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김한민 감독 "불굴의 기개 통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08.23 09:52
김한민 감독 ⓒ송지원 기자 g1still@
영화 '최종병기 활'이 개봉 12일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500만 관객도 너끈히 넘어설 태세다. 병자호란 난리통에 청나라로 끌려간 동생을 찾으러 나선 남자의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풀어낸 이가 바로 김한민(42) 감독이다.

'극락도 살인사건'과 '핸드폰', 두 편의 스릴러를 선보였던 그는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다. 극중 등장하는 애깃살이 삼별초의 절박한 항쟁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은 말할 것도 없다. 류승룡이 맡은 청나라 장수 쥬신타는 한국계라는 설정 아래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 '주신'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금나라 역사서 '금사'를 들며 중국대륙 첫 이민족 왕조인 금나라의 시조가 신라계라고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왜 사극을 이제야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눈은 '최종병기 활' 이전부터 생각했던 역사 3부작에 쏠려 있었다. '최종병기 활'이 다룬 병자호란 외에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최종병기 활'(이하 '활') 흥행세가 만만찮다. 예상은 했었나.
▶손해는 보지 말자 하면서 빠듯하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했다. 암튼 기분은 좋다.

-블로그나 트위터도 보나? 가장 기분이 좋았던 평이 있다면?
▶물론 챙겨본다. 할머니도 재밌다고 하시더라 라는 평이었다. 나이드신 분이 재밌게 보신다는 게 좋더라. '극락도 살인사건'이나 '핸드폰'이 미스터리 스릴러 구조고 머리 쓰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다보니까 관객들이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쉽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면서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 했다.

-스릴러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꽤 많을 거다. 사실 그간의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사극을 왜 늦게 찍었나 싶을 정도인데.
▶그러게요. 사람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니까. 고정되면 재미없지 않나.

역사는 본능적으로 당기는 맛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도 국사와 세계사를 좋아했는데, 학력고사에 안 나온다는 이유로 세계사를 안 가르친다는 게 굉장한 불만이었다. 혼자서 세계사 교과서를 여러 번 독파했던 기억이 있다. 모 채널에서 '역사는 드라마다'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 역사는 과거지만 현재를 마련하는 느낌이 있다. 인간적인 드라마가 또 어디 있겠나. 역사 공부는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사극도 계속 할 생각인가.
▶역사 3부작이라고 구상을 해둔 게 있다. 일제강점기와 임진왜란, 그리고 병자호란. '활'은 병자호란에 해당하는 3번째다. 수난을 겪으면서도 잃지 않았던 불굴의 고귀한 정신을 표현해보면 재미도 의미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진왜란 편은 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이고, 일제강점기 편은 독립투사 이야기가 될 거다. 독립투사니까 으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형화된 데서 벗어난.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무차별적인 테러를 벌이지 않았다. 독립만세를 부르고 끌려가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아름답게 순국하신 패턴을 갖고 있다. 무차별적인 테러가 난무하는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김한민 감독 ⓒ송지원 기자 g1still@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함께했던 박해일을 액션사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가 뭔가.
▶사적인 모습을 많이 봤는데 서로 캐치볼도 하곤 한다. 굉장히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신경도 좋다. 보면서 뛰기도 잘 하고 활도 잘 당기겠다 싶었다.(웃음) 박해일이란 배우가 한 것 중에 다이나믹한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사적으로 본 부분이 이번 영화에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해일은 특히 집중력을 발휘할 때 부풀어 오르는 표정이 있다. 미아자키 하야오 영화에서처럼, 눈을 불끈 뜨고 집중할 때 막 부푼다. 마지막 곡사 날릴 때가 특히 그랬다. 입을 다물구 '으음'하면서 활을 당길 때 모니터를 보면서 '얘 부푼다 부푼다' 이랬다.(웃음)

-박해일은 물론 류승룡처럼 그 자체로 사연있어 보이는 배우들이 단선적인 이야기가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한 몫이 아니라 두 몫을 했을 것이다. 쥬신타의 경우 단순히 카리스마 있고 마초적인 느낌 플러스 뭔가가 더 필요했다. 부하들을 아우르는 장수로서의 느낌, 인간적으로의 느낌 그런 걸 가져가는 게 관객들이 더 극에 동화되고 몰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세 보이기만 했다면 '활'에는 안 어울렸을 것 같다.

