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韓 첫 좀비열차, 1000만 싣고 달렸다①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6.08.07 08:00
사진='부산행' 포스터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대미문의 좀비열차에 1000만 명이 탑승한 셈이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981만 괸객을 불러모은 '부산행'은 이르면 7일 중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첫 1000만 영화의 탄생이다. 역대 개봉작으로는 18번째, 한국영화로는 14번째 1000만 영화가 된다.

7일 중 누적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다면 지난 20일 정식 개봉 이후 19일 만의 기록이다. 개봉 12일째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역대최고 흥행작 '명량'(최종 1761만 명)에 이은 2번째로 빠르다. 개봉일이었던 지난 달 20일 87만2232명을 불러모아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23일에는 128만950명을 불러모아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 기록을 경신한 압도적인 초반 흥행 덕분이다.

여름 극장가 대목을 맞아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덕혜옹주'가 개봉하고 외화 '제이슨 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5위권을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사진='부산행' 포스터


'부산행'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져 쑥대밭이 된 서울역을 출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 문제의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좀비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정부는 '폭동이 발생했다'며 사태수습은커녕 눈가리고 아웅에 급급한 모습. 아무 것도 모른 채 기차에 올랐던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 밑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부산행'은 제작 단계부터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간 좀비물은 마니아만 좋아하는 공포영화의 하위장르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런 좀비를 전면에 내세워 순제작비 85억 원을 들인 본격 상업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매력포인트가 되기보다 반감을 살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부산행' 측이 굳이 '감염자'란 단어를 써 가며 좀비의 정체를 가능한 감추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신선한 도전은 색다른 영화에 목말라 하던 관객에게 그대로 통했다. 무엇보다 '한국형 좀비'들의 실감나는 비주얼과 연기가 반감을 누끄러뜨리고 호응을 얻는 데 큰 몫을 했다. 세심한 기획,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부산행' 측은 한국 관객이 익숙하지 않은 할리우드식 잔혹한 분장을 가급적 피하고 적정선을 찾는 데 큰 공을 들였다. '곡성'에도 참여했던 박재인 안무가가 좀비들의 동작과 자세를 책임졌다. 그리고 '곡성'의 진짜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100여 명의 연기자들이 이름없는 좀비들로 분해 실감나는 한국형 좀비들을 만들어냈다.

그 자체로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로도 읽히는 좀비들은 '부산행'에서도 한국사회를 은유해냈다. 특히 달려가는 고속열차와 결합시킨 '부산행'은 여러 모로 한국사회의 면면을 연상시킨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 쩔쩔매는 무능한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외침은 세월호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목적지가 안전한지도 알 수 없는 가운데 그저 앞으로만 달려가는 열차 자체도 성장제일주의 속에 질주해 온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이같은 요소는 생소한 좀비물을 관객이 더 쉽게 받아들이게 했다. 재벌3세의 갑질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13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지난해 최고 흥행작 '베테랑'처럼 관객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재미와 의미를 함께 잡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좀비를 고속열차에 태웠다는 기막힌 설정은 '부산행'에 상업영화로서의 매력을 더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질주하는 속도감과 맨주먹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액션의 쾌감은 특히 돋보이는 '부산행'의 매력이다. 부성애라는 익숙한 감성코드 또한 여러 세대가 영화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한 몫을 해냈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듯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는 맛도 상당하다. '아빠' 공유, 액션히어로 마동석을 중심으로 정유미 김수안 최우식 안소희 그리고 김의성 등이 고루 활약하며 영화의 맛을 살렸다.

사진='부산행' 포스터


외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부산행'은 칸영화제 특수를 톡톡히 누리며 개봉 전부터 화제몰이를 제대로 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 초청돼 세계 무대에 먼저 선보인 '부산행'은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스크리닝"이라는 찬사를 받는 등 해외발 호평 속에 기대감을 키웠다. 함께 칸에서 소개된 한국영화 3인방 '곡성', '아가씨'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여름 빅시즌의 포문을 연 '부산행'도 자연스럽게 바람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감독 연상호의 새로운 발견은 '부산행'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인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첫 실사영화이자 상업영화 '부산행'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해외로부터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이쓴 그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흔치 않은 감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처음 실사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가능성과 힘을 믿고 총제작비 100억대 대작을 맡긴 NEW의 도전 또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부산행'의 그늘 또한 분명하다. 정식 개봉 전 진행한 사전유료시사회다. '부산행'은 지난 달 20일 정식 개봉을 앞둔 전 주 주말 3일간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진행해 약 5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미 높은 기대감에 부응하면서 미리 입소문이 퍼지길 바란 개봉 전략이었지만, 기존 개봉작의 밥그릇을 빼앗고 극장 질서를 흐리는 '변칙개봉', '꼼수개봉'이란 비난은 피할 수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앞으로 이같은 변칙개봉, 꼼수개봉이 극장가에 더욱 횡행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단초를 마련해준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부산행'을 이야기할 때 내내 명과 암이 항상 따라다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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