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2인자', '집착'.
배우 조동혁(34)이 갖고 있는 이미지다. 그동안 남자답고 선 굵은 연기를 했던 그가 2012년에는 '국민사위'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KBS 1TV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극본 홍영희 연출 전성홍 이하 '별달따')에서 집안을 이끄는 둘째아들이자 의사 서진우 역으로 열연했다. 냉혈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정적이면서 부드러운 남자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평균 시청률 28%(AGB닐슨, 전국일일기준)대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받은 작품답게 변장을 하고 택시를 탄 순간에도 기사님이 알아봐서 인기를 체감했다는 조동혁을 만났다.
◆ 예감 좋았던 작품, 시청률 30%돌파 아쉬워
조동혁은 '별달따'로 6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마쳤다. 종영 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운동을 시작했다. 요즘 가장 빠진 운동은 소속사 지인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골프다.
"이틀 동안 씻지도 않고 잠만 잤고 일주일을 집에서 조용히 쉬었어요. 이번 작품은 끝나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6개월간의 서진우 캐릭터를 잊고 싶었죠.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니 자전거와 골프에 빠졌어요. 제가 승부욕이 엄청나다보니 자전거 같은 경우는 첫날부터 무리했던 게 생각나네요."
'별달따'는 서진우와 한 채원(서지혜 분) 자녀의 돌잔치로 끝맺었다. 서진우 심장센터 오픈식도, 아버지 서만호(김영철 분)의 결혼식도 아닌 예상외의 반전이었다. 특히 자녀로 출연한 아기는 서지혜의 친구 딸이라는 깜짝 이야기를 털어놨다.
"결말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했었는데 대본을 받아보고 놀랐어요. 돌잔치는 정말 생각 못했던 것이고 신선했어요. 돌잔치 촬영 날 아기가 빵과 청진기 둘 다 잡아야 하는데 하나만 집어서 웃었던 것들이 기억나요. 사실 제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아이를 안고 있는 게 어색했던 것 같아요. 손님맞이 하는 장면에서 아기가 잠들었는데 깰까봐 엉거주춤 자체로 있었어요."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첫 방송이 16.6%로 시작해 계속해서 상승했지만 30%대 문턱에서 머물렀다. 작품도 좋았고 현장도 좋았기에 출연배우로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제 배우생활 10년 정도 하니 어느 정도 흐름이 보여요. 이번 작품 경우는 30%를 안 넘길 수 없을 만큼 감이 좋았어요. 제작진, 배우 모두 잘했으니까요. 아쉽기도 했지만 촬영현장 분위기만큼은 최고였어요."
조동혁을 떠올리면 성공과 야망이 목표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기에 일일연속극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전작인 '브레인'에서 차가운 의사였다면 '별달따'에서 노인요양병원 의사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비슷하지만 확실히 달랐던 변신이었다.
"저 역시 시청자들에게 밝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출연 결심했어요. 처음 홍영희 작가님 뵈었을 땐 한민혁 역할을 할 생각 없냐고 하셨어요. 그동안 센 연기 많이 해봤기에 서진우를 꼭 하겠다고 말씀드렸었어요. 의사 역할은 전공분야가 다르지만 확실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수술 장면들이 편했어요."
◆ 상대배우 서지혜와 호흡 척척
조동혁이 맡은 서진우 역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캐릭터다. 한동안 부재했던 장남 노릇을 대신하며 집안을 이끌었다. 작품이 '힐링'이다보니 악역이 없었고 그만큼 연기하면서 노력도 많이 했다. 대선배인 반효정, 이혜숙, 이효정, 김영철과 함께하다보니 배울 것이 많았다.
"고세원씨 정말 흐트러짐 없이 맡은 캐릭터 설정을 잘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서지혜시도 마찬가지 이구요. 그래서 연인, 가족과 만나는 장면에서 더 다정다감,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죠. 선생님들은 현장에서 대본을 손에 놓지 않을 만큼 대단하셨어요. 이효정 선생님 경우는 집중력이 좋으셔서 눈 감으시고도 대사 하셨어요."
조동혁은 극중 부인으로 등장한 서지혜와 핑크빛 로맨스를 선보였다. 동반자로 함께했던 서지혜와는 호흡이 어땠을까.
"서지혜씨 경우는 작품 시작 전부터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포스터 촬영할 때나 함께 출연한 선생님들도 말씀하셨죠. 극 중반까지는 함께 하는 장면이 있어서 매일 봤어요. 자주 보다보니 정도 생기고 했어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혈육이 중점이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야 다시 가까워 졌어요."
"극 후반부 혈육에 대한 비밀을 알 게 된 뒤 형과 바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저는 고세원씨 정체를 알았고 고세원씨도 마찬가지였어요. 서로 아는 척하거나, 눈물을 보이면 안됐는데 점점 눈물이 나오려고 했어요. 그때 기분이란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요."
129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에 대해 번지점프를 했던 장면을 꼽았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기에 방송에서 멋진 번지점프를 보여줬지만 촬영 전 누구보다 긴장했다고 털어놓았다. 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뛰었다.
"대본보고 깜짝 놀랐죠. 제가 번지점프는 처음이라 이게 필요할 까 싶었지만 그래도 뛰었어요. 초보자들은 가슴에 묶는데 남자주인공 인데다 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니까 멋있게 보이고 싶어 과감하게 다리에 묶었죠. 제가 운동전공자다보니 제작진, 제 스태프들, 서지혜씨 모두 저를 믿는다고 했어요. 속이 타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바로 뛰었어요. 제 스태프들을 위해 뛰었는데 기분이 최고였어요."
◆ "아직은 사랑보다 일이 더 좋아"
극중에서는 자녀의 돌잔치를 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지만 현실에서 배우 조동혁은 아직 혼자다. 언제쯤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물으니 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만나는 여자가 있다면 희망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없어요. 늦어도 5년 안으로 결혼하고 싶어요. 막연하게 가고 싶은 것 보단 배우로서 인정받고 제가 안정된 뒤 결혼하고 싶어요."
조동혁에게 '별달따'는 이미지 변신과 사람을 만나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삼형제로 열연한 고세원, 김동윤과 종영 후에도 자주 만나며 우애를 쌓았다. 드라마를 아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일일연속극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만큼 경계의 벽이 허물어 진 것에 대해 배우로서 기쁜 마음을 밝혔다.
"팬들에게 고마워요. 예전까지는 일일연속극 시청 연령대가 높았다면 요즘에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그 어떤 것보다 작품이 재밌으면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잘 마무리 돼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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