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파'가 기존 에바월드와 다른 17가지

김관명 기자  |  2009.11.20 12:19

모든 게 달라졌다. 철옹성 같았던, 마음의 벽 AT필드처럼 견고했던 에바 월드는 심하게 말해 무너지기 직전이다. 연보도 뒤틀리기 시작했고, 파일럿의 관계들도 어긋났고, 사도들의 출몰순서도 뒤죽박죽이 됐다. 이 모든 게 '에반게리온 파(破)' 때문이다.

사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팬들 입장에선 오는 12월3일 개봉하는 '에반게리온 파'를 처음 볼 경우, 화려한 그래픽이나 로봇 메카닉을 즐기면 그만이다. 어린 파일럿들이 왜 그 험한 사도와 싸우는지, 남자주인공 신지는 왜 그리 아버지 겐도를 그리워하고 미워하는지, 레이는 왜 그리 신도를 지켜주려 하는지 등은 그저 가슴에 묻어두면 되니까.

그러나 1995년부터 TV애니메이션 26부, 1997년 극장판 2편, 그리고 지난 2008년의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 그리고 여기에 덤으로 애니메이션이 나온 후에 출간된 만화책까지 섭렵했던 마니아 입장에선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더구나 등장인물들과 사도출몰 배경 등에 관한 연보를 만들고, 에반게리온 영호기 초호기 이호기 3호기 4호기 5호기(왜 3, 4, 5만 아라비아 숫자를 쓰는지 알 사람은 안다) 등의 목록을 줄줄이 꿰찼던 오타쿠 입장에선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다. 물론 너무 신나서다.

뭐가 그리 달라졌을까.

우선 마리. 이 정체불명의 여자애의 출현으로 상황이 아주 심각해졌다. 여기에 이 여자애가 에반게리온 가설 5호기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에바를 조종한다니. 더구나 가설 5호기가 제3사도('서'에 이미 나왔었는데)와 싸운다고? 그것도 '에반게리온 파' 시작하자마자?

일단 안전한 생각은 이를 프리퀄로 보면 그만이다. 좀 꼼꼼히 따져보자. 원래 제3사도는 TV판 제1화 '사도, 습격'에 처음 등장했던 사키엘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2015년, 이제 막 우리의 어린 나약한 주인공 신지가 제3동경시에 도착, '아버지 빽'으로 에바 초호기 파일럿이 된 직후다. 폭주한 초호기에 의해 자폭하고 만 불운의 사도다.(아무 것도 모르는 UN사령부에서는 이를 제2사도로 착각한다. 그들은 1사도 아담만 알고, 2사도 릴리스의 존재를 모른다)

그러면 제3사도가 두 개라는 뜻? 아니다.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싸운 놈은 가설 5호기와 싸워 폭발해 망신살 뻗친 사도가 재무장해 제3동경시에 또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근거가 있냐고? 초반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놈을 아케론에서 내보내선 안돼. 설마 봉인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줄이야. 인류의 힘만으론 사도를 막을 수 없어. 그게 영구동토에서 발굴된 제3사도를 샅샅이 분석하고 얻은 결론입니다."

결국 이들이 부른 제3사도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봉인된 장소를 뚫고 세상으로 나오려 했었고, 이를 사전에 마리와 가설 5호기가 그 좁은 공간에서 치고 박고 싸우다 결국 물리쳤다는 것. 그리고 이 불운의 제3사도가 한층 업그레이드돼 나온 게 TV판과 '서'에 나왔던 그 제3사도로 보면 된다. '파'에 나온 제3사도가, 원작에 나온 물의 천사 사키엘처럼 갈비뼈 모양이 두드러진 생김새를 가진 것도 한 증좌다. '파'에서는 등뼈가 더욱 두드러졌지만.

