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대중음악 축제 지형도를 종·횡적으로 아우르는 작업은 유의미하지만 그 방대한 발걸음을 오밀조밀하게 그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음악 분야에서의 축제는 규모와 형태에 있어서도 다양했지만 음악이 가져다주는 환기와 주목도는 남달랐다. 그리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현상학적 결과는 파급효과까지 곁들여져 여러 갈래의 진단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 연말에 벌어지는 공연만 전국적으로 400여개가 넘는다. 그리고 매년 열리는 록음악 페스티발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그 중에는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며 안착하고 있는 음악축제가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음악 축제의 의미를 상실해 숨을 헐떡이는 페스티벌도 눈에 띈다.
또, 방송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더불어 기성 가수들의 대결구도를 선보인 프로그램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를 통해 음악이 등수를 매기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새어나왔지만 새로운 신인 탄생과 90년대 음악의 재해석, 잊고 살았던 뮤지션의 새로운 단면을 들춰냈다는 풍요로운 결과물도 얻어냈다.
또 뉴욕과 유럽으로 날아간 아이돌 음악의 K-POP 페스티벌은 주목할 만하다. 겉으로 드러난 풍작 안에는 우려스러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탄식도 존재한다. 그 명암을 짚어보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더 건강하고 다양한 대중음악 축제의 행보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2011년 대중 음악 공연을 돌아 보다
2011년 연말에 티켓 오픈을 하는 공연은 전국적으로 400여개가 넘는다. 한해에 단 한 번도 공연을 보지 않는 사람이 지천에 널렸지만 공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기준, 국내에서 가수들이 펼친 공연의 티켓 판매 규모는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최고의 성수기라고 불리는 11월과 12월에 몰린 콘서트 티켓 판매액은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1년 집계가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티켓 판매 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말 공연 시장은 특수대목이다. 시장규모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연말공연 판도는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쉽게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콘텐츠의 규모나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그 공연의 중심에는 매년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공연 콘텐츠도 있는가 하면 게눈 감추듯이 사라지는 단명 공연들도 부지기수다. 뮤지션 개인의 단독 공연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올해의 공연은 조용필, 이문세, 이승철, 김동률, 이적이 주축이 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매 공연마다 티켓을 매진시키는 티켓파워를 지녔다. 공연이 곧 자신들의 음악 행보이며 동시에 음악적 역사를 점철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연에 헌신적으로 매진하는 뮤지션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는 이들의 공연은 자신의 명성을 말하는 지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오늘의 대중가요의 유산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그 공연의 농도는 짙다.
이들의 승승장구와 더불어 눈에 띄는 공연과 행보가 존재한다. 신인뮤지션의 작지만 내실 있는 선전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요 시장이 침체일로에 서 있지만 음악적 개성을 내세운 ‘10Cm’(십센치)와 ‘장기하와 얼굴들’은 체계적인 매니지먼트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은 뮤지션의 새로운 출구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올해 대중 가수 공연에 전반적인 경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숨어있던 뮤지션들의 재발견이다. 대표적으로 임재범, 김범수, 김연우, 박정현, 이소라 등이다. 이들은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뮤지션들이었다. 올해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가창력을 재확인했다. 이어진 공연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이들의 활약은 아이돌 음악이 대세를 이루었던 음악시장에 갈림길을 제공할 만큼 큰 물줄기를 틀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의 공연 레파토리가 지속적으로 대중의 사랑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향후 풀어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단발적인 인기 영합에 머물러서는 다시 제자리로 가야한다는 대중의 속성을 깊이 염두해야 할 것이다.
조인트 공연 레파토리가 어느 해보다 부각하는 한 해였다. 우선 김장훈-싸이의 완타치가 대표적인 인기를 끌었다. 4만관객을 유치하기 이들의 전쟁은 그야말로 쇼의 대명사다. 음악과 쇼의 결합이라는 화두로 두 남성 가수의 결합과 시너지는 젊은 세대에게 후한 점수를 받으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무려 4회 공연을 열만큼 보폭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성시경-박정현의 그해 겨울, 이소라-김범수, 바비킴-거미의 더 보컬리스트 공연은 정상의 남녀 가수들이 조인트로 펼치는 이색적인 공연이다. 이들의 레파토리는 올해 뿐 만 아니라 향후에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콘텐츠로 힘을 싣고 있다.
