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이 달라졌다. 99년 고등학교 1학년 때 X세대 스타로 데뷔한 이 처자는 10년이 지나면서 사랑을 했고, 연기에 눈을 떴으며, 여인이 됐다. 9일 개봉을 앞둔 '오감도'는 김효진의 지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다섯 감독의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오감도'에서 김효진은 민규동 감독의 '시작과 끝' 편에 출연했다. 김효진은 이 작품에서 한 여인(엄정화)을 사랑해 그녀의 남편(황정민)과 불륜을 저지르는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상대에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여인. 어쩌면 영화 속 모습은 연기라는 애정의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했던 과거의 김효진과도 닮았다.
김효진은 이 영화를 위해 머리를 잘랐다. 황정민과 사도 매조히즘 베드신도 찍었으며, 엄정화와 동성 베드신도 불사했다. 발랄한 이미지로 소화되던 과거 김효진은 간 데 없다.
-어려운 요소가 많은 작품인데 선뜻 출연을 결심했는데.
▶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끌림이 있었다.
-남녀와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한 여인을 사랑해서 그녀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 내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맡은 역이 양성성을 갖고 있지 않나. 사랑을 위해 남자를 이용하기도 하고. 그런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격렬한 베드신 등 여배우로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는데.
▶ 이제는 내가 원하는 배우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힘든 장면을 어렵지 않게 소화하는 것을 보고 내 열정이 잘 표현되는 것 같았다.
-발랄한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의외다란 생각도 있었는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로 힘들어하진 않는다. 다만 남들이 내가 이런 영화를 찍는 것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 내 열정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래 배우들보다 섹스어필하기도 하고 또 성적인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은데.
▶섹스어필하다는 것은 여배우로서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성적인 연기는 꼭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에 받아들인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데뷔한 지 10년째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처음부터 이렇게 크진 않았을텐데.
▶올해 스물여섯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점점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 고민이 생기고 열정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도전 욕심도 생기고. 굉장히 열심히 살려고 했던 것 같다. 꿈이 항상 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행복합니다'를 오래 찍을 때 매너리즘도 겪었다. 그런데 월드비젼과 봉사하러 갔을 때 어린 아이들이 드라마 속 내 모습을 기억하고 너무 좋아하더라. 용기를 얻었다.
-'오감도'의 주제는 에로스다. 김효진이 생각하는 에로스란.
▶에로스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욕망의 실현이고. 죽음을 부르는 사랑이다. 물론 에로스만이 사랑은 아니잖나. 진정한 사랑은 정신과 육체가 합쳐져야 완성되는 것 같다.
-지금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나.
▶그렇다.
-남자친구인 유지태와 긍정적인 영향을 서로 주고받고 있는 것 같은데.
▶연기나 삶의 방향점이나 통하는 게 많다. 서로 작품 선택에 대한 충고는 안하는 편이다. 서로를 존중하니깐.
-공개 연애를 하다보니 불편한 시선도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유지태의 연인으로 불린다든지.
▶유지태의 연인이라는 표현이 좋다. 오빠가 더 영향력 있는 배우니깐. 좋은 사람이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다.
-의식하지는 못할지라도 요즘 선택은 김효진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데 주안점을 둔 것 같은데.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의식해서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았다. 음, 그런 것은 있다. 연극을 할 때도 내가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시선들. 이 악물고 하는 거지, 뭐. 연극에서 느끼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끝나면 어떤 모습이 돼 있을지 기대된다.
-스타로 시작했다. 다시 스타가 되고 싶나.
▶원래부터 목표가 스타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스타가 더 영향력을 줄 수 있구나란 생각은 한다. 김효진이 하면 짧은 대사라도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명품이 오랜 시간 쌓여서 그런 찬사를 받는 것처럼 지금 나는 그런 준비 기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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