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대종상에 모멸감? 시상식 중 자리 떠

김현록 기자  |  2012.10.30 22:16
사진=임성균 기자

'피에타' 김기덕 감독이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도중 자리를 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제 49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기술상 전 부문 등 무려 14개 부문을 싹쓸이한 가운데 시상식에 참석했던 김기덕 감독은 도중 자리를 떠났다.

김기덕 감독은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됐으나 자리를 비워 영화 관계자가 대리 수상했다. 이 관계자는 무대에 올라 "김기덕 감독님이 갑자기 몸이 불편하셔서 자리를 비우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과정이며 상황이 석연찮다.

올해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올해 대종상 영화제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신인 남우상, 신인여우상 등 주요 부문 6개 후보에 오르며 강세를 예고하는 듯 했다.

김기덕 감독은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였던 조민수와 함께 밝은 모습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김 감독이 영화제 중반까지 조민수의 옆 자리에 앉아 시상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대종상 시상식은 오로지 '광해'를 위한 자리였다. '광해'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총 14개 부문을 독식했다. 기술상 전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후보에 오른 모든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어떤 한국 영화 시상식을 돌이켜봐도 유례가 없는 결과였다.

반대로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에게 돌아간 심사위원 특별상, 조민수의 여우주연상 등 단 2개 트로피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감독상 또한 '광해'의 추창민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은 감독상 전에 진행된 심사위원 특별상 시상 때부터 자리에 없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심사위원들의 합의로 결정되는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리를 뜬 것은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님의 뜻을 전해들은 것은 아니지만 한 작품에게 쏠린 수상 결과에 불편함 혹은 불쾌감을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개봉 당시부터 있었던 '피에타'와 '광해'의 인연은 얄궂기 그지없다. 베니스 영화제 수상 직전인 지난 9월 6일 개봉한 '피에타'는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에 힘입어 관객의 지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피에타' 2주 후 개봉 예정이었던 '광해'가 개봉 시점을 1주일 앞당기면서 다른 작은 영화들과 함께 '피에타'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대형 배급사가 총력을 다하는 대작이 변칙 개봉한데다 앞서 흥행 중이던 '도둑들'과 맞물려 개봉관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풍성한 한국영화들이 유난히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올해, 그래서인지 대종상 시상식의 '광해' 싹쓸이를 한 영화의 압도적인 승리로 환호하기가 더욱 씁쓸하다. 화려한 시상식장에서 조용히 발길을 돌렸을 김기덕 감독의 뒷모습이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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