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은 미실파 vs 덕만파 롤플레잉 게임

김겨울 기자  |  2009.08.19 10:02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이 18일 방송에서 42.0%(TNS미디어 전국일일기준)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시작한 '선덕여왕'은 전작 '내조의 여왕'의 인기에 힘입어 10%대 후반의 안정된 시청률로 출발했다. 특히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감행한 미실(고현정 분)의 열연, 중국 사막에서 고군분투하던 어린 덕만(남지현 분)의 노력에 힘입어 20%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9회부터 등장한 성인 연기자들(이요원, 엄태웅)에 대한 낯설음으로 시청률은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이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점차 시청률이 회복되고, 사다함의 매화 에피소드, 덕만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그리고 천명(박예진 분)의 죽음 등에서 시청률은 40% 가까이 육박했다.

그리고 17, 18일 비담(김남길 분)에 이어 월야(주상욱 분)라는 새로운 인물이 추가 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 몰이에 성공, 급기야 42.0%라는 시청률을 달성하며 국민드라마를 등극했다. 이 같은 '선덕여왕'의 인기,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선덕여왕'을 1부와 2부로 구분 짓는다면 '천명의 죽음' 전후로 나뉠 수 있다. 이는 덕만의 심리적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덕만은 가짜 엄마인 소화(서영희 분)에게서 자신의 근본도 모르고 자랐다. 이후 자신이 겪는 고비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남장을 한 화랑도로서 천명과 유신랑을 따르게 됐다.

간간히 죽방(이문식 분)과 고도(류담 분), 알천랑(이승효 분) 등에게 내재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지만 덕만은 큰 욕심 없이 정의로운 편에 서는 화랑일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혼란을 겪었다. 쌍생아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유신랑과 떠날 차비를 하던 중 언니인 천명이 독화살을 맞고 죽는 광경을 목격했다.

덕만은 좌절하고 그간까지의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스스로 궁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이제 덕만은 복수의 대상인 미실과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사실 덕만은 평범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다. 어려서 이국땅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영문도 모른 채 숨어 살아야 했고, 이후 살기 위해 남장 여자 행세를 하고, 그 이후에는 남장 여자 화랑이 돼 공주와 화랑들과 친분을 맺는다. 덕만의 이 같은 삶은 천명의 죽음으로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행보 속에서 개연성을 갖게 됐다.

덕만은 이국땅에서 있었던 만큼 중국어와 아랍어 등에 능통해 국제 정세에도 밝다는 점, 남장 여자 화랑을 지냈던 만큼 신라에서 가장 영향력을 지닌 화랑 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 마지막까지 소통했던 공주를 통해서 미실 세력에 대한 사전 준비를 했다는 점 등이 앞으로 덕만이 미실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미실 파에 대응할 만한 덕만 파의 세력도 점점 완성돼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선덕여왕'의 박홍균 PD는 "처음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선덕여왕'을 계획했을 때 롤플레잉 게임을 생각했다"며 "롤플레잉 게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하나씩 얻어나가듯 사람을 얻는 이야기가 이 극의 모티프"라고 설명했다. 박 PD는 "'선덕여왕'에서도 각 쓰임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능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나가는 리더십이 왕권을 얻는 데 결정적인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덕만 파에 유 신랑, 비담, 월야 등 여러 인물들이 있고, 앞으로 천명의 아들 김춘추의 합류도 예고됨에 따라 앞으로 미실 파와의 전쟁에서 이들이 어떻게 승리를 쟁취해나갈지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를 모은다. 또 더 이상 남장 여자가 아닌 신라의 왕족으로서 미실 앞에서 당당한 위치에 선 덕만의 변화도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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