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표 게이 감독 김조광수. 그의 퀴어 영화 세계가 더 넓고 풍부해졌다. '소년, 소년의 만나다'와 '친구사이?' 등 중단편을 연출했던 김조광수 감독이 드디어 장편 퀴어 로맨스를 완성했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다.
10대 게이의 풋풋함을 그린 '소년, 소년을 만나다'(이하 소소만)와 20대 초반 게이들의 군대 에피소드를 담은 '친구사이?' 그리고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 30대 게이의 이야기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까지. 김조광수의 영화 속 석이와 민수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미 세 영화 모두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었다. 세 영화 주인공은 모두 민수와 석이다. 게이인 감독의 이야기를 반영했다는 것 또한 이미 유명한 얘기. 퀴어영화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 보다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세 영화의 공통된 톤이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위장결혼이라는 계략을 꾸민 게이 민수(김동윤 분)와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위장결혼에 동참한 레즈비언 효진(류현경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레즈비언과의 위장결혼을 그렸지만 영화는 게이 커플과 게이 커뮤니티에 좀 더 무게를 뒀다. 그리고 민수와 석이 중에서도 게이임을 꽁꽁 숨기고 사는 민수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 '두결한장'은 게이 청년 민수의 성장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소소만'이 두 사람의 묘한 감정에만 집중했다면 '친구사이?'는 어머니를 등장시켜 조금 더 사회적인 관계를 드러냈다. 감독의 첫 장편 '두결한장'은 사회 안에서 성적소수자들이 겪는 편견이 조금 더 드러난다. 나이가 들며 사회적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만큼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다 보니 전작에 비해 무거운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감독은 이에 대해 "웃고 떠들다가 난데없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우울하고 무거워 질 수밖에 없는 게 동성애자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영화도 그에 걸맞게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명랑 퀴어를 표방하는 김조광수 감독도 사회적 편견에 대한 접근 없이 가볍게만 영화를 만들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에서 게이 커뮤니티로 영화가 확장되니 색다른 재미도 생겼다. 바로 영화의 깨알 같은 웃음을 담당하는 게이 5인방이다. 영화 속 게이 코러스 그룹인 G-VOICE의 '언니들'인 이들은 코믹한 음담패설로 웃음을 자아낸다. 커밍아웃했지만 연애 한번 못해본 왕언니(박수영 분), 무한 긍정에너지를 가진 푼수 티나(박정표 분), 게이 계의 라이징 스타 익훈(장세현 분) 등 개성이 넘친다.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결혼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접근했지만 흘러가는 이야기는 다른 퀴어영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그 안에서 주는 웃음과 행복한 결말에서 감독의 의도대로 '해피 퀴어 로맨스'의 기운이 느껴진다.
30대 게이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수위는 생각보다 가볍다. 유쾌한 영화의 톤에 맞게 베드신도 귀엽고 코믹하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만하다.
김조광수 감독은 '두결한장' 제작 보고회에서 차기작으로 40대 게이 민수와 석이의 이야기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40대가 된 그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40대 게이의 삶을 살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이기에 그가 그리는 40대 민수와 석이가 더욱 기대된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