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무한도전'에서 재미없다고 구박받던 길의 모습도, 한 여자를 묵묵히 지키며 재미를 준 '런닝맨' 속 월요 커플남 개리의 모습은 없었다. 무려 데뷔 10년 만에 열린 리쌍의 첫 콘서트는 감동과 흥이 교차한 3시간으로 꾸며졌다. 맞다. 이 사람들, 1997년 처음 음악을 시작한 힙합 뮤지션이 아니던가.
리쌍이 아늑하고도 열정적인 무대로 진한 감동을 안겼다. '리쌍극장' 콘서트가 열린 4일 오후8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두 남자가 쏟아내는 공감어린 음악 인생에 가슴 뜨거운 시간을 보냈고, 감성 공연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대형 TV스크린을 배경으로 무대 위에 오른 개리와 길은 자신들이 걸어온 인생사를 주제로 한 곡들을 차례차례 선보이며 공연의 막을 올렸다. 길이 기타 연주를 시작하고 개리가 또박또박 랩을 찍어 내뱉자 팬들의 감성도 움직였다. 대형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도 더해졌다. 콘서트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리쌍 두 남자의 광경이다.
리쌍은 5곡의 무대를 성의 있게 마친 후 "1996년에 처음 만나서 이제서야 하게 되는 첫 단독 콘서트 입니다"라며 "지하실 단칸방에서 함께 연습했는데 지금 15년째 음악을 하고 있네요. 그렇게 살아오고 있는 리쌍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리쌍은 '내가 웃는 게 아니야' '발레리노' '광대',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등 26곡의 공감어린 노랫말과 감성 힙합 음악을 쏟았다. 특유의 슬픈 멜로디가 가진 인생의 깊이가 한층 진지한 멋과 그루브의 무게감이 더해져 사랑과 이별, 슬픔, 그리고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춤을 춘 공연이었다.
특히 '보통 남자'들의 향기가 짙게 묻어나온 무대 구성이었다. 특유의 래핑으로 진한 진심을 전하는가 하면,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등 풍성한 밴드 사운드로 다양한 장르도 넘나들었다. '한 때 놀아본' 오빠들의 예전 생생한 증언들도, 실패를 뒤로 하고 힘을 내잔 응원가 등 진솔한 무대가 팬들의 어깨를 '토닥토닥'했다.
물론 공연 중간중간 친근한 멤버들의 멘트도 흥을 더했다. 그리고 거침없는 서로의 폭로전도 펼쳐졌다. 스키장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던 사연 등 예전에 사귀었던 여성들의 이름도 거론되며 서로를 소개, 웃음을 줬다. 여기에 '리쌍 블루스' '나란 놈은 답은 너다'란 히트곡이 탄생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그렇게 음악하고 사랑하고 지낸, 35세 개리와 길 두 남자의 이야기가 공연에서 생생하게 펼쳐졌다.
리쌍을 결성한 뒤 처음으로 갖는 이번 공연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자리를 찾았다. 그동안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리, 길과 호흡을 맞춘 유재석은 이번 공연 게스트 출연을 통해 의리를 지켰다.
이날 유재석은 핑크빛 정장에 선그라스, 가발 등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선보인 의상을 착용하고 '그랜드 파이널' '압구정 날라리'를 연이어 선보였고, "아직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점프 등이 낯설다. 사실 좀 전 무대에서도 점프하고 공중에서 반 박자 남아서 난감했다"라고 말해 객석을 폭소케 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유재석을 비롯해 소녀시대의 제시카 송중기 이광수 등 '런닝맨'에 고정 및 게스트로 출연했던 스타들은 물론 배우 장희진 박보영 등이 참석했다. 이광수와 하하는 공연 중간 영상에 출연해 특유의 개그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이번 음반 수록곡 '격산타우' 무대 전 공개된 영상 속에 엉터리 권법을 선보이는 도사와 제자로 출연한 두 사람은 감동 어린 공연에 큰 재미를 더했다.
또 리쌍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또 다른 게스트인 허니패밀리가 무대에 서며 콘서트의 마지막을 감동으로 장식했다. 지금의 리쌍을 있게 한 허니패밀리 리더 박명호는 "변한 게 없는 동생들이다. 늘 열심히 노력하는 리쌍"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길은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습니다. 음악은 음악답게, 예능은 예능답게 즐기면서 살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뒤 'TV를 껐네' '우리 지금 만나' '러쉬' 등을 팬들과 합창하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리쌍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으나 힙합신에서는 잔뼈가 굵은 팀이다. 1997년 힙합그룹 엑스틴으로 활동을 시작해 허니패밀리를 거치며 음악팬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개리와 길이 '리쌍'을 결성, 활동하고 있다.
공연은 리쌍표 진솔한 힙합음악으로 가득 찼다. 친숙한 멜로디 라인과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관통하는 솔직하면서도 세련된 노랫말,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독성 있는 리듬 섹션까지, 리쌍의 젊은 음악은 명랑하면서도 깊은 내공을 뿜어냈다.
그냥 보통 사람, 리쌍 두 남자의 솔직한 음악이 통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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