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은 의미가 없습니다"..현실은 더 씁쓸했다

김현록 기자  |  2012.09.24 09:27


"'골든타임'이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의미가 없습니다."

24일은 기부천사 자장면 배달부 김우수씨가 사고사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자장면을 배달하며 고시원에서 살면서도 어린이 5명을 후원해온 그는 1년 전 이날 밤 오토바이를 타고 빈 그릇을 찾으러 가다 사고를 당했고, 인근 종합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처치 후 CT 촬영까지 마쳤지만 병원 도착 2시간만에 중환자실이 없다며 2차 병원으로 옮겨갔다. 30분만에 간 2번째 병원에선 환자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며 수술을 포기했다. 다음날 김우수씨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각색돼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에 쓰였다. 드라마에선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골든타임'은 없다'는 주제로 우리나라 중증외상 치료 체계의 문제점을 다뤘다. MBC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간접 홍보가 노골적이지만 내용은 알찼다.

외국의 경우 질병자나 질환자를 보는 응급실과 교통사고, 추락 환자 등을 맡는 중증외상센터가 따로 있어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것이 따로 없어 살아야 할 환자들이 죽어간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소위 선진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대만, 필리핀, 오만 등에도 중증외상센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골든타임' 최인혁 교수의 실제 모델인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는)공공의료의 성격이 있다. 길에서 치료를 잘 못 받아서 죽게 해선 안되지 않았나"며 "우리 나라에서는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최소 1만명 이상 목숨을 잃는다. 그것도 최소지 2만명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른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드라마 '골든타임'을 열심히 본 시청자라면 이같은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철철 피가 흐르는 환자가 들어왔는데 의사들에 담당을 미루며 손을 쓰지 않는다거나, 수술실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거나, 정작 오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목숨을 잃는다거나. 기껏 병원이 외상센터 건립 공모에 참여했는데 지원 기준이 바뀌어버린다거나.

드라마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상환자는 장기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이 낮다. 모자란 중환자실이며 수술실을 상시 비워야 하니 병원에서도 장사가 안 돼 싫어한다. 주로 밤에 일하며, 항시 대기에, 수입도 적은 외상외과의는 비인기 3D 직종이란다. 운이 좋아 사는 것일 뿐, 교통사고를 당하면 의자조차도 응급실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를 안 맞는다고 어찌 장담을 하랴. 외상외과의들이 직접 쓴웃음을 지으며, 혹은 표정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골든타임'은 오는 25일 종영을 맞는다. 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부터 배우들의 열연까지, 짜임새 좋은 웰메이드 드라마는 월화드라마 1위를 이어가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드라마가 꼬집은 우리 의료계의 현실은 과연 변화로 이어질까.

정부는 권역 외상센터 5개소 건립을 지원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으나 800억이었던 지원 예산이 10분의 1로 줄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게 이날 '시사매거진 2580'의 마지막 설명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그러면 그렇지'로 바뀌는 순간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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