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을 처벌할 수 없다고? 변호사 생각은..

[이변정변의 법으로 푸는 ★이야기]

이순우   |  2012.11.23 06:56


지난 주말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았다. 평소 영화를 잘 보지 않지만 박시후의 열혈 팬이신 모친의 재촉에 투덜대며 일요일 심야 영화관 좌석에 앉았다. 물론 양손에는 콜라와 팝콘을 든 채.

스포일러가 없는 영화의 기본 줄거리

15년 전 부녀자 10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1명을 실종상태로 몰고 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곡 연쇄살인 사건. 하지만 이 사건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난다. 사건 담당 형사 최형구는 자신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범인에 대한 분노와 범인을 잡지 못한 자책감에 15년간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15년의 세월이 흘러 공소시효는 만료되었고 이제 범인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자신을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밝히며 이두석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게 된다.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 그리고 영리한 언론플레이로 자서전 출간과 동시에 스타가 된 이두석은 엄청난 인세를 벌어들임과 동시에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의 인기를 누리게 된다.

최형구는 이두석을 잡아오라는 경찰서장의 호령에 "잡아오면 뭐 합니까.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옆자리서 영화를 보던 어머니도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치신다. 살인마를 잡아와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막아버리는 공소시효 제도. 과연 정당한 것일까.

공소시효 제도란

공소시효란 검사가 일정 기간 동안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국가의 소추권(訴追權) 및 형벌권(刑罰權)을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공소시효란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한'으로 범죄가 일어난 뒤 그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일정기간이 지나버리면 그 후 설령 범인을 잡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제도이다.

범인도 잡혔고, 증거도 있는데 범인을 처벌 못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가 하늘에서 자신을 죽인 범인이 버젓이 활보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피눈물이 날지 상상할 수도 없다.

입법자도 이러한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공소시효라는 것을 만든 것일까. 죄를 지은 자를 끝까지 추적하여 그 죄값을 치르게 해야 되는 것이 인과응보의 정의 아닌가. 이러한 공소시효와 관련해 과거부터 계속된 찬반 논란이 있다.

공소시효를 찬성하는 입장

공소시효 제도를 찬성하는 측의 근거로는 (1) 시간경과에 따른 사실관계를 존중하여 사회와 개인생활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점 (2) 장시간의 도피생활로 범인은 실제 형벌과 맞먹을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리라는 점 (3) 국가의 태만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4) 실무상으로 공소시효 제도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미제사건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공소시효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

반면 공소시효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근거로는 (1)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자에게 부당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점 (2) 공소시효를 계획적이고 반인륜적 살인범, 아동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자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3) 찬성 측의 주요 논거 중 하나인 시간의 경과로 인한 증거 확보의 어려움은 과학 수사 기법 특히 DNA기법 등의 발전으로 충분히 증명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든다.

실제 독일의 경우는 우리나라 현행법보다 공소시효기간이 길며, 일본의 경우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 놓기도 하였다.

향후의 공소제도

얼마 전 법무부는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범죄는 공소시효를 폐지하고자 한다”며 6월14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정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에 앞서 13세 미만의 아동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폐지한 바 있다. 이러한 일부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과거 15년에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5년으로 늘어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사라지고 언제든지 살인범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두석을 잡아오라는 경찰서장의 호령에 형사 최형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뛰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나쁜 놈을 처벌 못해 분을 삭히지 못하시던 어머님의 질문공세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순우 변호사 프로필 1979년생. 고려대학교 졸업. 전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분쟁과 공정거래 및 하도급분쟁 해결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동안(童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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