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감격시킨 'feel' 김현식 & 임재범

[기자수첩]

길혜성 기자  |  2011.05.03 10:49
김장훈, 故김현식, 임재범(왼쪽부터)

요즘 가요계와 방송계에선 임재범의 '폭풍 라이브'가 단연 핫이슈다.

'가요계의 최민수'라 할 정도로 자유분방해 방송 출연이 거의 없었던 임재범.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개성 넘치는 목소리, A급 가창력 등을 동시에 갖춘 그였기에, 가요팬들의 뇌리 한 구석엔 언제나 임재범이 자리했다.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는 항상 두문불출했음에도 불구, 팬들이 언제나 그리워했던 보컬리스트였다.

임재범이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80년대 중후반 이미, 이승철 김종서와 함께 3대 록 보컬리스트로 자리했다. 90년대 초반에는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명사인 마이클 볼튼 정도의 가수나 멋들어지게 소화할 것이라 여겼던 R&B 소울 장르인 '이 밤이 지나면'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열창, 장르를 넘어선 가수란 평가를 받았다.

고음 발라드 '고해'와 '너를 위해', 그리고 박정현과 함께 했던 감성 발라드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 역시, 임재범의 폭풍 가창력이 톡톡히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과 가요팬들이 '나는 가수다' 속 임재범에 감동한 것은 단지 가창력 때문만이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가창력을 넘어선, 이른바 '필'(feel)이 충만한 보컬리스트를 오랜만에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일 '나는 가수다' 등장한 가수 대부분은 임재범 보다 더 정확한 음정, 박자, 고음 등을 과시했다. 하지만 '필'만은 임재범을 따라오지 못했다.

임재범의 넘치는 '필'의 배경에는 그의 숱한 무대 경험과 굴곡졌던 삶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오랜 열정이 기반이 됐다.

임재범의 열창은, 고음 과시와 바이브레이션 등 기교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며 네티즌들의 MR 제거에서 '노래 잘 하는 가수'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부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와는 차원이 전혀 달랐다.

'나는 가수다' 속 임재범은 남들이 가창력을 논하든 말든, 감동과 본능이 먼저인 '필'에 충만한 무대를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그렇기에 그의 열창은 몇 차원 높은 무대였다 할 만하다.

임재범의 무대를 보며 생각난 두 가수가 있다. 바로 김현식과 김장훈이다.

김장훈 지난 해 말 기자에게 보컬리스트에 '필'이 얼마나 중요한지, 진심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 가수로 선배이자 친형 격인 고 김현식을 꼽았다.(스타뉴스 2010년 11월9일자 기자수첩 참고)

다음은 20년 경력의 무대쟁이 김장훈이 한 말이다.

"현식이 형이 죽음을 맞기 전, 그래도 걸을 수 있을 때 너무도 괴로운 마음에 호텔 라운지에서 술에 취한 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어. 음정 박자가 맞을 리 없었지. 그래도 그 때만큼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 '비처럼 음악처럼'을 자기 멋대로, 본능과 '필'만으로 노래했는데 내 느낌이 어땠는 줄 알아?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야수 같았지. 지금까지도 내가 본 많은 가수의 무대 중 가장 멋졌던 게 바로 현식이 형의 그날 무대야. 그 때 느꼈지. 가수는 진심과 본능과 '필'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이런 가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물론 그 단계까지 오르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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