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 홍수, 김정수 차기작 기대되는 이유?

김겨울 기자  |  2010.01.26 11:14
김정수 작가
'드라마를 보면 재벌 2세인 나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착하디착한 내 아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대리모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아내의 아이가 알고 보니 형의 부부가 입양한 아이고,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내 어머니는 내 아내보다 형수만 유독 예뻐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유를 밝혀보니 출생의 비밀이 있더라.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 형수는 원래 아이가 있었고, 원래 결혼한 전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형수는 예전 우리 어머니에게 쫓겨난 며느리였고, 전신 성형을 하고 돌아와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암이란다. (중략)(ID:jong9_05**)

한 네티즌이 소위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요즘 드라마를 빗대 풍자한 글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드라마를 자주 보면 일상이 일상 같지 않고, 비정상적인 삶에 자꾸 동화되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 가운데 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정수 작가가 귀환한다. 2008년 SBS '행복합니다'로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선보였던 김 작가의 필모그래피는 그를 기대하게 만든다.

'전원일기'
1979년 '제 3교실, 구석진 자리'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그는 22년 간 방송된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를 1980년부터 무려 12년 동안 800회를 집필했다. 그는 가진 것 없지만 소소한 행복을 꿈꾸며 작은 갈등들이 끊이지 않는 양촌리를 무대로 김 회장(최불암 분) 일가와 양촌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작품성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그는 이후 '엄마의 바다'(1993), '자반고등어'(1996), '그대 그리고 나'(1997), '그여자네 집'(2001)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줬다. 김 작가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김수현 작가가 '청춘의 덫'(1978) '사랑과 야망'(1987),'사랑이 뭐길래' (1991)등으로 주체적인 여성성, 신구 세대의 갈등 등에 멜로적 요소를 가미해 좀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면, 김정수 작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포근한 가족 드라마로 감동을 자아낸다.

오는 30일 방송을 시작하는 MBC '민들레가족'도 그런 이유로 기대를 모은다.

세 자매를 둔 중산층 가족이 배경인 '민들레가족'은 사장 승진을 앞 둔 든든한 아버지 상길(유동근 분)이 승진에 좌절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남편의 승진만 바라보며 명절 때만 되면 부사장 댁에 만두를 빚어 바치는 엄마 숙경(양미경 분), 명문대를 졸업하고 명문가의 아들과 결혼한 첫째 딸 지원(송선미 분), 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임신부터 하고 동거 중인 둘째 미원(마야 분),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막내 딸 혜원(이윤지 분)이 주인공이다.

제각각 다양한 캐릭터들이지만 관계와 설정이 비현실적이지 않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공감에서 비롯된 감동과 재미를 찾겠다는 김 작가의 의지다.

송선미는 20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더 눈물이 난다"며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가 많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좋은 점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나쁜 점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아 더 눈물이 나는 감동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민들레가족'의 갈등은 과하지도 않고, 무리한 악역도 없다.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김 작가의 내공 있는 필력이 의미 있는 '일침'이 되길 기대해본다.

'민들레가족'ⓒ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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