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국주(24)는 당당해서 더 예쁘다. 2006년 MBC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 5년차, 그녀는 뜻밖의 별명 2개를 연이어 얻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트럭으로 갖다줘도 싫은 여자' 1위에 뽑혀 '트럭녀'라는 별명이, 200회 '무한도전'에서 '인도여자좀비' 역할을 하는 바람에 또 별명이 생겼다.
MBC '개그야' 시절, 전환규와 함께 '우리도 결혼했어요' 코너를 하며 서인영 닮은꼴 캐릭터로 열연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낙심할 법도. 그녀는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이내 씩씩해졌다.
"'하땅사' 할 때보다 인지도는 더 올라가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잘 살린 거다 싶어요", "트럭 앞에서 춤이라도 출까 봐요." 당당해서 더 예쁜 그녀의 고백. 누가 그녀를 '트럭녀'라고 했나.
이국주는 개그 뿐 아니라 춤도 잘 추는 재주꾼이다. '우리도 결혼했어요' 시절엔 서인영의 유행어며 댄스 등을 그대로 따라해 화제가 됐다. 지금도 그녀의 미니홈피엔, f(x), 이효리, 2NE1 등 내로라하는 여가수들의 패러디 동영상이 가득하다.
"제가 한동안 여가수들 춤을 따라한 UCC로 화제가 됐었죠. 마침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제가 원래 가수들 춤을 다 따거든요. 이효리씨가 마침 컴백해서 친구들을 웃겨주려고 이효리 춤을 췄어요. 하는 김에 가발이며 뿔도 직접 했고요. 친구들이 아까우니까 UCC로 찍어서 올리자고 하더라고요. '하땅사' 폐지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았다니요. 예전에 '하땅사' 시절엔 2NE1 UCC를 올린 적이 있어요. 마침 '트럭녀'랑 겹쳐서 화제가 됐죠.
'트럭녀'라는 게, 좋은 주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 것도 관심이니까요. 제가 욕 먹는 건 두렵지 않아요. '서인영' 시절에도 욕 많이 먹었잖아요. 무관심이 더 무섭지요. '트럭녀' 1위요? 2위나 3위보다는 1등이 낫잖아요. '내가 내 캐릭터 잘 살렸다' 싶어요. 못난이 캐릭터는 제가 1위인 거잖아요."
'트럭녀'라는 게, 이국주로서도 달가운 별칭일 리 없다. 그녀는 여자로서 자연스러운 감정을 굳이 우스꽝스럽게 포장하지 않았다. 본심이 담긴 그녀의 당시 인터뷰는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했다. 되려 이국주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료들을 다독였다.
"제 마음은 말씀드린 대로예요. 담담하지요. 움츠러들고 할 게 아니라 트럭 세워놓고 춤이라도 출까 싶어요.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김경진 오빠가 트럭남으로 같이 뽑혔다는 거죠. 저희를 트럭녀 트럭남으로 엮었다는 것이 '쬐금' 아쉽지요.
처음 전화가 왔을 땐 솔직히 기분이 상했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제가 덩치 큰 것도 잘 알고, 예쁜 걸로 웃기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아니까요. 고민이야 있었죠. 하지만 소감을 묻길래 솔직하게 인터뷰 했어요.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게 내 캐릭터다'라고. 오히려 인터뷰하신 분들이 조심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쿨하다, 멋있다 그런 이야기 나중에 많이 들었어요.
뒤이어 전파를 탄 '무한도전' 200회 특집 '인도여자좀비' 특집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유명세를 더했다. 많은 개그맨들이 신인 시절 스타를 놀래키는 귀신 분장을 했었다고 고백하곤 한다. 이국주는 그걸 데뷔 5년차에 했다. 무서워 홀로 노래를 부르고 급한 화장실을 참아가며. 작가가 더 미안해했단다. '국주씨인게 잘 안나와서 어쩌죠?' 그녀의 노력은 묻히지 않았다. 시청자가 먼저 알아봤다.
"갑자기 작가분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무한도전'이래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고, 지난 '좀비특집'처럼 수백명 좀비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저 혼자 다음날 철거하는 옛 레코드사 건물에서 찍는 거였어요. 기분이 좋았는데, 무서웠어요.
분장 하고 가서 더 무섭게 한 번 더 고쳤어요. 제가 봐도 무섭더라고요. 저 사실 겁 많거든요. 내일 철거한다고 하지, 누구는 며칠 전에 답사 왔다가 귀신을 봤다고 겁주지, 불을 켤 수도 없이 창문 없는 녹음실에 숨어있는데 어휴 겁나더라고요. 처음엔 무서워서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소리 나니까 더 무서웠어요. 뭐, 귀신을 직접 만나도 걔가 절 보고 더 놀랄 것 같고. 옆에 누가 있으면 더 반가울 것도 같고. 기분 이상했어요. 막 쫓아다니다가 정준하 선배, 정형돈 선배를 처음 잡았는데, 혼자 있다가 사람 잡으니까 좋더라고요. 형돈 선배도 '우리 잡으니까 좋지?' 그러셨는데, 진짜 그랬어요.
녹화 끝나고 작가분한테 다시 연락이 왔어요. 무섭게 나왔는데 국주씨인지 잘 티가 안 나서 미안하다고.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하긴 했나봐요. 전 소심해져서 잠자코 있었는데, 그게 다 소문이 나긴 하더라고요. '네 저 맞아요' 하고 미니홈피에 고백했죠. 친구들도 그게 너였냐고 놀려요.
항간에 제가 무서워서 뛰쳐나가는 바람에 겨우 달래서 찍었다는 소문이 났는데 억울해요. 무서워도 꾹 참고 얼마나 열심히 찍었는데요. 정말 리얼처럼 해 달래서 파이프로 유리도 깨고 그랬어요.(우우)"
이국주는 조용히 다시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럭녀'라는 타이틀도, '인도 여자 좀비'라는 캐릭터도 결코 그녀에게 헛되지 않단다. 다만 그녀도 한 가지 아쉬움이, 한 가지 바람이 있단다. 과연 이국주의 작은 소망은 뭘까.
"2∼3년 전까지만 해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2007년에 상 받으면서도 뭔가가 복받쳐 막 울었잖아요. 언제부턴가 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 날아오는 화살을 몸으로 다 맞고 있지 않을래요.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모른척하고 말죠. 어떻게 보면 '트럭녀'가 제게 좋을 수도 있어요. '돌아이'도, '싼티'도 다 사람들이 만들어준 캐릭터잖아요. 단 하나, 제게 오려던 남자가 그걸 듣고 떠날까봐 속상하긴 한데, 그 문제만 아니라면야…. 사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만큼은 제가 연기하는 거, '트럭녀'라고 불리는 거 안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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