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1·2·3기 결산, 엇갈린 명과 암

김현록 기자  |  2009.12.21 08:20


MBC 인기 대하사극 '선덕여왕'이 오는 22일 종영을 앞뒀다. 지난 5월 25일 첫 방송 이후 약 6개월만, 촬영을 시작한지 약 10개월만이다.

'선덕여왕'은 우리 드라마 최초로 신라를 조명하고, 통일의 기초를 닦았던 여왕의 일대기를 그렸다. 다사다난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지난 6개월은 주인공 덕만의 변화에 따라 1기와 2기, 3기로 나눌 수 있다. 극의 명과 암도 이에 따라 달랐다.

처음 1기는 주인공 덕만의 탄생과 성장을 담아낸 초반이다. 어린 덕만 역 남지현이 성인 역 이요원으로 바뀌기까지의 9회, 혹은 덕만이 자신이 공주임을 자각하기까지의 20회까지가 1기에 해당할 수 있다. 1기에서 덕만은 남다른 지략과 패기를 자랑하며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조금씩 풀어가게 된다.

시청률은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렸다. 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기준 16%라는 쾌조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선덕여왕'은 이후 차츰 시청률이 상승하며 30%를 가볍게 돌파했다. 카리스마 있는 악녀 미실 역의 고현정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했고, 어린 덕만 역의 남지현도 주목받았다. 이요원은 덕만의 성장기를 그리며 미실을 경계했다. 극이 바탕을 다지고 앞으로의 본격적인 갈등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이후 '선덕여왕'은 덕만과 미실의 대결이 본격화하는 2기를 맞았다. 왕족이자 공주로서 자신을 자각한 덕만이 조금씩 성장해가며 본래의 자리를 되찾아갔고, 미실은 한 치 모자람 없는 적수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였다.

이 시기 '선덕여왕'은 이상주의를 대표하는 덕만과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미실을 대립시켜 현대 정치를 은유했다. 장군과 멍군이 이어지는 덕만과 미실의 경쟁도 볼거리였다.

적절한 용병술도 이어졌다. 비밀병기 비담(김남길 분)이 종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등장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더니, 덕만의 언니 천명공주(박예진 분)가 독화살을 맞고 죽음으로 극을 하차했다. 천명의 아들 김춘추(유승호 분)도 화제 속에 등장해 인기를 견인했다.

흥미를 더하는 이야기 속에 시청률도 연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청률은 덕만의 맞상대 미실의 죽음 전후로 분수령을 맞았다. 44%의 시청률을 기록한 '선덕여왕'은 이후 3기로 넘어간다.

3기의 '선덕여왕'은 미실 사후 왕에 등극한 덕만이 외롭고도 처절하게 왕으로서의 역할을 다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연모의 정을 버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동료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왕의 자리를 지키는 덕만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성장과 대결로 극의 중심을 잡아 온 '선덕여왕'은 1회부터 주인공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낸 미실이라는 적을 잃은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2회마다 완결된 이야기를 선보였던 구성도 다소 흔들렸다. 덕만을 사이에 둔 유신(엄태웅 분)과 비담의 러브스토리까지 큰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이탈하는 시청자가 나타났다. 시청률은 32%대까지 하락했다. 연장방송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지지층은 여전히 넓다. 시청률은 다소 하락했지만 '선덕여왕'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1주일, 2회 방송을 앞둔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비담의 난이 애증과 오해에서 비롯된 슬픈 반란임을 예고한 가운데, 1·2·3기에서 뚜렷한 명과 암을 보인 '선덕여왕'이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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