주요 뮤지션들의 공연 지형도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여전히 가요계도 빈익빈 부익부의 형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되는 공연은 이유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것은 반드시 추락하게 된다. 비상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이 존재한다. 대중의 환호는 언제나 준비된 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모든 공연기획사와 뮤지션들이 콘서트를 통해 수익을 보장 받지는 못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만 노리고 준비되지 않는 콘서트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콘서트의 의미조차도 뮤지션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공연이 줄을 잇고 있다는 말이다. 유료 관객수 300여명이 채 안되는 가수가 1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2, 3회에 이르는 콘서트를 올리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히트곡을 내고 인지도가 쌓였다고 물불가리지 않고 불속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공연기획사나 가수 모두 자충수를 두게 되는 원인이 있다. 공연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특수 대목 시장을 두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종의 모험을 감수하면서도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는 심산이다. 결국 공연을 통한 가수의 이미지는 뒷사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는 애초에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지 않고 함께 뛰어든다. 그야말로 공연에 대한 철학의 무지다. 이것은 공연이 아니라 행사다. 공연 매출을 초과하는 제작비를 투입하면서 누가 콘서트를 열겠는가. 결국 그 손해는 모두 관객이 떠안게 된다.
시작부터 뒤틀린 공연은 결국 무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으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돈을 내고 입장한 관객이 기대 이하의 공연이라는 사실을 직감하는 순간, 두 번 다시 공연장을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단 콘서트 무대가 막이 오를 때 바로 뮤지션으로서의 함량을 모두 보여주는 순간이다. 바꾸어 말하면 공연은 뮤지션에게 자신의 모든 음악적 능력을 담아내는 일이다. 공연의 평가가 곧 뮤지션의 진정한 수준을 가늠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공연은 가수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음악적 행보인 것이다.
음악적 진정성의 견지에서 보자면 공연은 가수로서의 생명력을 담보하는 역사적 무대다. 두 시간을 채우는 행사 무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공연,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공연은 결국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중에게 수년간 사랑받아온 공연의 공통점은 언제나 공연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음악에 집중되는 다양한 무대를 연출해왔다. 그 과정은 고통의 순간이었다. 관객에게 펼쳐보이기 전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섬세함의 정도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공연이 돈벌이의 목적이 아니라 음악적 생명을 잇는 교두보라 생각한다면 이 엄중한 문제제기 앞에서 숙고해야 한다. 결국 뮤지션으로 남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그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바로 관객이다.
또 하나 특이점을 짚을게 있다. 특히 아이돌 음악의 한류 열기는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을 뚫고 새로운 돌파구로서의 해외 시장 개척에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 허브로 일컬어지는 뉴욕과 파리를 비롯해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 우리 아이돌 그룹이 공연을 펼치면서 K-POP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K-POP이 유럽을 흔들고 있다는 외향적 징후를 뒷받침할만한 음악 차트 성적표를 찾을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더구나 유튜브를 통한 음악듣기 다운로드 수가 다른 해외 가수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것은 음악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제 초기 단계다. 그런 점에서 치밀한 프로모션과 현지화 전략, 언어의 장벽, 각국의 문화적 정서를 융합하는 과제를 세밀하게 풀어낸다면 기대 이상의 결실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한국형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상당한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1969년 10월 15일 낮. 김포공항에는 200여명의 단발머리 소녀 팬들이 모여들어 수라장이 되었다.’ 클리프 리차드 내한 공연이 있던 그때를 한 언론사가 전한 문구다. 40여 년 전의 일이다. 해외 연예인에게 보내는 팬덤은 당시로서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우리 연예인도 언제 저렇게 해외에서 명성을 날릴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도 생각지 못할 때였다. 시간이 흘러도 그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그리고 오늘 한류의 힘은 세계 각지의 10대들에게 어필할 만큼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록페스티벌, 음악 마니아를 양산하라. 음악적 토대위에 내실 다져갈 때...
음악축제에도 브랜드가 있다. 수년간 다져온 축제 노하우가 없이 외형적인 형태로 음악팬의 눈을 속일 수 없는 노릇이다. 규모나 아티스트의 면면을 보더라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운집시키는 록페스티벌이 있다. 바로 지산밸리와 펜타포트다. 양대 록페스티벌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춘 GMF(그린민트페스티벌)이 착실히 성장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록페스티벌은 수 십 개에 이르지만 그 규모를 텍스화 하기에는 아직 내세울 것이 없어 성장을 요구해야 할 판이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시작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2006년 펜타포트로 이름을 바꾸고 7년 만에 부활했다. 2009년에는 주최 쪽의 갈등으로 두 개의 페스티벌로 쪼개졌다. 오늘의 펜타포트와 지산페스티벌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나란히 페스티벌을 강행하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였다.
