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vs'왕남' 조연 열전, 닮은듯 다른 조연 열전③

[★리포트]

이경호 기자  |  2012.09.19 12:05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9월 극장가를 사극 열풍으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지난 13일 개봉해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궤도에 올랐다. 영화가 흥행 물결을 일으키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등 주연 외에도 여러 주연급 조연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광해'는 2006년 1200만명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 '왕의 남자'(2005년 개봉)와 닮은꼴로 흥미를 끈다. 흥행을 이끌었던 '왕의 남자'는 주연 배우들의 활약도 컸지만 이에 못지않게 조연들의 활약도 빛났다.

묘하게 닮은 분위기를 풍기는 '광해'와 '왕의 남자'. 두 사극영화의 흥행을 든든하게 했던 조연들은 누가 있을까.

'광해'는 폭군으로 부각됐던 조선왕조 제 15대 왕 광해군의 시대를 다뤘다. 광해군 8년,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군주 광해(이병헌 분)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영화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정진영 분)이 통치하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과 여자보다 고운 장생의 광대 파트너 공길(이준기 분) 그리고 연산과 장녹수(강성연 분)의 운명적인 관계를 그렸다.

'광해'는 장광 김인권 심은경 등 조연의 활약이 극중 재미를 더한다. 이들은 '왕의 남자'의 조연들인 장항선 유해진 정석용 등을 연상시킨다.

조내관 역의 장광은 왕을 대행하는 하선을 묵묵히 보필한다. 진짜 왕이 아니다 보니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아슬아슬함의 연속이다. 조내관의 입장에서는 입가에 미소만 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때로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왕의 자리에 있는 하선의 말 한 마디에 꼼짝하지 못한다.

'광해'에 장광이라면 '왕의 남자'에는 장항선이다. 장항선은 '왕의 남자'에서 내관 처선 역을 맡았다. 그는 묵직하면서도 쉽게 잊혀 않는 존재감을 보인다. 극중 연산군(정진영 분)이 마음을 여는 유일한 신하이자 측근이다. '광해'의 조내관과 달리 차갑고 매서운 느낌이다. 조내관과 처선은 내관이라는 겉모습만 같고 내면은 전혀 다르다.


왕의 호위무사인 도부장 역의 김인권은 장광 보다는 관객들의 웃음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타협을 모르는 고지식한 인물이다. 하선의 목에 검을 겨눴다고 혼쭐나 눈물 콧물 짜는 모습은 도부장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다.

'왕의 남자'에서는 육갑 역의 유해진이 주연 못지않은 조연으로 활약했다. '광해'에서 도부장처럼 극중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었다. 특유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의 활력소로 활약했다.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해도 속은 여린 캐릭터는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때로는 장생(감우성 분)과 공길(이준기 분)에게 못되게 굴어 얄밉기도 했지만 목숨을 건 광대놀이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심은경은 극중 궁녀 사월이 역을 맡았다. 십대 소녀인 사월이는 '광해'의 긴장감을 높였다 줄였다 하는 인물 중 하나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왕의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속 곳곳에 숨어있다 툭 튀어나와 그의 활약에 대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높인다.

'왕의 남자'에도 사월이의 느낌을 자아내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칠득 역의 정석용이다. '광해'에서 심은경이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것만큼 정석용도 그랬다. 광대놀이에 신나하면서도 제 목숨 부지하기 어렵다 싶으면 벌벌 떤다. 그래도 '왕의 남자'에서는 웃음 유발자였다. 당시 동정심이 가는 극중 캐릭터는 안타까움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 관객들에게는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광해'와 '왕의 남자'는 이처럼 조연들의 활약까지도 닮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시대적 배경과 극중 인물들이 전혀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두 영화다.

'광해'와 '왕의 남자' 모두 주연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 조연들이 있다. '광해'가 '왕의 남자'처럼 주연 못지않은 조연들의 화제를 낳으며, 흥행도 닮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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