더 소름끼칠 때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칼 들고 설칠 때가 아닐까. 고현정이 열연하고 있는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의 미실. 신라 진흥왕부터 진지왕을 거쳐 진평왕(조민기)에 이르기까지 신라 왕들을 쥐락펴락한 그녀, 화랑의 여성 지도자인 원화 직책까지 거머쥔 채 황후자리까지 넘보는 실세 중의 실세다. 한없이 우아하고 부드러운 것 같으나 알고 보면 집착에 가까운 권력욕에 사로잡혀 사람 죽이기를 일도 아닌 것으로 아는 악녀 중의 악녀다.
3회 방송분에선 미실의 이런 '미소 짓는 악녀'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났다. 천명공주의 회상신이었는데 둘째 아우가 돌연사한 후 혼자 울고 있을 때였다. '어출쌍생이면 성골남진'이라 하여 '황후가 쌍둥이를 나으면 성골 남자들의 씨가 마른다'는 황실 예언으로 천명공주, 고민이 많았다. 천명공주는 다름 아닌 진평왕의 황후 마야부인이 낳은 쌍둥이 공주 중 첫째로, 둘째는 현재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피신을 간 덕만공주다. 그리고 예언대로 세 왕자가 연이어 죽었다.
친절한 척 하다가 사람 괴롭히고 기막히게 만드는 이런 재주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와 오버랩된다. 교도소에 있던 시절 '금자' 이영애는 천사로 불리었다. 노인 재소자의 대소변까지 받아낸 것. 그러나 험악했던 교도소 여자 방장을 서서히 죽게 만든 교활한 마녀이기도 했다. 숨넘어가는 마지막 순간 그 여자 방장에게 금자는 이런 말을 했다. 그것도 한없이 착한 얼굴로. "언니, 이제 밥도 많이 먹고 약도 많이 먹고 빨리 죽어."
또한 금자가 출소한 직후 "착하게 살라"며 두부를 건네는 목사에게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건넨 "너나 잘 하세요"도 비슷한 맥락. 이는 '선덕여왕' 첫 회에서 "사람이 중요하다"고 피력한 진흥왕 앞에서 한없이 공손하다 갑자기 버럭 성질을 낸 미실과 매한가지다. "사람? 내 사람들이옵니다. 폐하, 보시옵소서. 폐하가 아닌 나 미실의 사람들이옵니다.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 두 악녀의 급반전 멘트에 당한 목사나 진흥왕, 여자방장과 천명공주, 그 창졸간의 상처는 꽤나 깊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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