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대처하는 3사 예능의 자세 '온도차 뚜렷'

김현록 기자  |  2010.06.03 10:43
SBS '태극기 휘날리며'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개막이 성큼 다가왔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월드컵은 푸른 그라운드 위 공 하나의 향방에 세계인의 눈이 쏠리는 스포츠 축제. 그러나 매년 월드컵을 맞아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하던 방송 3사의 자세는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도 SBS의 중계권 독점을 두고 KBS와 MBC의 항의 및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드컵에 대한 3사의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매년 월드컵마다 기발한 특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 잡기에 주력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가장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열을 올리는 쪽은 중계권 독점으로 인한 월드컵 특수 기대에 부푼 SBS다. SBS는 월드컵 특집 버라이어티 '태극기 휘날리며'를 지난 5월 16일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내보내고 있다. 출연진을 8시 메인 뉴스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4∼5%대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앞서 방송하는 '일요일이 좋다'가 시간대 변경 이후 시청률이 더 하락세지만, SBS 측은 10여명의 출연진 대부분을 남아공 현지로 보내 월드컵 응원에 힘을 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SB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5월 중순에 이미 '인기가요', '강심장'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월드컵 특집으로 꾸며 각종 응원가를 내보내고 월드컵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분위기 만들기에 물심양면으로 노력중이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 차원만은 아니다. 오는 7일부터는 월드컵 특집 애니메이션 '드림킥스'를 방송할 예정이고, 김희선이 내레이션을 맡은 월드컵 특집 다큐멘터리도 오는 7일 전파를 탄다.

이에 비하면 KBS와 SBS의 분위기는 '성의 표시'에 가깝다. SBS의 중계권 독점으로 이미 김이 샌 탓에 경쟁적으로 특집을 마련하던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월드컵과 인연이 깊은 연예인이나 축구선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 출연을 고려하는 정도다. 월드컵 응원가를 발표한 가수들에게 시간을 할애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KBS는 예능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KBS 2TV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팀이 남아공 원정 응원에 나선다. '남자의 자격'은 월드컵 특집을 준비 중인 유일한 KBS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경규가 간다'로 월드컵과 인연이 깊은 이경규 등이 현지의 월드컵 열기를 전할 예정이지만 SBS가 독점 중계권을 가진 경기 내용 자체는 영상에 담을 수 없다.

MBC의 분위기도 K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월드컵을 겨냥한 별다른 특집 프로그램은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2002 한일월드컵의 스타 황선홍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초대했다. 방송은 월드컵 개막 이틀 전인 오는 9일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그나마도 이번 선거 개표방송으로 김연아 편이 한 주 뒤로 밀리면서 개막 이후 오는 16일에야 방송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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