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것은 반드시 추락하게 된다. 비상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이 존재한다. 대중의 환호는 언제나 준비된 자의 몫이다.
연말 콘서트가 줄을 잇고 있다. 이미 100여개가 넘는 콘서트가 티켓을 오픈했다. 특수 대목을 노리고 있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가수들이 펼친 공연의 티켓 판매 규모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최고의 성수기라고 불리는 11월과 12월에 몰린 콘서트 티켓 판매액은 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연기획사와 뮤지션들이 콘서트를 통해 수익을 보장 받지는 못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만 노리고 준비되지 않는 콘서트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콘서트의 의미조차도 뮤지션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는 말이다.
유료 관객수 300여명이 채 안되는 가수가 1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2, 3회에 이르는 콘서트를 올리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히트곡을 내고 인지도가 쌓였다고 물불가리지 않고 불속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공연기획사나 가수 모두 자충수를 두게 되는 원인이 있다. 공연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특수 대목 시장을 두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종의 모험을 감수하면서도 손해만 보지않으면 된다는 심산이다. 결국 공연을 통한 가수의 이미지는 뒷사정이다.
자신의 이름을 단 콘서트 무대가 막이 오를 때 바로 뮤지션으로서의 함량을 모두 보여주는 순간이다. 바꾸어 말하면 공연은 뮤지션에게 자신의 모든 음악적 능력을 담아내는 일이다. 공연의 평가가 곧 뮤지션의 진정한 수준을 가늠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공연은 가수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음악적 행보인 것이다.
음악적 진정성의 견지에서 보자면 공연은 가수로서의 생명력을 담보하는 역사적 무대다. 두 시간을 채우는 행사 무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공연,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공연은 결국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중에게 수년간 사랑받아온 공연의 공통점은 언제나 공연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음악에 집중되는 다양한 무대를 연출해왔다. 그 과정은 고통의 순간이었다. 관객에게 펼쳐보이기 전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섬세함의 정도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공연이 돈벌이의 목적이 아니라 음악적 생명을 잇는 교두보라 생각한다면 이 엄중한 문제제기 앞에서 숙고해야 한다. 결국 뮤지션으로 남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그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바로 관객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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