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前KBS사장 "엄기영, 스스로 물러나지마라"

김명은 기자  |  2009.09.01 09:18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엄기영 MBC 사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정연주 전 사장은 8월 31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에 엄기영 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실었다.

오마이뉴스는 편집자말을 통해 이 글을 "이명박 정권에 의해 지난해 8월 '강제해임'을 당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최근 비슷한 위기에 처해있는 엄기영 MBC 사장에게 보낸 편지이다. '오마이뉴스'에 공개되는 이 글은 정연주 전 사장이 강제해임을 당한 후 처음으로 쓰는 칼럼"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에서 정 전 사장은 "당신에게 편지를 쓰게 된 까닭은 당신이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제가 지난해 비슷한 처지에서 절실하게 경험한 터여서, 그 고뇌와 고통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이어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분 요즘 보면 '방통' 위원장 자리를 '방송대통령' 자리로 착각하는 것 같다"며 "이 정권의 오만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것 같다"고 현 정부 인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엄 사장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힘들고 온갖 모욕과 비난과 인신공격이 당신에게 가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것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것이 바로 MBC 사장이 지금 이 시점에 우리 역사 앞에서 감당해야 하는 책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코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앞서 엄기영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자진사퇴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사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MBC의 독립성과 구성원들의 자존심, 또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책무,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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