그런 대비적인 느낌들을 두 배우가 잘 해줬고, 그 느낌이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문채원이 맡은 여주인공도 인상적이다. 뻔한 민폐 캐릭터가 아닐 뿐더러 기개도 느껴진다.
▶기개와 절조, 여성적이지만 여전사같지는 않은 톤, 주체적이고 본인의 강단을 갖고 움직이는 캐릭터의 느낌이랄까. 사극의 여주인공은 고전적 여성상 아니면 퓨전 여전사 양 극단에서 놀고 있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좀 더 실재적인 느낌을 주려 했다. 주체적인 느낌의 여자, 그런 여성성의 밸런스를 잡으려 노력했고 채원이가 그런 이미지를 잘 갖고 있기도 했다. 그래야 오라버니든 남편이든 그 여자를 꼭 구해줬으면 하는 느낌이 들지 않겠나. 수동적이기만 해서 '왜 저 여자 때문에 저 멋진 남자 배우들이 다 죽는거야' 이러면 안 되지 않겠나.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기개와 강단은 관객들이 '활'에 호응한 큰 이유가 아닐까.
▶'내 비록 물리적인 힘이 약해 어쩔 수 없으나 기개는 잃지 않으리라' 이 공통된 정서가 관객들이 호응하고 또 울컥거리게 작동하기를 바랐다. 그런 불굴의 정신, 기개의 정신이 '활'은 물론이고 역사 3부작을 관통하기를 바란다. 활이란 무기와도 매치가 된다. 우리나라 활의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말이다.

김한민 감독 ⓒ송지원 기자 g1still@
-활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발굴했나.
▶본능적이었던 같다. 활이 날아가는 소리, 꽂히는 소리에 대한 원초적인 쾌감이 있었다. 영화를 준비하며 직접 배우고 또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나라 몇 천년 역사 중 단절되지 않은 몇 안되는 아이콘 중의 하나가 활이더라. 이 속에 역사가 들어있구나 하니 더 사랑스러워졌다. 고증에 충실하게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분명히 호응해주실거란 생각도 들고.

-실제 활 실력은 어떤가? '활' 팀에서 몇 등 정도인지.
▶50보, 그러니까 50m에서 어느 정도 중앙에 맞출 정도다. 배우들보다 먼저 배웠고, 내가 1등이 아닐까 싶다. 극중 과녁에 쏜 활은 다 내가 직접 쐈다. 기계식 에어건으로 쏘면 화살깃이 다 엉망이 되니 직접 쏠 수밖에 없다. '활' 현장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기억이다. 화장실이 멀어서 말 타고 가고 그랬다.(웃음) 어쨌든 활이 수양의 도구라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까 사대가 양반집에서 다 활을 쏘고 아낙들도 쏘고 했지.

-활 예찬론자가 다 되셨다.
▶정말 좋은 심신수양의 방편이다. 우리 양궁 선수들이 보면 기초를 국궁에서 배울 정도다. 특히 한국인은 두 눈이 정면을 향해 있어 입체감, 조준력이 뛰어나고, 한국 여성들은 체형이 저중심이어서 활 쏘는 자세와 더 어울린다. 자체가 전신 운동이기도 하다.

-활이 날아가고 꽂히는 생생함이 잘 살았다.
▶그런 지점이 영화적 속성과 맞다고 생각했다. 영화적인 영화가 드물다. 딴 게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즉물적인 느낌, 본능적이고도 감각적인 느낌이 아쉽다고 생각을 했다. 작심하고 이야기를 단순화시키면서 그 느낌을 살렸다. 그에 대한 호응이 있어서 다행이다.

-전반에서 메시지와 함께 영화로만 보여줄 수 있는 쾌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대중성이란 영화란 매체가 갖는 큰 특성이다. 대중적인 예술이라는 것. 일단은 거기에 충실하면서 대중과 공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점에서 대중과 공명하고 싶다 생각했다면 그것이 쉽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거다. 대중을 무턱대고 따라가려 한다면 소모적인 상업영화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상업영화와 대중영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에너지의 원천이고 매너리즘에 안 빠지고 영화하는 원천이 아닐까. 올 여름은 내가 생각한 것이 맞았다는 걸 스스로 검증한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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