가설 5호기는 네르프 본부가 마리에게 전한 대사에 그대로 나온다. "기체도 급조됐는데 갑자기 실전이라니 미안하다." 원래 에반게리온은 레이가 타는 영호기, 신지가 타는 초호기, 아스카가 타는 이호기, 미국에서 가동실험중 소멸된 4호기, 그래서 소심해진 미국이 또 다른 위험을 막기 위해 급히 일본으로 후송하다 사도에 전염된 3호기, 극장판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9기의 양산형 에바 5호기 뿐이었다. 결국 '파'에 등장한 가설 5호기는 이 제3사도와 싸움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에바 이호기의 등장 신, 해상 격투신도 원작과 많이 달라 오타쿠들을 기쁘게 할 부분. TV판에선 제8화 '아스카, 등장'에 처음 나왔는데 역시 '파'에서도 적당한 시간에 예의 빨간 색 외피를 두르고 보무도 당당하게 등장했다. 다만 등장 모습이나 스케일, 상대한 사도의 모습이 엄청 달라졌다. 물론 앞의 마리의 존재처럼 기존 에바 월드를 뒤흔들 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그래픽은 한층 세져 볼만하다.

우선 이호기는 TV판에선 항공모함에 실려 독일에서 일본으로 향했는데, '파'에선 항공기에서 뚝 떨어지며 제대로 사도와 싸웠다. 아무래도 그 잘 생긴 이호기가 커다란 천으로 덮인 과거 모양새가 20세기 스타일이라고 판단했던 모양. 여기에 이호기 파일럿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의 등장신도 '에로틱' '선정적' 부분을 과감히 삭제했다.

또한 이호기가 상대한 사도의 외모도 환골탈태했다. 아니 환골탈태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사도로 봐야 할 상황. TV판에선 징그럽게 생긴 물고기 모양의 제6사도 가기엘이었는데 '파'에선 아예 제7사도로 부른다. 그러고 보면 TV판의 제7사도 이스라펠의 모습과 더욱 가깝다. 이호기가 공중에서 완전 박살낸 줄 알았던 '코어'가 다시 살아난 것도, "그건 미끼야"라는 대사도 이 사도의 존재를 TV판과 전혀 다른 존재로 보게 한다.

더욱이 TV판의 제8사도는 용암에서 발견된 산달폰이었는데, '파'에서 제8사도라 부른 것은 성층권에서 공중낙하한 사도인 점을 보면 아예 작정하고 기존 에바월드를 무너뜨린 셈이 된다. 어쨌든 제8사도(TV판에선 제10사도 사하퀴엘)를 에반게리온 영호기 초호기 이호기가 합심해 무찌른 점은 똑같으니 다행이라면 다행. 여기에 이들이 보여준 격투신의 화려한 완성도는 이번 '파'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만 할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이호기와 제7사도가 싸울 때 카지가 남몰래 후송한 트렁크의 내용. TV판에선 사람의 태아모습을 한 '최초의 인간 아담'이었으나 '파'에선 '느브갓네살의 열쇠'로 바뀌었다. 태아 모양의 아담의 존재야말로 '에반게리온'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중의 핵심 키워드였는데 이것을 빼버리고 '느브갓네살의 열쇠'를 등장시킨 까닭은 현재로선 속시원히 알 수 없는 상태.

다만 다음 대사가 이 의문을 풀 단서다. "신과 영혼을 이어줄 이정표지요" "그래, 인류보완의 문을 열 느브갓네살의 열쇠다." 물론 서드임팩트와 관련된 키워드겠지만, 결국 앞으로 개봉할 신극장판 '급'과 '최종완결편'에서야 속시원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느브갓네살'은 유대를 멸망시킨 신바빌로니아의 왕이었고, 이 이름은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 등 진짜 인간들이 타고 다니던 항공기에도 붙여졌다.

여기까지.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파' 초중반만 대충 언급했지만 작정하고 찾으려면 기존 에바 월드와 다른 점을 100개 이상 찾을 수 있겠다. 결국 애니메이션 내용 그대로 '에바의 세계'마저 보완 진화해야 한다고 할까, 에바월드는 2009년에도 여전히 건설중인 것 같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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