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김지호, 내시와 오랑캐의 유쾌한 우정(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12.01.23 11:49
개그맨 김영민(왼쪽)과 김지호 ⓒ사진=임성균 기자


내시와 오랑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 근데 친구사이란다. KBS 2TV 공개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감수성'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내시' 김영민과 '오랑캐' 김지호는 인터뷰 내내 서로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1년생으로 올해 31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KBS 공채개그맨 기수로 김지호가 22기로 23기 김영민보다 한기수위 선배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허물없이 어울리는 친구사이다. 이들의 유쾌한 '개그 우정'을 들어봤다.
개그맨 김영민 ⓒ사진=임성균 기자

김영민, 음악교사 꿈꾸다 늦깎이 데뷔 "정범균 선배, 중학교 음악선생이었죠"

김영민은 2008년 28살 때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대학(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에서 교직을 이수, 중학교 음악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현재 '사마귀유치원'코너에 출연 중인 정범균이 당시 가르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정범균이 지금은 선배로, '군기'를 잡고 있다고. 김영민은 "정범균 선배가 대기실에서 '선생님, 물 좀 갖다 주실래요'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웃음 뒤에 씁쓸한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소극장에서 밴드 공연을 했는데, 어쩌다 개그를 하게 된 거예요. 개그의 맛을 안 순간 빠져나올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도전을 했고, 개그맨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렇게 데뷔했지만 그는 짧은 '개그 맛'을 본 뒤 군대에 갔다. 공익판정이 나왔지만 재신체검사를 받은 뒤 육군 현역으로 자원입대했다. 군악병이었지만 행군에 사격 등 보병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현역을 적극 권유했던 장동민은 단 한 번의 면회도 없었다고. 그 시절 김영민을 찾아와 위로해준 사람이 김지호다. "정말 자주 왔다"는 게 김영민의 말.

김지호는 "부천이라 가깝기도 했고, 사실 면회소 주변에 진짜 맛있는 오리고기집이 있어 음식 먹는 김에 면회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영민은 "지호가 그렇게 얘기하지만 제가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면회를 빠트리지 않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지호는 "새로운 맛 집이 있는지 물색하러 갔었다"고 지지 않고 개그감각을 이어갔다.

김지호는 그러나 "사실 영민이에게 너무 고맙다"라며 "'감수성' 아이디어 회의 때 제가 막혀서 웃으면서 바라보면 오랑캐 아이디어까지 내주는 고마운 친구"라고 웃으며 말했다.

'자랑스러운 대한의 남아'로 군복무를 마쳤지만 제대 일주일 만에 그는 '남자 아닌 남자' 내시 역할로 '개그콘서트' 무대에 올라야 했다. 군 시절 각종 체력운동으로 '몸만들기'에 열심이었던 그로서는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사실 처음에는 병사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서수민 감독님이 "내시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시는 거예요. 저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죠. 제대 후 바로 일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내시로서 무대에 오르는 기쁨 아닌 기쁨을 누리게 됐지만 직업병도 생겼다. 공연 내내 허리를 굽히고 있다 보니 고질적 요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김지호는 "리허설도 실전처럼 하다 보니 리허설 때 잘못해 혼날 때도 영민이는 허리를 굽히고 혼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그맨 김지호 ⓒ사진=임성균 기자

김지호 "초등생들도 오랑캐라 불러..어머니 앞에서 때리지는 말았으면"

'오랑캐' 김지호도 고충은 있다. 매회 게스트에게 뺨 맞는 고통이 클 것 같다는 물음에 "그건 무대 위고, 적응이 돼서 별로 힘든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무대 밖의 예상치 못한 공격이 제일 당황스럽다고 했다.

"초등학생들이 길에서 절 보면 달려와 '오랑캐'라고 부르면서 막 때려요. 하하. 놀이동산에 있는 인형 같은가 봐요. 제 경우엔 거의 탈 안 쓴 인형이죠. 최근에는 어머니와 마트를 갔는데 그때도 아이들이 제게 다가와 막 때리더라고요. 어머니가 보시더니 '애들한테 맞고 다니냐'고 씁쓸해하셨어요. 그 이후에는 웬만하면 마트 같이 사람들 많이 모이는 데는 저 혼자가요. 하하"

김지호는 또 "초등학생들의 키가 작다보니 손으로 치면 '중요한 부위'에 닿을 때가 있다"면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애정 어린 호소(?)를 하기도 했다.

특유의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비밀도 털어놨다. 개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닌 선천적인 핸디캡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실 아버지도 그렇고, 집안이 유전적으로 탈모증세가 있어요. 2~3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스트레스였죠. 머리카락을 감으면 한 움큼씩 빠지는 데 그 스트레스는 말도 할 수 없어요. 20대 한창일 때니 심적 고통을 말로 할 수 없었죠.

그러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의 권유로 가운데만 남기고 나머지 머리카락을 삭발했어요. 상대적으로 머리카락 빠지는 게 적다보니 이제는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개성도 살리고, 복덩이 같은 머리에요. 참, 제게 모히칸 스타일을 제안했던 원장님은 윤형빈씨 '왕비호'할 때 머리를 밀어버리셨던 분이에요. 연예인만 보시면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싶으신가 봐요. 하하하.

2012년 소망은? 김영민 "'윤형빈극장' 대박나길!" 김지호 "영민이 잘됐으면"

김영민은 현재 개그맨 외 공연기획으로 '투잡' 생활을 하고 있다. 윤형빈과 손잡고 부산 경성대 인근에 140석 규모의 '윤형빈극장'을 내고 지역 공연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금요일 밤이면 부산행 KTX를 타고, 월요일 오전 서울 여의도 '개그콘서트' 연습실로 출근하는 강행군이다. 힘든 일을 왜 자처 했을까. 것도 서울과 한참 떨어져있는 부산에?

"부산에 극장을 낸 이유요? 저희 어머니 고향이 부산이시고 윤형빈씨 여자친구(정경미) 고향이 부산이라는 점도 고려됐어요. 그리고 서울에 이은 대한민국 두 번째 도시인데도 대학로 같은 공연 문화가 부산에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고 했다. 토, 일요일 각각 3회 공연에 140석 공연장이 꽉 찬다고 했다. 노래와 개그를 합친 형태의 공연이 서울에서는 흔하지만 부산에서는 이제껏 볼 수 없었기에 그럴 것이라는 게 김영민의 분석이다. 게다가 김지호 등 '개그콘서트' 식구들도 짬을 내 '윤형빈극장'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김영민은 "(김)지호가 틈틈이 내려와 많이 도와준다"라며 "무보수인데도 참 열심히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김지호는 "내려가면 제 옷 다 벗긴 뒤 이상한 의상 주고 무대부터 올린다"라며 "보수도 없고, KTX 비용도 제가 낼 때가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김영민은 "'개그콘서트'도 '감수성'도 '윤형빈극장'도 다 잘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지호는 "저도"라면서 "특히 영민이 공연장이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순진한 웃음을 지었다.
개그맨 김영민(앞)과 김지호(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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