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PD "시작부터 슬럼프..늘 위기였다"

김현록 기자  |  2010.03.19 19:32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가 아쉬움 가득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병욱 PD는 19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예식장에서 MBC '지붕뚫고 하이킥' 종방연에 뒤늦게 참석, "앞으로도 열심히 만들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김 PD는 "오늘 2시까지 촬영해 조금 전까지 편집을 하다 왔다"며 "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출연진에 먼저 감사해 했다.

김 PD는 "25∼60회까지는 다른 종류의 시트콤을 만들었는데 그 이후엔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능력이 다하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하며 "방송 한시간 전에 간신히 편집을 마쳤다. 제가 주어진 시간을 단 한 시간도 허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지금껏 1600회 이상의 시트콤을 연출한 그는 '시트콤의 귀재'라 불린다. 김 PD는 시트콤이란 장르를 계속하는 데 대해 "25분 드라마는 잘 하는 장르라 굳이 못하는 장르를 선택해서 하는 것보다 잘 하는 장르를 하는 것이 좋았다"며 "앞으로 어떤 장르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쏟아 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앞으로 가족 시트콤이 아닌 '오피스 시트콤' 등을 해보고 싶다고도 밝혔다. 다만 주 5회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PD의 고백이다.

김 PD는 "시작하자마자 슬럼프가 왔다. 줄곧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며 "펑크를 안 내고 방송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지금도 보면 거의 아슬아슬하다. 정음씨가 신종플루가 걸리면 펑크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살얼음을 걷고 있었는데 결국은 깨졌다"고 숨 가빴던 촬영 일정을 회상했다.

김 PD는 "정신적인 슬럼프를 말씀드린다면 항상 지친다. 처음엔 자신 있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뒤는 그렇지가 않다"며 "하나하나 풀어가는 에피소드는 힘들다. 절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라고 전했다.

그는 "매너리즘은 아닌데 같은 일을 하다보면 발생하는 일이 있다. 숲 속에 들어가서 전체를 못 보기도 하고, 주변 이야기를 못 듣는데 그게 진실일 때도 있다"며 "이 장르에 걸맞지 않는 이야기가 나갔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거다. 그것이 슬럼프였던 것 같다. 저희는 일만 하느라 몰랐지만 보시기에 잘못된 길로 빠졌다고 생각했을 만도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PD는 "얼마 전 짬이 나 만두를 사러 가느라 15분간 길을 걷는데 거리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경하게 보인 것이 이상했다"며 "지난 9개월간 이 작품 외에는 아무것도 안했다. 충전이 안되는데 방전만 하니까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9월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지붕 뚫고 하이킥'은 아버지와 헤어진 산골소녀 세경과 신애 자매가 서울 성북동 순재네 집에 가정부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노년의 사랑, 88세대의 비애, 학벌주의 등 현대인의 자화상을 눈물과 웃음 속에 녹여낸 '지붕킥'은 지난 6개월 동안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다. '지붕킥'은 19일 오후 12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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