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지금 내가 필요한 건 열정,그리고 가정"(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0.17 07:00
송희진 기자 songhj@

장동건. 그는 고유명사다. 이름 석자만으로 설명이 된다. '무릎팍도사'에서 공개적으로 출연을 애원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화제를 모은다. 아도니스, 아프로디테 여신의 사랑을 받은 미소년의 이름이 장동건의 별칭이었다.

장동건은 바로 그 '장동건'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미지가 곧 메시지인 시대, 장동건은 장동건이란 이미지 안에 갇혀 고군분투했다. 빛나는 외모는 장동건에 축복이자 족쇄이기도 했다.

17년 연기 생활 동안 그가 택한 갈지자 행보는 꽃미남이란 수식어를 벗어던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장동건의 시야는 아시아와 세계로 좀 더 넓어졌다. 한국이란 울타리는 그를 가둬놓기 좁은 듯 했고, 그는 장동건이란 이미지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벗어나려는 듯 보였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22일 개봉하는 '굿모닝 프레지던트'(감독 장진)로 4년만에 한국영화에 출연했다. 장동건은 이 영화에 그의 이미지를 온건히 가져왔다. 강대국에 강단 있게 맞서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에겐 더없이 부드러운 남자. 비록 대통령이지만 생활인 장동건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로 돌아왔다.

신화 속 아도니스는 꽃이 됐다. 하지만 장동건은 꽃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것만은 분명한 듯 했다. 그를 만났다. 장동건은 "두 달 끊었다가 다시 피기 시작했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촬영이 끝난 뒤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던데.

▶촬영 끝나는 날부터 다시 피기 시작한 것 같다. 한동안 하루에 3갑씩 피웠으니깐, 나보다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다.

-'박중훈쇼'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룬다는 이야기를 한 뒤 장동건이 무척 외로운 시간을 보내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심심해서 힘들었던 것 같다. 농담처럼 이야기한 게 확대된 것 같기도 하고. 내 나이에 싱글이라면 외로움을 타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 영화 촬영을 시작했더니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

-장동건이란 이미지를 벗어나려 했던 사람이 4년만에 복귀작으로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선택해 의외였다. 꼭 어울리기도 했지만.

▶그동안 마음에 들었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워리어즈 웨이' 촬영과 겹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전에 했던 캐릭터에서 크게 안 벗어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밝고 따뜻한 영화여서 좋았다.

-원톱도 아닌데.

▶3분의 1이란 게 그렇지만(웃음) 오랜만에 출연하는데 부담을 나눌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장진 감독은 배우의 연기 실력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점도 끌리지 않았나.

▶관객으로서 장진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 코미디가 캐릭터를 해치지 않고 미더워보였다. 장진 감독이 나이가 좀 더 많지만 비슷한 연배다 보니 친구 같기도 했다. 현장이 무척 재미있기도 했고. 전투적인 의식이 충만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해줘서 부담이 없었다.

-꽃미남 대통령 역이다. 과거완 다른 선택인데.

▶의도적으로 외모를 빌어서 하는 것을 피해서 해왔다. 그러다보니 그런 것에 집착했던 게 아닌가 싶다. 나만의 캐릭터가 분명히 있었을텐데. 이제는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예전엔 왜 나한테는 외모만 물어볼까, 그런데 반발심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피하는 것 자체가 내 특징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역은 대통령이지만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인간 장동건이 드러나는 것도 같고.

▶생활연기가 들어있으니깐. '태풍'에서 극적인 캐릭터의 끝을 보여준 것 같다. 다시 생활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표준어 연기도 오랜만이고.

-비슷하게 출발한 배우들 중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엇갈린 작품 선택이나 절제된 행동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품 선택도 신중하고. 그 결과 한동안 CF에서만 보게 된 것도 같은데.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4년만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나도 깜짝 놀랐다. '워리어즈 웨이'를 찍었으니 정확히 4년만에 두 작품을 찍은 셈이다. 남자배우로서 30대 중반에 가장 매력적인 역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보낸 게 너무 아쉽다. 예전 같지 않게 결과를 의식하는 게 아닌가 반성도 했다.