올 해 두 페스티벌은 일주일 간극을 두고 여전히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펜타포트는 송도에서 잔디가 깔린 드림파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진흙탕’ 이미지를 벗었다. 탁 트인 잔디밭, 깨끗한 부대시설 등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는 지산은 올해 음악전문 기업 엠넷미디어가 주최사로 나서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록페스티벌 문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올해로 6년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짧은 시간 동안 주목을 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올해 7월말 3만명이 다녀간 펜타포트는 여름 축제의 포문을 장식했다. 특히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자생해 온 인디 음악을 소개하고,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단독 무대를 끌어내는 등 국내 록 음악을 부흥시키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페스티벌 기간에 새벽 5시까지 펼쳐지는 그루브 세션(DJ 공연)은 국내에 새로운 파티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60여 팀으로 구성된 최종 라인업이 그 규모를 실감케 했다. 뉴 메탈 그룹 콘을 비롯해 영국의 댄스팝 듀오 팅팅스, 캐나다 펑크 록 밴드 심플 플랜 등 해외 뮤지션과 노브레인, 검정치마, 가리온 등 최정상급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경기도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지산록페스티벌은 사흘간 관객이 9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7만 명)보다 30% 가량 늘었다. 불과 세 번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그 같은 결과는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록'에 집중됐던 프로그램이 '페스티벌' 중심으로 재편됐다.
올해 지산 무대에는 다양한 장르가 이름을 올렸다. DJ DOC·UV·정진운(2AM)·김완선 등 대중성이 강한 가수들에게도 무대를 제공했다. 이 같은 라인업은 사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록페스티벌을 TV 가요 순위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킨다는 질책이 뒤따랐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남달랐다. 에선 달랐다. DJ DOC와 UV의 무대에 2~3만 명이 몰려들며 비난을 일축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 영국 글래스턴베리나 일본 후지 등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엔 일렉트로닉·힙합·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 무대에 오른 지 오래다. 확장된 음악 축제를 지향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록'이란 말을 떼버려도 좋을 정도다. 지산 록페는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록페스티벌에 대한 따가운 지적도 만만치 않다. 3일 공연 관람료가 22만원에 이르는 것도 관객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또한, 상업적 냄새가 너무 짙다는 비평도 따른다. 지산의 경우 26개 기업이 참여했다. 공연장 곳곳에 각종 기업의 홍보 부스가 늘어섰고 패션·음료·자동차 등 음악과 관계없는 기업들도 대거 모였다. 거액의 티켓 값을 내고도 기업들의 홍보 이벤트에 둘러싸이는 건 재고할 일이다.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더라도 음악 축제라는 큰 틀은 지켜나가야 한다.
록페스티벌의 축제는 음악과 관객이 중심이어야 한다. 록페스티벌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려면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이뤄낼 수 없는 과제다.
오디션 프로그램, 뽑아 놓고 외면하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올해 대중음악계의 키워드는 ‘한류’ ‘신인 발굴’ ‘90년대 음악’으로 정의된다. 특히 신인 발굴은 프로젝트는 초미의 관심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신예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악기상마다 통기타 판매가 부쩍 늘어난 열풍은 그것을 방증하는 한 예다.
올해도 신인발굴은 그 연장 선 상에 놓여 급진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음악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는 지난해 134만 명이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3년째를 맞아 참가자들이 몰려 196만 여 명이 몰렸다. 공중파TV에서도 닮은꼴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다 TOP밴드까지 생겨 전 음악 장르에 오디션 열풍이 불었다. 아나운서와 오페라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잇따르고 있다. 다른 채널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물밑 기획을 하고 있다니 오디션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인뮤지션을 발굴하는 오디션프로그램도 큰 관심을 끌었다. 대중음악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만들 줄은 알지만 육성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다. 집단 이기주의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음악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승자가 된 뮤지션을 진화시키기는 커녕 타 방송사 출신이라 점을 내세워 암묵적인 담합을 통해 출연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그야말로 방송 연좌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공중파 채널은 공공재다. 국민의 것이거늘 자사의 이익을 위해 타사의 콘텐츠는 안중에도 없다. 귀중한 재원을 뿌리뽑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발상과 실천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신인 선발은 할테니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언론은 오디션프로그램이 왜 이리도 많으냐는 질문만 거듭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속사정을 신랄하게 파헤치지 않는다면 방송에서의 음악프로그램 행패는 대중 음악계에 더욱 갈등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새롭게 발굴된 신인 뮤지션을 격에 맞는 무대 위로 올려 보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그 폐해의 주체는 온전히 대중음악계와 나아가 음악수용자들의 몫이다. 대중이 없는, 대중을 위한 문화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프로듀서가 음악을 짓밟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야말로 음악계의 치부와 비열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기성 가수들의 경연장이 된 ‘나는 가수다’를 비롯해 '불후의 명곡'은 올해 대중음악계에 가장 관심을 끈 프로그램이다. 기성 뮤지션들의 가창을 순위로 가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숨어있는 주옥같은 ‘90년대 음악’을 뒤돌아보는 기회를 맞보았다. 몸으로 듣는 요즘의 음악에서 가슴으로 듣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낌으로서 10대들에게는 마치 창작곡처럼 들렸을 것이고 중장년층에게는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 낭만을 제공했다. 상실한 음악적 균형을 바로 잡게 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셈이다.
우리 대중음악계는 여전히 사사로운 감정과 이익에만 매달려 걸어온 것은 아닌지 해를 넘기기전에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할 때다.
<강작가=강태규. 문화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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