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명배우다. 그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무게감이 실리는 배우이며, 한류스타가 아닌데도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송강호는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홍상수까지 해외에 인정받는 한국 대표 감독들과 함께 한 유일한 배우기도 하다.
송강호는 한 때 간혹 주사가 있곤 했다. 연극배우 시절부터 쌓아온 술의 내공이 상당했고, 거칠었다. 덜 다듬어졌다고 할까? 그런 송강호에게 술이라면 남자 열 명이 덤벼도 지고 만다는 여걸 이미연이 세게 한 마디를 한 적도 있다.
송강호는 계속 독주를 마시다간 실수를 할 수도 있단 생각을 하고 그 뒤론 독주를 멀리 하고 있다. 실수를 한다는 걸 알아도 고치고 그걸 장점으로 바꿔서 더욱 괜찮은 사람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송강호는 그랬다.
김지운 감독은 '놈놈놈'을 찍고 난 뒤 "송강호는 좋은 배우지만 갈수록 좋은 사람이 됐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송강호는 칸영화제에서 술자리를 가졌을 때 "저는 백세주만 마신다"고 해서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송강호는 백세주 모델이었고 들리는 이야기론 계약이 끝난 뒤에도 독주를 마셔야 할 땐 백세주로 대신한다고 한다.
송강호가 위기라고 한다. 술자리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한 영화지에서 이니셜 기사를 쓰면서 공론화됐다. 정말일까? 진짜 송강호가 위기일까? '푸른소금' '하울링' 단 두 편 흥행이 저조했다고 위기일까?
'푸른소금'과 '하울링'에 어떻게 송강호가 참여했고 노력했는지를 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소리들이다. 송강호는 이현승 감독이 당초 준비했던 '밤안개'를 함께 하기로 했다. 이러저런 사정으로 투자가 여의치 않게 됐고, 이현승 감독은 '밤안개'를 '푸른소름'이란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꿔 준비했다. 과정은 지난했다. 그럴 때 송강호는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제작이 불투명하고 이현승 감독이 실의에 빠졌던 어느 겨울밤, 송강호는 이현승 감독과 만났다. 송강호는 이현승 감독에게 좋은 작품 기다리고 있겠다고 인사를 전한 뒤 편지봉투를 전했다. 이현승 감독은 "크리스마스 카드인가라고 생각하며 봉투를 열었더니 200만원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이현승 감독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끝까지 믿어주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송강호 작품 선택의 눈이 나빠졌다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송강호는 '푸른소금'과 '하울링'의 중심을 잡아줬다. 송강호는 감독과 제작자에게 영감을 준다. 그가 합류하면 어느 순간 기대를 갖게 된다. 작품에 송강호가 입혀진다.
'하울링' 제작사 오퍼스픽쳐스 이태헌 대표는 "송강호가 갖고 있는 그런 아우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지, 그게 배우 탓이겠냐"고 말했다.
송강호는 서늘함과 짙은 어둠, 능청스러움과 치열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다. '우아한 세계'에서 기러기 아빠 신세가 돼 라면을 집어던지는 조폭과 '밀양'에서 전도연 뒤에 서있는 것만으로 존재감을 더하는 남자, '박쥐'에서 친구의 아내를 탐한 흡혈귀 신부, 모두가 송강호다.
송강호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김윤석을 함께 이야기한다. 김윤석이 송강호의 자리를 꿰찼다고들 한다. 두 배우는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대체제나 보완재가 아니다. 김윤석의 부상이 송강호의 추락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송강호는 24일 피렌체로 출국한다. 23일부터 열린 피렌체한국영화제에서 송강호 특별전을 여는 데 참석한다. 감독 특별전은 있었지만 배우 특별전은 처음이다. 송강호는 피렌체한국영화제에 참석한 뒤 체코로 날아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준비한다. 5월부터 본인 분량을 찍지만 미리 현지를 찾아 영화에 몰입하려 한다.
'설국열차'를 찍고 온 뒤에는 '우아한 세계'에서 호흡을 맞춘 한재림 감독의 '관상'을 찍는다. 첫 사극 도전이다. 도전의 연속이다.
정상에 오르긴 어렵고 정상을 유지하는 건 더 어렵다. 정상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오긴 더욱 어렵다. 송강호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다. 언젠간 내려올 것이다. 그래도 로버트 드 니로가 전성기를 지나도 여전히 로버트 드 니로인 것처럼 송강호도 여전히 송강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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