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 형수는 원래 아이가 있었고, 원래 결혼한 전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형수는 예전 우리 어머니에게 쫓겨난 며느리였고, 전신 성형을 하고 돌아와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암이란다. (중략)(ID:jong9_05**)
한 네티즌이 소위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요즘 드라마를 빗대 풍자한 글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드라마를 자주 보면 일상이 일상 같지 않고, 비정상적인 삶에 자꾸 동화되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 가운데 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정수 작가가 귀환한다. 2008년 SBS '행복합니다'로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선보였던 김 작가의 필모그래피는 그를 기대하게 만든다.
1979년 '제 3교실, 구석진 자리'가 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그는 22년 간 방송된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를 1980년부터 무려 12년 동안 800회를 집필했다. 그는 가진 것 없지만 소소한 행복을 꿈꾸며 작은 갈등들이 끊이지 않는 양촌리를 무대로 김 회장(최불암 분) 일가와 양촌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작품성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그는 이후 '엄마의 바다'(1993), '자반고등어'(1996), '그대 그리고 나'(1997), '그여자네 집'(2001)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줬다. 김 작가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김수현 작가가 '청춘의 덫'(1978) '사랑과 야망'(1987),'사랑이 뭐길래' (1991)등으로 주체적인 여성성, 신구 세대의 갈등 등에 멜로적 요소를 가미해 좀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면, 김정수 작가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포근한 가족 드라마로 감동을 자아낸다.
오는 30일 방송을 시작하는 MBC '민들레가족'도 그런 이유로 기대를 모은다.
남편의 승진만 바라보며 명절 때만 되면 부사장 댁에 만두를 빚어 바치는 엄마 숙경(양미경 분), 명문대를 졸업하고 명문가의 아들과 결혼한 첫째 딸 지원(송선미 분), 삼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임신부터 하고 동거 중인 둘째 미원(마야 분),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막내 딸 혜원(이윤지 분)이 주인공이다.
제각각 다양한 캐릭터들이지만 관계와 설정이 비현실적이지 않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공감에서 비롯된 감동과 재미를 찾겠다는 김 작가의 의지다.
송선미는 20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더 눈물이 난다"며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가 많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일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좋은 점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나쁜 점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아 더 눈물이 나는 감동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민들레가족'의 갈등은 과하지도 않고, 무리한 악역도 없다.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김 작가의 내공 있는 필력이 의미 있는 '일침'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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