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40대의 전성기를 기대한다"①

김현록 기자  |  2010.04.29 12:28
이정재 ⓒ홍봉진 기자 honggga@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이정재의 표정은 밝았다. 왜 밝지 않겠는가. 그가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 영화 '하녀'(감독 임상수)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그 '하녀'는 올해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초청을 받았다. 더욱이 이 한 번이면 살인적인 인터뷰 스케줄이 끝인데….

배우 생활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칸 영화제에 간다는 건 이정재에게도 설레는 소식이다. 지금껏 그가 해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건 딱 한 번. "예전에 박광수 감독님이랑 '이재수의 난'으로 로카르노 영화제에 한 번 갔는데, 그 사이 워낙 많이 달라졌다. 이번엔 성격도 다르고 규모도, 관심도 다르지 않나. 기대된다."

유독 경쟁부문에 미남스타들이 품귀인 이번 칸 영화제에서 이정재는 분명 돋보이는 레드카펫의 신사가 될 터다. 알아주는 멋쟁이인지라 칸 패션도 미리 정해뒀는지 궁금했다. 그는 "다들 무난하게 입으라고 하더라"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저는 이 영화에서는 조연이니까요."

'모래시계'의 백재희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그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제목대로 '하녀'가 주인공인 이번 작품에서, 이정재는 '하녀'를 부리는 주인 남자 훈으로 분했다. 비중도 비중이지만, 훈 자체가 썩 그의 구미를 당기는 인물은 아니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가 선뜻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제가 해야 할 기능은 상대 캐릭터에게 계속 극도의 모멸감을 주는 거였어요. 계급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자기네 집에 일하는 사람이라고 계속 폄하하고,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겸손한 척 교양있는 척 하는 거죠. 낯 뜨거운 대사도 많고요. 만약 살인자라고 해도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고민을 떨치고 조연 훈을 받아들이게 된 건 임상수 감독 때문이었다. "작업이 녹록치 않을 거란 건 이미 알았지만 해보고 싶었다"고 이정재는 설명했다.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디렉션 자체는 명확했다. 가운을 풀어헤친 채 어두운 복도를 걷는 장면은 '드라큐라처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드라큐라라니, '하녀'의 훈에게 얼마나 적절한 비유인가. 강하면서도 부도덕하고 관능적인 유혹자.

"성격적인 면은 싫었지만, 범접할 수 있는 경제력과 자신감을 가진 남자라는 역할은 매력이 있었죠. 권력이 됐든 부가 됐든 남자로서의 힘으로 표현될 수 있으니까. '내가 다 가졌어. 그런데 뭐?' 이런 하늘을 찌르는 오만함."

이정재 ⓒ홍봉진 기자 honggga@

그러나 매니저 없이도 직접 택시를 타고 가 뚝딱 일을 해내고 올 만큼 소탈한 그에게 그런 훈이 100% 이해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정재는 "같잖아서 웃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의자에 앉아있으면, 윤여정 선생님이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매줘요. 아니 그런 삶이 어디 있어? 대본에는 그냥 '출장준비를 하는 정재와 여정' 이렇게 돼 있는데, 전 가방을 직접 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거 저거 하고 손짓만 해요. 임상수 감독이 부자들의 오만함을 해학적으로 비튼 건가 했을 정도였죠. 폼 잡는 놈이 막상 곤경에 처하면 유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웃겨요."

'하녀'의 베드신은 예고편 영상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정재는 "그게 다다. 대사만 세다"며 손사래를 쳤다. 대개 베드신을 찍으면 여배우들에게 질문이 집중되는데 남자 배우는 어떤가 했더니 "사실 서운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남자배우에게도 쑥스럽죠. 나는 창피함이 없나? 나도 고결한 인간이라고요!(웃음)"

이정재 ⓒ홍봉진 기자 honggga@

문제는 그가 아직 영화를 못 봤다는 거다. 이정재는 임상수 감독이 '영화를 보면 이정재의 팬 3분의 2가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정사신을 보며 3분의 1이, 대사를 듣고 나머지 3분의 1이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는 거다. "세상에 감독님이 칸 가서 영화 보래요. 말이 돼? 그러니까 더 불안해요. 어떻게 나왔을지."

그러나 장난스럽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의 모습에서는 영화에 대한 불안보다 더 큰 기대가 엿보인다. 관객 역시 칸의 부름을 받은 영화 외에도, 부도덕할지언정 오랜만에 '대놓고 멋진 역'을 맡은 이정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정재는 조심스럽게 '하녀' 다음, 또 그 다음을 내다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전성기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제 와서 얼마만큼 누리느냐의 차이인데, 저에게는 한 번 왔던 것 같고, 또 한 번 오겠느냐 이게 제가 미래에 기대하는 점이죠. 40대에 한 번 더, 기대를 해 봅니다."

이정재 ⓒ홍봉진 기자 honggga@

p.s.

맨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정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장동건 고소영 사귀는지 알았냐구요? 몰랐습니다. 장동건 고소영 결혼식에 가냐구요? 갑니다. 여자친구 있나고요? 없습니다!"

시달렸을 만도 했다. 이정재는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는 장동건 고소영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스타 친구다. 그러나 "동건이가 (결혼식에 오라고) 전화했더라"며 씁쓸히 입맛을 다시는 그는, 절친 정우성에 따르면 함께 "외로움에 허벅지를 긁는" 싱글남.

이정재는 "우리도 여자친구가 있으면 잘 안 만난다. 지금은 서로 여자친구가 없다보니까 정우성이 제일 자주 만나는 친구"라며 "나도 없는데 저 인간도 별 일 없겠지 하고 전화해 '뭐해' 그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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