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 무대를 지배한 건 오직 그녀뿐이었다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9.10.22 14:34
20일 내한공연을 가진 비욘세 ⓒ사진=소니뮤직


무대위의 그녀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녀 자신 뿐이었다. 그 어떤 무대 기술도 빛나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를 완벽히 통제하는 대범한 유희였다. 무대 위의 현란한 몸의 움직임도, 객석을 유린하는 눈빛과 화법에 이르기까지 탄식의 대상이 된 것은 모두 가창의 장악이 포진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새로울 것은 없었다. 2년만의 내한 공연은 여전히 군살없이 재정비되어 있었다. 지난 20, 21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두 번째 내한공연 ‘비욘세 아이 앰 투어 인 서울(Beyonce I AM Tour in Seoul)’은 다양한 볼거리가 탑재된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여성, 자유, 전사, 용맹' 4부작 시리즈로 구성됐다. 비욘세를 둘러싼 댄서들은 프랑스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가 디자인한 컬러풀한 의상 72벌을 쉴새없이 갈아입고 무대위를 수놓았다.

1997년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데뷔한 비욘세는 솔로데뷔곡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로 관객을 품안으로 끌여들었다. '너티 걸(Naughty girl)', '겟 미 보디드(Get me bodied)'로 쉴새없이 이어진 곡은 관객들을 자신의 무대 이외에는 꼼짝없이 아무 생각을 못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비욘세를 대표하는 히트곡 '리슨(Listen)',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를 비롯 '이리플레이서블(Irreplaceable)' 등 20여 곡의 레파토리는 120분을 순식간에 집어시켰다.

공연 내내, 군살하나 없이 쭉뻗은 다리처럼 소리도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다. 두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한 고음에서도 비욘세의 편해 보이는 얼굴을 목격한 관객들은 안으로 숨을 가쁘게 몰았을 것이다. 공연 내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격렬한 율동에서 팅겨 나오는 소리라고 믿기 힘든 것도 그녀에게 '세계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근원이었을 것이다. 그 잔상, 그 가창력의 흡인이 결국 2만 관객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다.

가수는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리로, 몸으로 비트를 완벽히 쪼개는 일은 기술의 습득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타고나야 한다. 그녀가 가공할만한 노력으로 자신의 무대 구석구석을 살피는 순간, 여전히 '세계적'이라는 찬사가 뒤따를 것이다.

부럽지만 돌아보면 속은 쓰리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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