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트리오의 '이끼', 무서운 흥행 기세 왜?

임창수 기자  |  2010.07.18 14:25
ⓒ영화 포스터


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개봉 5일 만에 사실상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며 흥행기세를 올리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와 158분의 러닝타임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영화 '이끼'의 강력한 초반 흥행 기세. 그 비결은 무엇일까.

▶웹툰 원작의 영리한 이식

영화 '이끼'를 논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윤태호의 원작, 웹툰 '이끼'다. 강우석 감독은 그간의 웹툰 영화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끼'를 그만의 색깔로 재탄생시켰다. 수십 화에 걸쳐 전개된 원작의 스토리를 녹여내기 위해 158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감수한 것은 물론, 한 컷의 수정도 없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아들여 원작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라는 플랫폼에 걸맞는 영리한 선택들도 주목할 만하다. 원작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작화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입을 이끈 반면, 영화 '이끼'는 곳곳에 깔려있는 강우석 특유의 유머코드로 영리하게 관객들을 이끈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쉴 틈 없이 보는 이를 압도했던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려했다면 관객들이 피곤함에 나가떨어졌을지 모를 일. 영화 '이끼'는 웹툰이 대중영화로 재탄생할 때 원작의 어떤 면을 살리고 어떤 면을 차별화해야하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랄 수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

한국 영화의 수혈이 끊겼던 전장(戰場)의 상황도 '이끼'의 선전에 한몫했다. '이끼' 개봉 전까지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이어졌다. 지난 6월 24일 개봉한 '나잇 앤 데이'와 이달 1일 개봉한 '슈렉 포에버', 7일 베일을 벗은 '이클립스'가 1위를 차례로 점령하며 6월 개봉해 힘이 빠진 '방자전'과 '포화 속으로'를 밀어냈다. '슈렉 포에버'와 같은 날 개봉한 한국 영화 '파괴된 사나이'는 4위에 그쳤다.

이렇다 할 개봉작 없이 '이클립스'가 흥행독주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영화 '이끼'에 시선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강우석의 신작 '이끼'는 새로운 한국영화의 등장을 기다리며 갈증에 시달리던 관객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았다. 원작의 폭발적인 인기와 시사회로 먼저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입소문. '이끼'는 개봉 전부터 극장가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서며 흥행을 예고했다.

▶1000만 트리오의 이름값

'이끼'의 또 다른 흥행비결 중 하나로는 단연 감독과 주연 배우들을 꼽을 수 있다. 연출을 맡은 강우석은 영화 '실미도'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다.

'이끼'는 강 감독이 처음으로 남의 원작을 가지고 만든 영화다. 게다가 '실미도'의 정재영, '괴물'의 박해일이 가세해 '1000만 트리오'를 이뤘으니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흥행 보증 감독과 믿음을 주는 연기자들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한편 이끼가 한껏 드리워져 있는 올 여름 극장가에도 할리우드 영화들의 공습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1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29일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솔트'가 개봉한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으로는 1000만 트리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이들 영화들. 이들의 거센 추격에 '이끼'는 어디까지 선전할 수 있을까. 제대로 상대를 만난 강우석 감독의 습지생물이 어디까지 자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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