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역모사건?' 작가가 밝히는 '추노' 7대 미스터리

"실제로 '무도' 골수팬… 길거리 싸움은 대길이 이길것"

김관명 기자  |  2010.03.24 13:17
이제 딱 2회 남았다. KBS 인기사극 '추노'가 오는 25일 제24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추노'의 여러 궁금증을 작가 천성일씨에게 직접 물어봤다. 스타뉴스와 인터뷰는 23일 오후 서울 강남 천 작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스포일러 내용은 뺐다.

'추노' 최대의 미스터리, 너도 나도 줄초상 사건

-24부가 너무 짧다는 느낌이다.
▶너무 길었다.

-그건 그렇고 너무 많이 죽였다. 백호(데니안)도 죽었고, 명나라 자객(윤지민)도 죽었고, 천지호(성동일)도 죽었고, 한섬(조진웅)도 죽었다. 네티즌들은 이를 한때 '줄초상 사건'이라 불렀다. 중후반 갈등 라인이 약화된 것도 너무 많이 죽였던 탓 아닌가. 무슨 이유가 있었나.

▶변명부터 하자. 변명 하나. 다른 사극은 몇 천 명씩 죽는다. 성이 점령되면 수 천 명이 죽는다. 변명 둘. 드라마를 처음 쓰다 보니 감이 없었다. 조연들이 함부로 죽어나갔다는 것, 조연 캐릭터들이 한 군데로 엮이지 않았다는 것, 모두 내 탓이다. 하지만 죽이는 건 모두가 계획대로 된 것이다. 백호의 경우, 원래부터 초반에 죽는 인물이었다.

-앞으로 또 누가 죽나
▶기사 나가면 내가 죽는다.(이하 생략)

민폐언년, 작가가 의도했다?

-조연들의 줄초상은 결국 여주인공 언년(이다해)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래서 '민폐언년'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언년은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염두에 뒀던 캐릭터다. 조선에서 태어나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그녀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게 잘 안 됐다. 실패했다. 내 탓이다.

-대길을 쫓아다니는 설화(김하은)는 어떤가.
▶'추노'는 신파 멜로다. 주인공들이 사랑에 집착하고, 운명과 인연이 겹치는 그런. 그 속에서 참사랑을 하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추노'였다. 신분 때문이건, 처지 때문이건 조선시대에는 사랑에 제약이 많았던 시기 아닌가. 종으로 태어나 쫓겨난 언년이나, 이리저리 팔려 다닌 설화나 마찬가지다. 설화는 사랑 자체를 포기한 여자, 사랑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여자다.

-황철웅의 아내(하시은)는 의외였다.
▶그녀 선영은 한마디로 황철웅의 거울이다. 선영을 볼 때마다 황철웅은 정략결혼을 해서라도 출세하고 싶었던 자신을 떠올렸다. 또한 부표처럼 떠도는 황철웅과는 달리 선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여자다. 황철웅의 엄마와는 또다른 존재로서 선영이었다.

역모 문서에 '무도' 유재석 박명수만 들어간 이유

-극중 조선비가 일러바친 역모문서에 '무한도전' 유재석과 박명수 이름이 등장했다. 진짜 '무도' 팬인가.
▶골수 팬이다. 주말에 집에서 '무도'만 보는 불쌍한 인생이긴 하다.

-'무도'의 뭐가 그리 좋은가.
▶멤버들이 실패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다시는 안한다'는 소리를 안한다. 또한 '전박적으로다'(오포교 이한위의 애드리브)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다.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가 없다. 난 이런 게 좋다.

-그런데 왜 다른 멤버는 빼고 유재석, 박명수 이름만 넣었나.
▶이것부터 말하자. 역모문서에 가상의 이름이긴 하지만 이름을 집어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에 이병헌 송강호 등 이름을 여럿 집어넣은 적이 있다.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시청자들이 귀신 같이 알더라. 그래서 '무도' 멤버 전원을 쓰기는 힘들었다. '또 장난 치냐?'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그분' 박기웅이 좌의정(김응수) 사주를 받았다?

-그래서 네티즌 수사대라 그러는 거다. 게시판에 보니 노비의 난을 주동하는 '그분'이 좌의정의 사주를 받았다는, 엄청난 음모론까지 등장했는데..
▶진짜냐? 처음 들어본다.(이하 생략)

좌의정 곁 기생 2명, 이들의 정체는?

-이와 관련해 좌의정 곁 기생 2명의 존재도 참으로 미스터리하다. 네티즌들은 이들이 뭔가 큰일을 저지르거나, 음모를 꾸몄거나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세히 말할 순 없다.(이하 부분 생략) 기생 찬(송지은)과 제니(고준희)는 1인자와 1.5인자의 대결로 봐 달라. 사실 '추노'는 1인자와 1.5인자의 대결 구도다. 기생 2명도 그렇고, 대길과 황철웅, 송태하와 황철웅, 임금과 좌의정, 이 모든 관계가 그렇다. 좌의정 이경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경식이 사위 황철웅에게 그런다. "남자가 칼을 배웠으면 운검이 돼야 하고, 글을 배웠으면 재상의 자리에 올라야 하고, 도둑질을 했으면 나라를 훔쳐야 하고.." 결국 좌의정 이경식은 인조 임금을 이용한 것이다. 다만 1인자가 안되려 했을 뿐이다.

마의(윤문식) 땡중(이대연) 실종사건

-죽지도 않았는데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는 인물도 많다. 모진 고문 끝에 사라진 마의도 그렇고, 한때 개백정으로 이름을 날린 땡중도 그렇고. 또 안 나오나?
▶말해도 되나? 안 나온다.

-이름만 등장하던 월악산 짝귀(안길강)가 결국 나와 신선했다.
▶'추노' 등장인물은 세 부류다. 송태하처럼 세상에 도전하는 인물, 장혁처럼 세상에 휩쓸려 가는 인물, 짝귀처럼 세상에 한 발짝 비켜 피해가는 인물. 짝귀를 그렇게 봐달라.

대길(장혁)과 송태하(오지호)가 한 판 제대로 붙는다면?

-무술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대길과 송태하가 한 판 세게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어떤 싸움인지가 중요하다. 칼을 들고 하는 진검 승부인 경우는 당연히 송태하가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길거리 싸움의 경우는 다르다. 흙을 눈에 던지고 살을 물어뜯고 이러는 걸 송태하는 못한다. 그런 싸움이라면 당연히 대길이 이긴다.

-요즘 황철웅(이종혁)의 무예실력을 보면 예전 제주도에서 송태하에게 너무 여지없이 무너진 것 또한 미스터리다.
▶당연하지 않을까. 황철웅은 송태하보다 반 수 아래다. 더욱이 당시 송태하를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너무 강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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