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연상호 감독 "꿈도 안꾼 1000만, 가장 기쁜 점은…"(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6.08.07 12:00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영화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다. 주인공으로 든든히 영화를 이끈 공유, 폭발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마동석, 어린 배우의 저력을 실감케 한 김수안, 그리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좀비들까지… 곳곳에 주목할 이들이 한가득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관심이 쏠리는 건 '부산행'의 연출자인 연상호 감독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를 만든 한국 인디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인 연 감독은 첫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1000만 축포를 쏘아 올리게 됐다. '부산행'의 1000만 돌파를 앞둔 연상호 감독은 눈으로 보이는 결과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개봉을 앞둔 그는 1000만 이란 엄청난 숫자보다, 쏟아지는 관심보다 한국 장르영화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드디어 1000만 돌파다.

▶1000만이란 숫자가 정말 엄청나다.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며 꿈꿨던 건 좀비영화를 한 번도 안 보신 분에게 첫 좀비영화가 되는 것이었다. 좀비라곤 입에 올려 본 적 없는 분들이 좀비 이야기를 하는 걸 꿈꿨다. 후기를 읽어보니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나이 지긋하신 어머니들의 후기도 있더라. 어쨌든 너무 감사드린다. 더이상은 욕심부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잘돼서 다행이다. 배우들 스태프 너무 고생 많았다. 기쁘다.

-예상했던 일인가. '부산행'은 초반부터 기세가 엄청났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날 관객수 87만명은 정말 미쳤던 것 같다. 30만~40만으로 예상하기에 50만명이 희망사항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다. 되려 걱정이 되더라. 토요일 관객이 123만 명이 된 걸 보고 또다시 놀랐다. 그날 무대인사 마친 배우들이랑 술 한 잔 하고 공유 배우랑은 따로 술 한 잔을 했는데, 밤에 나온 스코어를 보고 거의 끌어안다시피 했던 생각이 난다.

사림이란 게 관객 수가 많아지니 1000만을 넘고 싶고픈 마음도 들더라. 하지만 그것만 바라고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나. 공배우와는 1000만 이야기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준비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니까. 우린 생각지 않았던 칸도 갔다 왔고 이미 만족스런 스코어를 거뒀으니까.

'부산행' 연상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좀비물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시장 자체가 장르를 가린다. 지금이야 스릴러가 대세라지만 '살인의 추억' 전에는 한국에서 스릴러는 무슨 스릴러냐 하는 시선까지 있었다. 장르영화에 인색한 편이라 다들 상업영화를 하다보면 다들 안전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저도 그런 입장에서 특이한 장르의 영화가 잘 되기를 바랐다. 거기에다가 좀비라는 장르는 상당히 마이너한 장르라 부담이 됐다. 애매하게 흥행이 되면 향후 다른 장르물이 나올 때 더 애매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투자자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에 있던 좀비물을 다시 검토한다더라. 내용이야 따로 검토하겠지만 좀비물이라 상업적으로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게 입증된 셈이지 않나. 장르영화이 폭을 넓힌 점이 가장 기분 좋다. 좀비 영화가 또 바로 나왔으면 좋겠다. 올해 1000만 영화도 안 나오고 한국영화가 위기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검은 사제들'을 비롯해 '곡성', '아가씨' 등 다양한 장르들이 다른 해보다 더 많이 나와 사랑받았다. '부산행'도 상업적 성과를 거뒀다는 게 지금 상업영화를 기획하는 분들에게 폭이 넓어진 느낌으로 다가갈 것 같다.

-좀비 자체도 흥행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다행히도 좀비 배우들도 함께 조명받는 느낌이다. 좀비에게 처음 물린 여승무원 역의 오도임, 승무원 팀장 역의 한성수 배우, 박재인 안무가를 비롯해 무술팀, 특수효과 팀 등 스태프가 골고루 주목받아서 더 기쁘다.

-스포일러 방지 포스터가 나오는 등 영화의 인기에 패러디도 여럿 나왔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정유미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피곤행'이라고, 그게 제일 재미있었다. 정유미씨랑 마동석씨가 멀찌감치 덜어져서 자고 있는데, 몹시 오래 된 부부 같다. 관객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스포일러 논란이 있을 때 일종의 자정작용을 기대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기에 관객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마저도 재미있는 방식으로 나타나더라.

사진='부산행', '서울역' 포스터


-기록 욕심은 더 안 나나. 이제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한다.

▶더 욕심을 부리면 안될 것 같다. '서울역'도 더불어 사랑받길 바란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애니메이션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것 같다. 그 전에 '사이비', '돼지의 왕'을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덕분에 '서울역'이 관심도 받았으면 한다. '부산행'으로. 처음 15세관람가를 받아봤는데 의외로 10대들이 좋아하더라. 역시 15세관람가를 받은 '서울역'이 10대에게는 처음 보는 연상호 애니메이션이 될 텐데 걱정이 된다.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이전과 다른 관심이 실감날 것 같다.

▶이전에 만든 영화들이 많은 관객이 관람한 작품은 아니다. 아주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신 거니까 영화 만드는 책임감도 더 생기고 부담도 생긴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평소 페이스대로 진행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안전한 프로젝트보다는 위험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차기작은 가닥을 잡았는지.

▶개봉이 정리가 되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부산행'은 상업적으로 잘 되는 추세인 액션 스릴러의 톤 앤 매너를 가진 영화를 할까 고민했다. 생각보다 잘 됐으니 잘 안되던 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사람이 가볍다.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제 단편 '사랑은 단백질'같이 낄낄대고 볼 수 있는 비뚤어진 웃음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장르는 아닌데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새로운걸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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