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수 컴백 봇물+인기..물꼬는 '가왕'이 텄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2014.03.27 15:47





이달 들어 이선희 이은미 이승환 임창정 블랙홀 조성모 등 내로라하는 중견가수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컴백했다. 앞서 1월에는 조관우, 2월에는 이상은이 컴백했고 오는 4월에는 이소라와 박정현 박효신이 돌아온다. 'J에게'를 부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선희는 올해로 벌써 30주년을 맞았고,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23년차, '어린왕자' 이승환은 26년차 가수다. 지난 2008년 걸그룹, 보이그룹의 득세 이후 거의 종적을 감췄던 베테랑들의 반가운 귀환이다.

봇물 터지듯 귀환만 하고 만 게 아니다. 음원성적까지 좋다. 27일 오후 1시 현재 음악사이트 멜론의 실시간차트에서 임창정의 '흔한 노래'가 3위,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가 8위, 조성모의 '유나야'가 48위, 이승환의 '너에게만 반응해'가 5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미니앨범을 발표한 '23년차' 이은미는 신곡 공개 1시간만에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가 5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20일 공개된 임창정의 정규 12집 타이틀곡 '흔한 노래'는 한 때 멜론과 엠넷 등 9개 음원차트를 석권하기도 했다.

이는 2, 3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중견가수들의 컴백 자체가 드문 일이었고, 이들의 차트 진입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미디어는 '예우' 차원에서 이들의 컴백과 건재를 알리는데 그쳤고, 팬들은 결코 이들의 신보를 구매해 듣지 않았다. 세상은 온통 남녀 아이돌 천하였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의 전성기였으며, 개가수와 드라마OST가 대놓고 활보할 뿐이었다. 한때 차트를 독차지했던 영미 팝과 록의 운명과도 엇비슷했다. 1980, 90년대 맹활약했던 중견가수들은 21세기의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에 금이 갔다. 지난해 4월 너무도 쉽게 금이 갔다. '가왕' 조용필이 돌아온 것이다. 가요계에서는 올해 중견가수들의 의기양양한 컴백과 응당한 순위대접이 지난해 조용필의 귀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필은 지난해 4월 정규 19집 'Hello'를 들고 10년만에 컴백했다. 하지만 음원, 음반 공개 직전까지만 해도 조용필의 컴백은 그저 흔치않는 '뉴스'였고, 뉴스의 핵심은 '가왕'에 대한 미디어와 팬들의 예우에 불과했다. 오랜 팬클럽조차 조용필이 차트 순위권에 진입하리라고는 기대치 않았다. 그러나 가왕은 가왕이었다.

조용필의 CD 음반 판매 첫날,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팬들이 건물밖으로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근 3, 4년 동안 서태지 말고는 이런 진풍경의 주인공은 없었다. 매장 안에서 선공개곡 '바운스'가 울려퍼지자 나이든 팬들은 입을 모아 '바운스, 바운스' 노래를 따라 불렀다. 결국 '바운스'는 공개 단 이틀만에 9개 음원차트를 싹쓸이하더니 4월 월간차트 13위, 5월 월간차트 8위까지 올랐다. 조용필을 모르는 10대들도 '바운스'와 'Hello'에 열광했다. 그리고 2분기 음반판매 1위는 조용필의 'Hello'가 차지했다.

가왕이 길을 내자 중견가수들은 힘을 얻었고, 팬들은 마음을 열었다. 마침 2012년 말부터는 4,5년 동안 하늘을 찔렀던 아이돌그룹의 인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던 터였다. 가요계에서 너도나도 '아이돌'을 제작하는 바람에 공급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러한 분위기 반전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2013년 봄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가왕의 열화와 같은 바통은 '발라드 황제' 이승철이 이어 받았다. 2013년 6월 나온 이승철의 정규 11집 타이틀곡 'My Love'는 연간차트 9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드라마OST이긴 했지만 t윤미래의 'Touch Love'는 연간차트 17위, 임창정의 싱글 '나란놈이란'은 39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가관이다. '15년차' MC더맥스가 1월 월간차트 1위('그대가 분다'), 6위('그때 우리'), 16위('백야'), 31위('입술의 말')를 가져갔다. 이선희와 이승환은 컴백 당일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임창정은 무려 6일동안 차트 1위를 달렸다. 1993년 데뷔한 이소라는 오는 4월8일 나올 정규 8집 '8'에 무려 3억원을 들였을 정도로 음반제작에 공을 들였다. 자신감의 발로다. 이소라의 새 음반에 태연, 조권, 강민경 등 가수들 뿐만 아니라 영화평론가 심영섭씨까지 기대를 드러냈다.

이 모든 물꼬는 가왕이 텄다.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베스트클릭

  1. 1박나라·화사 '불화설' 터졌다.."굳이 연락 안 해"
  2. 2방탄소년단 진 'Running Wild' 스포티파이 日 1위·韓 2위·글로벌 6위
  3. 3방탄소년단 진, 마이원픽 K팝 개인부문 38주 연속 1위
  4. 4방탄소년단 진, K팝 최초 회전목마 팬사인회..100바퀴 돌았다[종합]
  5. 5방탄소년단 뷔 '프렌즈', 아마존 뮤직·애플 뮤직 '2024년 베스트 K팝' 선정
  6. 6'대체 왜' KT 허경민이 무슨 잘못을 했나, 그래도 거듭 사과한 이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수원 현장]
  7. 7손흥민 4호 도움→토트넘 '말도 안 돼!' 맨시티 4-0 대파... "역사적인 승리" 모두가 놀랐다
  8. 8'한때 MVP도 제친' 전 한화 외인, 끝내 방출... ML도 아쉬워했다 "선구안 참 좋았는데"
  9. 9'ML 포지션 2순위' 김하성-김혜성, 1순위 아다메스-토레스 계약 시점이 최대 변수
  10. 10'대만 선발 교체 꼼수도 안 통했다' 일본, 국제대회 27연승... 우승만 남았다 [프리미어12]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