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냐 다큐냐..갈림길에 선 '1박2일'

전형화 기자  |  2010.10.24 20:51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왕좌를 지키고 있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2일'이 기로에 섰다.

24일 '1박2일'은 만재도편을 방송했다. 각 멤버들이 만재도로 떠나면서 거북손 등 현지 산물을 잡는 모습이 소개됐다. 이 과정은 예능이라기 보단 만재도의 풍광을 전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후 멤버들이 잡은 해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 역시 복불복으로 이뤄지는 예능보단 현지 특산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처럼 꾸며졌다.

만재도까지 가는 뱃길은 예전 '1박2일'이었다면 좀 더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만들어졌을 법하지만 이날은 복불복 게임만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1박2일'이 점차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지는 건 수장이 이명한PD에서 이동희PD로 교체하고 난 뒤부터다. 드러내놓고 다큐멘터리였던 지리산 종주 특집에 이어 가을 노래 특집 등 조금씩 다큐멘터리 색깔이 나타났다. MC몽이 병역 비리 혐의로 하차한 것도 이 즈음이다.

'1박2일'이 예능과 다큐의 갈림길에 선 것은 위기와 변화를 동시에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1박2일'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며진 적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버라이어티 정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박2일'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탓인지 웃음보단 KBS 특유의 공공성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는 인상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하고, 종로의 구석구석을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을 분산시켜 여러 멤버들이 한 데 모여야 가능한 웃음의 시너지를 잃었다.

'1박2일'은 올해 배용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0 한국 관광의 별 특별부문을 공동수상했다. 연예인들이 직접 여행을 다니며 우리나라 곳곳의 숨어있는 절경을 꾸준히 찾아서 소개하고 시청자 층이 두터워 방송된 여행지의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등 국내 관광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1박2일'이 한국의 절경을 소개한 공로와 야외로 떠나는 가족 나들이 붐을 일으킨 공로는 분명하다. 그러나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기초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이었기에 교양 프로그램이 못했던 것 이상을 이뤘다.

갈림길에 선 '1박2일'이 어떤 선택을 할지, 분명한 것은 시청자들은 웃음을 줬기에 사랑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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