-'워리어즈 웨이'를 하기 전 한 때 장동건은 할리우드 영화만 하려 한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로스트 메모리즈'로 일본배우들과 작업을 해보는 것도 그렇고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도 그렇고 나에겐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워리어즈 웨이'도 미국 관객에 나를 보여주면 어떨까란 도전이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주방은 대통령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공간이다. 장동건에게도 그런 사적인 공간이 있는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가장 큰 조언자는 아버지셨다. 연기를 시작할 때, 또 연기를 중단하고 학교를 선택했을 때. 아버지의 조언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송희진 기자 songhj@

-한국영화를 다시 하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장동건을 변하게 한 것 같기도 한데.

▶ 돌이켜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한 작품을 끝내면 다른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그런데 '워리어즈 웨이'를 끝낸 뒤에는 그런 생각이 별로 안들었다. 일상은 바빴지만. 남모르는 방황을 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하면서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은 느낌이었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액션 연기나 감정을 극대화할 필요가 없었던 터라 좀 심심했을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몸을 많이 써야 하고 독한 감정을 표현할 때는 카메라 앞에서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번 영화는 오히려 한 가지 감정만 잡을 필요가 없어서 폭 넓게 생각할 수 있었다. 깊이보다 넓이로 생각하게 됐다고 할까.

-대통령 역을 맡으면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나.

▶글쎄, 영화 속 대통령 같은 선택을 하면 영화 속 국민은 감동을 받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선택을 하면 반대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 대통령은 능력과 자질이 충분한 분들이 하시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고. 다만 소통의 문제가 남을 뿐인 것 같다.

-영화 속 떡볶이 장면처럼 가식적인 일을 해본 적이 있나.

▶물론 많죠. 선의의 가식이랄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장동건으로서 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덜해졌다. 예전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 더 가혹한 면도 있고.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안성기 선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렇게 바르게 사시는 게 힘들고 후회하신 적은 없냐고. 그랬더니 후회하면 안된다고 하시더라. 그 말에 힘을 많이 얻었다.

장동건으로 산다는 데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른다. 사람은 사랑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긴 연기 생활 중에 장동건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았는데.

▶사람 보는 눈이 별로 없는건지.(쓴 웃음) 글쎄 그 순간에는 좋은 인연이었으니깐. 원망하고 탓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더 나이가 들어서 그런 일을 겪는 것보단 낫을 수도 있고.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할까.

-장동건 패밀리가 있는데. 패밀리만 챙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 관계도 나름 넓다. 따사모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도 많고. 다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보여지는 것 뿐이지. 신비주의를 고수한 적도 없다.
송희진 기자 songhj@

-'무릎팍도사'에서 숱하게 러브콜을 하는데.

▶할 이야기도 별로 없고 말재주도 없어서.(웃음) '박중훈쇼'를 나가면서 절감했다. 역시 난 안된다고. 또 내 입을 통해서 나를 보여주는 게 어색하다.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맞는 것 같다. 배우가 사생활이나 개성을 너무 드러내면 관객이 작품 몰입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이미지가 메시지인 시대다. 예전엔 이미지를 벗어나려 했다면 지금은 이미지를 해치는 것을 오히려 자제하는 느낌도 드는데.

▶이미지를 지키는 것은 머리로 계획한다고 가능한 게 아닌 것 같다. 내 능력 밖이어서 넘지 못하는 벽도 있을 테고. 그저 연기를 통해 넘으면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다. 이미지를 지키든 변신하든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인간 장동건과 배우 장동건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가정! 요즘 가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일을 하러 나갔다 왔을 때 누군가가 기다려줬으면 하고 아침을 차려줬으면 한다. 배우로서는 예전에 가졌던 열정을 되찾고 싶다. 케이블에서 요즘 예전 작품을 가끔 본다.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분명한 열정이 느껴진다.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도 속해있고,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데 혹시 '천하무적 야구단'을 보나.

▶재미있게 본다. 우리와는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한다.(웃음) 우리는 선수 출신도 있으니깐. 리그에 나가지는 않지만 사회인 리그 2부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하무적 야구단'과 경기를 하자면 할 용의는 있나.

▶물론이다. 빅 경기가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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