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누구나 가면쓴 팬텀이 될수 있다는 경고

최보란 기자  |  2012.06.22 09:50
<사진제공=SBS>


'유령'이 현실 속 사건들을 반영한 에피소드들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유령'(극본 김은희·연출 김형식 박신우)7~8회에서 그려진 명문고 자살사건은 인성교육은 뒷전인 입시위주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모았다.

김우현(소지섭 분)과 유강미(이연희 분)는 수사를 통해 모든 것이 장학금을 받기 위한 여학생 정미영의 살인극이었음을 밝혀냈다. 정미영은 교무실 컴퓨터에서 답안지를 해킹했다며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한국의 이튼스쿨이라 불리는 성연고는 명문 중의 명문이지만 다른 학교들에 비해 몇 배나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특히나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결국 아이들은 장학금을 위해 답안지에 목숨을 걸었던 것.

'유령'은 아이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것과 파릇파릇한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입시경쟁으로 인한 압박이었음을 보여주며 씁쓸함을 남겼다.

특히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후에도 정미영은 "난 걔네에게 답안지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지 죽으라고 한 건 아니다. 밟히기 싫으면 먼저 밟으라고 배웠다. 난 배운 대로 했을 뿐이다.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울부짖어 충격을 안겼다.

'유령'은 방송 초반부터 현실 속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들을 연상케 하는 소재들로 몰입도를 높였다. 첫 회에서는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여배우의 자살사건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극이 진행될 수록 사건 뒤에 더 큰 음모가 감춰져 있음이 드러나며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방송캡처=SBS '유령'>

또한 신효정 사건 수사과정에서 등장한 신진요(신효정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는 과거 가수 타블로의 학위논란 당시 화제가 됐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해커 집단이 전력회사를 공격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6회 에피소드는, 2011년 미국 일리노이주 상수도 시스템 해킹사건 등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여러 사례를 연상하게 해 긴장감을 더했다.

시청자들은 "'유령' 사회비판 대단하다. 교육문제, 악플문제, 해킹문제까지..다음주까지 못 기다리겠다", "'싸인'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다운 드라마 등장",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직격타를 날렸다", "'유령' 사건 결말 보고나니 슬픈 건 왜일까" 등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한 스토리에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사이버 수사대를 소재로 삼은 '유령'은 방송 전 시청층이 한정돼 있다는 우려를 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사회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들의 진상을 사이버 증거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메일과 문제 메시지 등을 통해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들은 어렵지 않게 사건에 접근함으로써 컴퓨터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또한 '유령'은 사건들 속에서 의외의 인물들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반전과 더불어, 그들의 사연들이 드러나며 사이버 세상 속 누구든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악의를 담은 댓글 하나, 메일하나, 문자 하나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 에피소드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한다.

한편 '유령'은 8회는 11.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전날 방송분보다 소폭 상승, 동시간대 1위인 KBS 2TV '각시탈'(15.5%)과의 격차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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